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레이더]빵 한 조각 된 서울대법인화
갈라먹기냐 독식이냐
빵은 한 조각인데 10명의 배를 채워야할때 고민하게 된다. 한 명이 독식하느냐 갈라먹느냐. 갈라먹는 건 쉽지만 한 명이 먹는다고 치면 여러가지 생각해 둘 게 많아 고민이 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일 입법예고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빵 한 조각처럼 국립대학들의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법인이 될 서울대는 지금껏 받아오던 정부 지원 예산을 유지하게 된다. 보유·관리하던 국·공유 재산도 서울대에 무상 양어토록했다.
서울대만 먹으려는 이 빵을 두고 다른 국립대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재정 삭감을 우려하는 다른 국립대들은 그 동안 정부의 법인화 방안을 외면해왔다. 정부는 국립대 재정회계법을 만들어 사실상 법인화를 유도하고 있다.
국회 계류중인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은 '고등교육 예산 증가율 반영' 조항이 빠져있다. 대신 '필요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 있는데, 재정지원을 정부가 제 뜻대로 알아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대 법인화 법안은 또 다른 국립대들이 법인화 이후 기대하는 대학 지배구조의 자율도 위협한다. 서울대 법안이 다른 국립대들의 모델이 될 수 있지만, 최고 심의 의결기구인 이사회 구성이 관치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법안은 이사회 구성부터 외부인 이사가 절반을 차지하도록 했다. 당연직 외부 이사에는 교과부 차관, 기획재정부 차관 등 정부 인사가 포함됐고, 나머지 이사 선임도 교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총장의 경영도 평가받아야 하는 등 관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모 국립대 고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심하지 않나 생각되는게 국립대들의 의견이다. 관치를 벗어날 수 없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특혜로 비춰지고 있는 서울대 법인화 법안은 결국 서울대가 정부의 재정지원을 약속받은 대신 법인화 이후에도 대학 지배구조를 관에 내어준 셈이 됐다. 다른 국립대들의 시기는 물론 비난을 받는 건 이때문이다.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서거석 전북대 총장은 "교과부 의도는 무리하더라도 서울대 요구를 들어주면서 일단 스타트 끊겠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모든 대학이 법인화 갈때 그런 혜택을 줄건지가 의문이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한편, 전국 50여개 국공립대학들은 오는 17~18일 충남대에서 '국립대 통합과 법인화'를 주요 안건으로 정기 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서울대 법인화 법안에 대해 논의한 뒤 논의 결과에 따라 총장들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