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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민심 이긴 대통령은 없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노무현은 똑같은 노무현인데 왜 사람들의 평가가 하루아침에 달라졌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러 혐의를 뒤집어쓴 피의자가 좌절감에서 ‘자살’을 했기로서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통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도 한다. 이들은,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를 계기로 노무현의 지지열풍이 분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노무현은 그전의 지지부진하던 민주당 후보 그대로였는데 왜 단숨에 상승세로 돌아섰는지 민심의 흐름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 노무현은, 자기의 목숨을 초개처럼 던짐으로써 자신의 진정성을 극명하게 표출했다.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이 내걸었던 3대 국정지표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 발전 사회, 평화 번영의 동북아시대’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정교하지 못한 시책, 정제되지 않은 언사,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의 전쟁,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갈등 때문에 그의 진정성이 가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또, “나를 버려달라” 등의 최근 언행도 ‘정치9단’으로서 어떤 ‘음모와 속셈’을 가진 것은 아닌지 의심받기도 했다. 정작 그가 스스로를 버린 후, 돌이켜보니 그의 언행은 시종일관 ‘바보’같은 일관성이 있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의 꿈과 그가 추구했던 가치가 ‘지금’과 대비되어 선명하게 돋보이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 언론의 표변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이에나같이 공격하던 기자들이 왜 하루아침에 모두 노사모가 되었느냐고, ‘노빠’가 그렇게 많이 방송사에 침투해있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기자나 PD들이 봉하마을이나 분향소에서 취재를 하다 보니 민심의 소재와 향방을 깨닫게 되어 그 실상을 전하게 된 것이라 설명해도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 지금 우리 국민들 중에는 그의 서거를 애통해하고 영결식 후에도 먹먹한 가슴으로 조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김동길 조갑제 송대성처럼 날선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망하지 말라”는 고인의 당부를 아전인수 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용서와 화해를 입에 올리는 순간 ‘그들’의 속셈은 노출되고, 역효과를 낳고 만다. 국민들의 애도와 원망을 일상으로 돌리려는 보수언론의 시도는 비웃음을 사고 만다. 북핵과 안보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는 정부의 안간힘은 도리어 자승자박이 되고 만다. ‘동북아의 평화공존’을 추구하던 고인의 가치와 이 정부의 대북정책이 충돌음을 내고, 제2 롯데월드 허가가 파열음을 내며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쪽으로 나뉜 민심을 가리켜 해방 당시나 한국전쟁 무렵의 분열에까지 비유하는 사람조차 나온다.

# 이러한 난국을 해결하는 길은 명약관화하다. 길게, 크게 보면 누구에게나 보이는 길이다. 사리사욕 당리당략을 벗어나면 훤히 보이는 길이다. 그 길은 민심을 수람하는 것이다. 그 길은 좌에도 우에도 치우치지 않는 가운데로의 길이다. 물질·경쟁·시장 만능주의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와 인권·평등·사회적 약자 보호 등 민주주의를 아우르는 길이다. 경쟁 중시의 자본주의와 평등 중시의 민주주의가 나란히 가는 길이다. ‘일자리창출’이라 호도하지만 이미 국민이 방송장악용 궤변으로 꿰뚫어 보고 있는 ‘미디어입법’은 버리되 대신 금산분리규제개혁 관련 법안은 살리는, 더불어 사는 LIVE AND LET LIVE의 길이다.

#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는데, 당정청(黨政靑)이 이번 사고로 입은 외상(外傷)은 상처가 깊다.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 내상(內傷)도 심각하다.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술과 성찰을 거부하고 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 아니, 소통을 ‘소수의 사람들과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한줌의 이너서클만 만나면서 “흔들림 없는 자세로 중심잡고 일해야 한다”,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고 오불관언이다. 아닌게아니라, 역대 대통령 어느 누구도 민심에 떠밀려 쇄신하려는 모습을 보이려 한 대통령은 없었다. 그러나, 민심을 이긴 대통령도 없었다. 보이는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집 때문일 터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9-06-08 오전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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