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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캠퍼스(3)친절]②장애학생 지원, 대학 "나 몰라라"
지원·규제 미비 교과부 태만, 이젠 예산까지 줄어
서울의 A대 정문 부근에서는 에스컬레이터 공사가 한창이다. 가파르기로 소문난 언덕길 때문이다. 그렇지만 새 에스컬레이터에 장애인용 리프트는 설치되지 않았다. 정문을 올라 바로 왼편에 자리한 입학상담실 계단에는 철제 삼각형 받침대를 붙여 놨지만, 장애인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2층 이상 올라가기가 힘들다. 법학관 오른편에 위치한 정보실은 아예 이용조차 못한다. 입구에 문턱이 있어서 휠체어가 올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2층으로 가는 길은 계단뿐이다. 지체장애인뿐 아니라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거의 없다. 이동 유도 안내 설비를 찾아보기 힘들 뿐더러, 교내 곳곳에 자동차들이 쉼 없이 지나가 자칫하다간 사고를 당하게 된다. 서울의 B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면과 1층이 바로 연결돼 있는 경영관을 제외하고 법학관, 경제관, 인문관은 계단을 통해 건물로 들어가야 한다. 장애인용 화장실과 세면대에는 손잡이가 설치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용 독서확대기나 컴퓨터 역시 미비한 실정이다. 대학과 정류장을 오가는 셔틀버스에는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 시설이 없다.


■ 장애학생에 불친절한 대학

대학이 장애학생에게 불친절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 짓는 건물은 첨단장비로 무장했지만, 정작 손길이 필요한 장애학생들은 외면하고 있다. 친절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대학 내 소수자인 장애학생에게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과부가 올해 4월 전국 192개 4년제·전문대학의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를 발표한 자료에서도 이런 현실은 그대로 드러난다. 192개 대학의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59.74점. 특히 ‘최우수’ ‘우수’ ‘보통’ ‘개선요망’ 등급 중 최하위인 개선요망 대학은 192곳 중 112곳이나 됐다.

장애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시설·설비는 50점 만점에 33.48점이었다. 재정투자가 필요한 교사 출입구 접근, 경사로 및 승강기 설치 등은 43개 대학(23%)만 ‘우수’이상으로 평가됐으며, 주 출입구 접근로와 장애인 주차구역, 주 출입구 턱 제거 등 매개시설의 65%, 화장실 등 위생시설의 57%, 체육관 66%, 기숙사의 56%가 보통 이하 수준이었다.

당시 평가위원이었던 강병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는 “휠체어나 목발 이용자에게 가장 기본적인 ‘접근성’ 부분이 제일 아쉬웠고, 시청각장애 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었다”면서 “대학이 수화통역사를 지원하거나 동료 학생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실정의 이면에는 교과부의 태만이 숨어 있다. 교과부는 3년마다 대학의 장애학생 실태를 조사하고 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우수한 대학에 대한 지원은 국공립대, 그 중 지원액의 50% 이상이 서울대에 쏠려 있다.

낮은 평가를 받은 대학에 대한 강제 규제가 없어서 사실상 대학이 교과부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해도 그다지 신경을 쓰질 않고 있다. 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강제 규제를 하게 되면 대학들이 장애학생의 입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우려된다. 정부 국고 지원 사업에 수치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장애학생 예산 삭감한 교과부

최근에는 장애학생에 대한 재정지원이 줄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장애학생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고, 지난 5월 장애대학생 도우미 지원보조금도 전년도 대비 4억원가량 줄어든 22억8300만원으로 편성됐다.

예산이 삭감하면서 1~3급 장애학생 지원은 대폭 줄었고, 특히 4급 장애학생에게 지원되던 보조금은 전액 날아갔다. 현재 전국 218개 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은 모두 3809명으로, 올해 도우미를 신청한 장애학생 수는 1741명에 달한다. 예산이 줄면서 올해 130명 정도가 도우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진영 활동가는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대학에 자율성과 경쟁·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예산이 깎였다”면서 “교과부에서는 정부정책 기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고, 지원도, 규제책도 없다 보니 대학이 지원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모습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게 장애학생지원센터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대학 내 10명 이상 장애학생이 재학할 경우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해야 한다.

그렇지만 10명이 되지 않는 대학의 경우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세우지 않고 있으며, 설사 10명이 넘어 장애학생지원센터를 마련하더라도 세부지침이 없어 전담직원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지원센터도 간판만 걸어놓거나 휴게실에 간판만 바꿔 단 경우가 허다했고, 장애학생회 밑에 형식적으로 배치만 해놓은 경우도 많았다.


  대학홈페이지도 장애인에게는 '불친절'

  장애학생들에 대한 불친절은 대학 홈페이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임해규 의원과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전국 13개 국공립대의 장애인 웹 접근성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공주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이 장애인이 사용하기에 불가능한 웹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상지)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13곳 중 단 1곳에 불과했다. 특히 강원대와 강릉대는 평균점수가 50점에도 못 미치는 ‘매우 심각’ 수준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규제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차별에 대한 ‘적극적 조치 및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비장애인과 동등한 웹 정보 접근권을 가질 수 있도록 사용성과 편의성을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특히 국공립대는 올해 4월 11일자로 이미 웹 접근성 의무화를 적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준수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임 의원은 이에 대해 “민간 대학들의 웹 접근성 수준 향상을 위해서라도 국공립대학가 모범을 보여 대학들의 차별 없는 홈페이지를 제공해야 한다”며 “홈페이지 재개발, 리뉴얼 시 전문기관을 비롯한 장애인단체와의 진단을 통해 실제적인 웹 접근성 향상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움의 손길,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장애학생에 대한 관심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몇몇 대학이 눈에 띄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방법을 알리는 가이드북과 학습동기 유발 프로그램, 장애 체험 등은 다른 대학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가이드북 발간=단국대는 장애학생을 위한 교수·학습지원 방법 및 각종 지원서비스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을 교·강사용과 장애학생용의 핸드북 형태로 발간해 행정직원, 장애학생, 교·강사에게 배포해 활용하고 있다.

  ◆장애학생에 동기부여=전남대는 장애학생들을 위해 해외 선진국가의 장애인 정책 및 문화유산 체험, 시민들과 교류하는 챌린지 마인드를 연 1회 실시한다. 이와 함께 역량강화 캠프, 자기건강관리 프로그램, 영어학습 증진 프로그램 등 프로그램도 운영해 학업 중도탈락 방지와 능동적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하고 있다.

  ◆장애학생 지정제=한국성서대는 강의계획서에 장애학생 좌석 지정제, 장애유형별 특성을 명시하는 등의 장애학생을 위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학생동아리 활동 전에 특수교육 전공교수가 장애 이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또한 매 학기 개강 전후에 연 4회의 교직원 장애 이해 연수를 시행한다.

  ◆장애학생 동아리 지원=한국체육대는 장애학생들이 적성과 욕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휠체어농구, 휠체어댄스, 좌식배구 동아리를 학교 정식동아리로 승인 및 개설해 비장애학생들도 함께 동아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9-10-23 오후 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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