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규모 2조7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연구재단(이하 연구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연구재단은 한국학술진흥재단·한국과학재단·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통합된 국내 최대의 연구지원기관이다. 특히 연구재단은 선진형 연구지원기관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학술진흥과 R&D분야의 한 단계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박찬모 연구재단 이사장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필요한 연구라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지원할 것을 주문한다. 즉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국내 학술진흥과 R&D분야의 성장을 꾀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노벨상 수상자까지도 배출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박 이사장은 경쟁력이 없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안배 차원에서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연구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으신 소감은.
“우리나라의 학술진흥과 연구개발 선진화를 이끌어야 하는 연구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통합 연구지원 전문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 선진화된 기초연구지원시스템을 확립하고 연구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지면 국제협력도 활성화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올해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과학분야 순위는 3위다. 하지만 3위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세계적으로 정말 3위냐고 한다면, 어떤 분야는 그렇지만 아직도 기초과학분야는 굉장히 떨어진다. 다행히도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기초 분야를 강조했다. 2012년까지 GDP의 5%를 연구개발에 쓰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비의 50%를 기초원천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획기적이다.”
-과학기술 기초분야도 중요하지만 인문과학 기초분야도 중요하다. 이사장께서 과학기술자 출신이라 인문사회분야가 소홀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우리는 모든 학문분야를 지원하고 사무총장은 인문사회분야 출신이다. 오히려 자연과학분야 사람들은 사무총장이 모든 일을 하고 이사장은 대외 활동을 할 텐데 사무총장이 인문사회 출신이기 때문에 인문사회분야만 돕는 것 아니냐고 염려하고 있다.”
-세 기관이 통합됐기 때문에 조직운영상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설립위원회가 절 선정한 것 같다. 저는 나이도 많고 총장·학회장 등 조직운영 경험이 풍부하다. 지금 물리적 통합은 됐지만 화학적 통합도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 인사를 할 때 가능하면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보냈지만 (세 기관이) 통합되는 데에 혼존할 수 있도록 염두에 두고 배치했다.”
-PM의 역할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PM은 상근·비상근이 있다. 상근PM은 21명으로 본부장·단장들이다. 비상근PM은 280명의 전문위원들이다. 전문위원들은 과제심사·선정 등에서 단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연구과제를 선정하려면 많은 경우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선정하고 우리에게 지시하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연구재단이 자율성을 가지고 하게 된다. 그러니까 연구자들은 공무원에게 가지말고 연구재단 PM에게 와서 이런 분야가 세계적으로 유망하니 이런 과제를 지원해 달라고 해야 한다. 또한 연구하다 결과가 예상했던 대로 나오지 않으면 실패한 것으로 보고 그 다음에 과제를 내면 지원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이 나중에 크게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실패를 용납하는 정책을 쓰려고 한다.”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이 박찬모 이사장과 대담하고 있다.
-교수 개인의 신청도 가능한가. 그리고 지원금액에 상한선은 있나.
“교수 개인의 신청도 가능하고 그것을 우리는 많이 하려고 한다. 그룹으로 지원할 때는 얼마 정도의 상한선이 있다. 중견한 연구자가 지원할 경우 기간은 3~5년, 1년에 2~5억원씩 준다든지 하는 가이드라인은 있다.”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실패하더라도, 즉 하이 리스크(High Risk)가 있어도 이것이 우리나라를 위해 연구해야 한다고 하면 응모하라는 것이다. 절대로 돈 몇 푼 받기 위해 연구답지 않은 연구를 하겠다고 하면 하지 않는 게 좋다. 다른 방법으로, 즉 예를 들어 국회의원에게 로비를 하지 말고 본인 또는 그룹의 실력으로 지원했으면 한다.”
-연구의 실효성을 중시하나, 아니면 연구 자체를 중시하나.
“우리는 가능하면 실용화되고 인류복지에 활용되는 연구를 원한다. 미국 정부는 그 연구가 인류복지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지원을 안 한다.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는 인류복지에 기여하는 연구였으면 한다.”
-그렇다면 황우석 전 교수로 인해 논란이 됐던 줄기세포 연구도 지원대상인가.
“그렇다. 개인적인 의견인데 줄기세포 연구 자체에 대해서는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계적 추세로 볼 때 줄기 세포 연구는 해야 한다.”
-정치문제 연구도 지원하나.
“연구 주제가 좋고 우리 사회 혹은 인류에 도움이 된다면 지원을 해야 한다. 저도 북한과 7년 동안 공동연구했다. 그리고 제가 공동설립위원장으로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오는 9월 중순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은 처음에는 150명의 대학원생과 50명의 교수로 시작한다. 나중에는 학부까지 합치면 학생 2600명, 교수 250명 정도가 될 것이다.”
-지방대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을 지적하는데 연구재단에서 예산을 안배할 생각은 있나.
“가난하니까 무조건 준다는 것에는 반대한다. 대구·경북지역에 23개 대학이 있는데 포스텍 총장 시절 2년간 협의회장을 지냈다. 총장들이 입시 때만 되면 우리는 모집인원의 반도 지원 안 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문을 닫아야지, 왜 대학을 갖고 있나. 그런 대학을 많이 봤기 때문에 그런 곳에 돈을 준다고 되지 않는다. 도저히 재량이 안 된다. 우리나라에 대학이 너무 많다. 구조조정을 하든지 정리해야 한다. 그러니까 선택과 집중을 해야 된다고 본다. 안배 차원에서 안 줘도 될 것을 준다는 것은 연구재단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이사장으로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말해 달라.
“연구재단은 정말 윤리·도덕성에 입각해 투명하고 공평해야 한다. 그동안 문제가 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평가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데 평가기준을 잘 정립하려고 한다. 또 현재 연구재단 이사장은 교과부 장관이 임명하고 있다. 미국 NSF(국가과학재단)의 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재단의 위상을 올리기 위해 차기 이사장부터는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교과부 장관이 임명하니까 지식경제부 등 다른 부서에서는 ‘(연구재단은) 우리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 임명하면 범부처적 기관이 되기 쉽다. 앞으로 국제협력을 강조하려고 하는데 국제적으로 볼 때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과 장관이 임명하는 것은 다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퀄리티가 뛰어난 PM들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정리 : 정성민 기자, 사진 : 한명섭 기자>
박찬모 이사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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