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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철 경남외고교장 “학생선발권 풀어야 교육 산다”
[사람과생각] 전형방식 규제하면 자립형 사립고도 실패
'진학명문'보다 '인성교육 명문' 되고파
경남외국어고등학교는 조금 특이한 학교다. 외고 중에선 가장 먼저 설립됐고, 유일하게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등록금은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와 같은 수준이다. 이 같은 학교 운영이 어떻게 가능할까. 전병철 경남외고 교장은 이에 대해 “설립부터가 좀 독특하다”고 말했다.

“경남외고의 전신은 1988년 설립된 양산외국어학교입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보다 한 단계 낮은 갑종학교로 시작했죠. 부친인 전천수 설립자게서는 평준화를 지향하는 인문계 고등학교보다 학생선발권이 있는 갑종학교가 대안이라고 생각하셨어요.”

양산외국어학교는 1992년 전환점을 맞이한다. 특목고 제도와 함께 신규지정을 받아 ‘경남외국어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하게 된 것. 전환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을 약속 받았다.

정부지원을 받다보니 수업료가 저렴하다. 다른 사립 외고가 일반 고등학교 수업료의 3배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큰 장점이다. 특히 전원 기숙사 생활 제도는 다른 학교에선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설립자께서는 원래 영국의 이튼스쿨과 같은 고등학교를 만들고 싶어하셨어요. 그런데 우리 실정과 좀 안 맞았다고 합니다. 대안이 일본의 나다고등학교였습니다. 전체 재학생의 절반 정도가 도쿄대에 입학하는 명문고교지요. 설립자는 나다고등학교에 요청해 한 달 동안 기숙사에서 학생들과 같이 생활했고, 그 제도를 그대로 도입했어요.”

전 교장은 기숙고등학교에 대해 “인성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핵가족 시대, 한 가족이 아이를 한두 명만 낳아 기르다 보니 부모들이 과잉보호를 하게 된다.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다보면 이런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재정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만큼 규제가 강해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교육청이 학생선발권을 쥐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올해 입학전형에서 특별전형이 90명이나 됩니다. 전체 245명 중 37%에 해당하지요.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학생선발에 따른 제한을 받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고자 특별전형을 조금 늘렸어요. 요즘 자립형사립학교를 둘러싸고 말이 많은데, 문제의 원인은 학생선발권을 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계 공립고등학교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고가 대안이라고 하면서 학생선발권은 줄 수 없다고 하니 그야말로 모순이죠. 답답할 뿐입니다.”

전 교장은 이와 관련해 경남외고가 현재의 문제 상황에서 모범사례가 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현재 ‘사교육을 부채질하는 귀족학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공립고등학교는 위기에 빠져있고, 자립형 사립학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정부가 학생선발권을 가지고 학교를 좌지우지한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는 정부가 지원과 함께 자율권을 주고, 학교끼리 경쟁하도록 한다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설립자께서는 작고하시면서 제게 ‘명문고교로 키우라고 말하지는 않겠다’고 하셨어요. 명문고교가 분명 좋은 대학에 학생을 많이 입학시키는 학교는 아닐 거예요. 그렇지만 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해야 할 필요도 있어요. 학교를 발전시키는 힘은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남외고의 교훈은 ‘독서백편의자현’이다. ‘책을 100번 읽으면 스스로 그 뜻을 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경남외고의 인성교육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기숙사 생활을 통해 스스로 인성교육을 배우고, 공부 역시 인성교육의 연장선에서 해나가면 저절로 그 뜻을 알게 된다는 의미다.

“인성교육이란 말을 안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공부를 하는 목적이 뭘까요. 인간다운 인간 만드는 것 아닌가요. 커리큘럼을 짜서 인성을 가리치기보다 생활 자체가 인성교육이 돼야 합니다. 여력이 있다면 중학교를 하나 더 세워 어려서부터 이런 아이들을 길러 보고 싶습니다. ‘쓰레기 버리지 말아라’ ‘질서를 지켜라’ 교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부터 시작해야죠.”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9-06-08 오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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