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5일 국내 최초로 우리 땅에서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10여 기의 우리 국적 위성을 모두 외국 발사체로 발사한 바 있다. 이번 나로호 개발사업은 우주개발의 핵심요소인 위성발사체의 완전 자립개발을 위한 디딤돌로서의 의미가 크다. 비록 1단 대형 액체로켓 엔진기술은 협력업체인 러시아로부터 전수받지 못했지만, 발사체 조립과 시험기술, 발사운용 기술 및 발사대 시스템 기술 등을 확보하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었다.
아쉽게도 이번 나로호 1차 발사에서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의 분리 실패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운용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했다. 최근에는 파이로 및 메커니즘 기술의 발전으로 페어링의 분리 실패(1981년 이후로 두 차례 실패)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터라 더욱 안타까웠다. 상용 발사체 시장에서는 위성을 원하는 임무궤도에 넣지 못하면 발사 실패로 본다. 하지만 나로 우주발사체는 모든 시스템과 부품을 새로 개발한 처녀비행이었다. 초도비행에서는 위성을 운용궤도에 넣는 것 못지않게 발사체 및 로켓의 기술을 검증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2단 고체로켓모터의 작동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이번 나로호 발사를 통해 1단 액체추진기관, 상단(upper stage), 단 분리, 위성분리 등의 최소한의 기능은 검증이 된 셈이다.
이번 나로호 개발 및 발사를 통해 대형 액체로켓 엔진 기술의 부재에 따른 설움도 톡톡히 맛봐야 했다. 1단 로켓엔진을 제공한 러시아의 사정에 따라 발사일정 변경은 일방적으로 통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나로호 발사를 통해, 제한적이지만 넓은 범위의 우주발사체 개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만일 우주발사체 발사 운용을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수행했다면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칠 수도 있었다.
로켓 엔진을 포함한 대부분의 발사체 기술은 민군 겸용기술이다. 해외기술 도입에는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엔진시스템의 단순 도입을 통한 기술획득에도 한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발사체를 우주궤도까지 이르게 하는 핵심기술인 1단 대형 로켓 엔진 개발 기술이 없는 한 우리의 발사체 개발 자립기술은 완성되지 못한다.
이번 나로호 개발사업의 초기 발사 목표는 2005년이었다. 국내외 여러 가지 상황 변화로 기인해 4회의 개발일정 변경과 3회의 발사연기가 있었다. 개발기관의 책임이 아닌 부분도 있었는데, 사업의 투명성 미확보로 많은 논란도 야기됐다. 초기 발사일정 계획도 우리의 경험이나 인프라를 고려할 때 전혀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따라서 차세대 발사체인 KSLV-II 개발계획은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계획은 우리의 기술능력, 경험, 전문 인력 및 인프라 구축 현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을 서둘러 고집하는 오류도 범하지 말아야 한다. 10년 이상의 장기 개발 프로젝트이니 만큼, 단계별 성과분석을 통해 사업추진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단발성 발사가 아닌 신뢰성을 확보한 발사체와 엔진 개발이 필요하고, 이후 상용화 전략도 세워야 한다.
이제 우리의 우주개발 자립능력을 발전시킬 새로운 전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한두 차례 발사해서 성공한 것보다 실패하더라도 얼마나 또는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 원천기술로 독자적 로켓을 개발해 발사하고 재현성을 가질 때 진정한 스페이스클럽 가입국가가 되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 중심의 개발사업으로 연구기관은 비대하나 우주산업화는 아직도 멀다. 인력과 기술의 저변확대와 전문인력 양성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산·학·연·관의 공조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가 필요하다. 우주개발사업의 투명성 확보도 요구된다. 한국형 우주개발사업을 통해 우주개발 강국의 희망을 이루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