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자율화 시대가 개막된 지 2년이 돼 가지만 대학 자율화를 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대학들이 자율화에 걸맞은 책무성과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 6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대학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본지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대학들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점검, 대학들이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제시해 봤다.
■적립금 투자 손실 ‘초래’=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이 ‘전국 대학별 주식·펀드·투자상품 투자내역 및 손실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료를 공개한 12개 대학은 주식·파생상품에 총 1922억6000만원을 투자, 357억40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손실이 50% 이상인 경우에만 공개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 지침에 따라 투자 손실액을 공개하지 않은 대학들도 있다는 점을 감안, 실제 손실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손실액을 공개하지 않은 대학은 24곳으로 이들 대학은 주식·펀드에 2859억9000만원, 파생상품에 438억4000만원 등 총 3298억3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적립금을 주식·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근거는 정부가 2007년 말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적립금의 주식·펀드 투자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던 터라 이 같은 조치는 대학들의 재정에 숨통을 터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적립금 투자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개선책도 요구된다. 특히 적립금은 80~90%가 기부금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투자에 따른 손실은 곧 기부자의 돈을 잃는 셈이다. 여기에 대학들은 매년 등록금 문제와 더불어 적립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기부금을 이유로 적립금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들이 적립금을 투자,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은 이율배반적인 행위로 지적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민 의원은 “정부는 정작 손실 규모가 커지자 올해 3월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50% 이상 손실만 결산에 포함시키도록 해 사실상 손실을 축소·은폐한 의혹이 짙다”면서 “현재 적립금이 6조3000억원에 달하는 시점에서 대학들이 주식·펀드·파생상품에 투자할 가능성이 커 앞으로 대학적립금의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에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잠재력, 뒤로는 성적=입학사정관제는 기존 성적 위주의 선발에서 벗어나 잠재력·창의성·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그리고 정부와 대학은 이 같은 이유로 입학사정관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 사례이긴 하지만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내신우수자와 외고 출신을 우대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은 '2009학년도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에 의해 선발된 학생들의 내신등급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지원 사업 예산을 받은 40개 대학 중 입학사정관제로만 학생을 선발한 11개 대학의 442명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 입학생 442명의 평균내신은 3.36등급이었고 최고내신은 1.00등급, 최저내신은 7.34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홍익대 수시전형 입학사정관제 입학생의 평균 내신등급이 1.98등급으로 가장 높은 등급을 기록했다. 이는 한양대(3.02등급)와 중앙대(2.48등급)에 비해 월등히 높은 등급이다.
김선동 의원은 “홍익대 수시 입학사정관제 입학생 중 외고생 2명을 제외하면 평균은 더 올라가 1.91등급으로 나타나 고교내신등급 우수자를 우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홍익대는 수시·정시 모두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인원 71명 중 7명을 외고 학생으로 선발함으로써 외고 출신도 우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부산대의 경우 입학사정관제 선발인원 67명 중 외고 출신은 8명을 선발한 가운데 이 학생들의 내신등급은 평균 5.83등급으로 각각 7.34, 7.33, 7.32, 6.55, 5.91, 5.00, 3.89, 3.24등급이었다.
김 의원은 “8명의 외고생을 제외한 59명의 평균내신이 3.69등급인 점을 감안할 경우 부산대 역시 외고생을 우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국가 R&D 성과 도둑질=이번 국감을 통해 교수들의 비양심적 행위도 드러났다.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이 ‘2005~2008년 국가 R&D사업 특허등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립대 교수 12명·사립대 교수 30여 명 등 총 40여 명의 교수가 규정을 어기고 연구개발 성과를 자신 명의의 특허로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수행 결과로 얻어지는 무형적 결과물은 주관 연구기관 소유로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권 의원에 따르면 국가 R&D사업 성과를 개인 명의로 등록한 특허 중 53건은 현재까지 환원되지 않았으며 특히 이 중 국립대 교수 7명은 자신 명의 특허 등록 이후에도 정부로부터 국가 R&D연구사업을 추가로 수탁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