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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인증 10년’의 성과와 과제
작년까지 58개교 참여, 인증확산 가시적 성과
KAIST·포스텍 등 메이저 대학 외면은 숙제
설계학점·학위명칭·서류작업 불만도 풀어야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하 공인원)이 지난 9일 10주년을 맞았다. 공인원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창립 10주년 기념식’에는 공인원 원장인 서남표 KAIST 총장,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2대 원장을 지낸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이주호 교과부 1차관 등이 참석, 성대하게 진행됐다.

1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치러진 만큼, 공학교육인증(ABEEK) 10년의 성과도 가시적이다. 공인원 측이 밝힌 공학인증 참여 대학과 프로그램 수는 △2006년 25개교 180개 프로그램 △2007년 37개교 285개 프로그램 △2008년 56개교 463개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지난 2007년 6월엔 공학교육 국제적 협의체인 ‘워싱턴 어코드(Washington Accord)’ 정회원 자격을 부여받았다. 1999년 설립 8년 만에, 2005년 준회원 가입 2년만의 일이다. 워싱턴 어코드는 미국·영국·호주 등 6개국이 1989년 체결한 공학계열 졸업자격의 상호인정 협정이다. 현재는 12개국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의 공학교육에 대해 상호인정하기 때문에 해외 유학이나 학생 교류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가시적 성장 이면엔 공인원이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메이저 대학의 외면이다. 우선 서남표 공인원 원장이 총장으로 재직중인 KAIST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참여하기 위해 들여야 할 시간적 비용이 큰 반면, 참여로 인한 혜택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KAIST 관계자는 “공학인증을 받지 않은 데서 오는 불편함은 거의 없는 반면 인증 신청을 위해 들여야 하는 업무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대학들이 공학인증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의 취업 때문이다. 실제로 공학인증은 지난 2006년 삼성전자가 “공학인증을 받은 학생에게 10%의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가에 확산됐다. 최근 공학인증 참여 대학이 늘어난 이유도 △LG-노텔과 삼성그룹(2007년) △NHN(2008) △KT와 SK커뮤니케이션스(2009년) 등이 잇따라 공학인증 프로그램 이수 학생을 우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그러나 KAIST로서는 취업문제가 절박하진 않다. 서남표 총장도 “KAIST 학생의 경우 취직 못하는 학생이 없기 때문에 공학인증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덜했다”고 밝혔다. 포스텍도 마찬가지다. 준비과정에 많은 시간(2~3년)을 들여야 하고, 굳이 공학인증을 받지 않아도 취업에 불이익을 받진 않는다는 생각에서 참여치 않고 있다. 포스텍 관계자는 “ABEEK 인증을 받는 대학의 얘길 들어보면 2년 이상 준비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교수 연구에 지장이 될 정도로 시간을 쏟을 수는 없다”며 “인증 절차를 간소화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다행스런 점은 KAIST도 공학인증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서남표 총장은 지난 7일 공인원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적으로 공학인증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다른 나라와 복수 학위 프로그램을 추진하다보니까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대학과의 복수학위 프로그램이 많아지다 보니까 공학인증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공학인증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대학들은 △인증을 받기 위한 업무부담 완화 △설계학점에 대한 요구 완화 △학위명칭의 자율화 △관료주의화된 공인원의 변화 등을 요구한다. 공학인증의 확대를 통해 대학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대학들을 설득하든지, 아님 대학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인증을 준비하기 위해 들여야 할 서류작업과 시간적 비용이 크다’는 지적이 가장 먼저 나온다. 특히 교수가 처리해야 할 서류작업이 부담스럽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공인원측은 공학교육 프로그램을 인증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조형희 공인원 대외홍보위원장(연세대 교수)은 “외국은 교수 1명이 1과목을 담당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지만, 교수 1명이 2~3과목을 강의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서류작업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학생 상담 내용을 기록하고, 학생들에 대한 정성평가 등을 담은 보고서 제출은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공인원 김명심 인증사업팀장도 “서류작업 중 불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경감하도록 노력하겠지만, 평가를 위한 실적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계학점에 대한 요구 완화’에 대해선 공학인증이 일반화 되면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성조 공인원 부원장(중앙대 교수)은 “미국의 경우 강의 자체에 실무교육이 녹아들어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18학점 이상의 설계학점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금은 정착단계라 명시적인 요구를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위 명칭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오히려 인증에 참여하는 학과(부)가 학위 명칭을 자유롭게 주지 못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의 경우, 지난해 4월 공인원측이 비인증 학생과 인증을 각각 ‘공학사’와 ‘기계공학사’로 구분해 줄 것을 요구해 인증 신청을 철회했다. 당시 서울대 관계자는 “학위 명칭은 학교의 고유 재량에 해당 한다”며 “공학인증에 참여하지 않은 전기공학부는 애초 ‘전기공학사’ 학위를 받고 있는 데 오히려 참여한 우리 학과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인원측은 “학위 명칭을 구분하는 것은 워싱턴 어코드 회원국으로서 지켜야할 기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문간 융합이 일반화 된다면 모를까 아직은 학위 명칭에 대한 원칙을 바꿀 수 없다는 얘기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9-09-14 오전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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