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대학에 연예인 교수가 몰리고 있다. ‘갈갈이’로 유명한 개그맨 박준형이 올해 경인여자대학 방송연예과 전임교수로 임용돼 내년부터 강의를 시작하며, 가수 소찬휘도 대경대학 전공교수로 내년부터 강단에 서게 됐다.
연극영화과나 방송연예과, 실용음악과 등 예체능계열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강의를 시작한 개그맨 남희석은 대경대학 방송MC과 교수로, 가수에서 자동차 판매왕으로 거듭난 같은 대학의 김민우도 자동차딜러과 교수로 대학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타리스트 손무현이 한양여자대학 실용음악과 교수로 있고, 가수였던 같은 과의 장혜진은 올해 겸임교수에서 전임교수가 됐으며, 가수 조규찬도 현재 이들과 함께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이 밖에 영화감독 이명세와 연기자 방은진 등도 서울예술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전문대학의 연예인 교수에 대한 시각은 ‘홍보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연예인에게는 ‘교수’라는 직함이 이미지 향상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고, 대학에서는 이들을 영입해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전문대학이 연예인을 교수로 채용한 후 강의를 부업으로 생각하는 교수들 때문에 학생들의 원성을 듣곤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몇몇 전문학교와 사이버대 등이 전문대학을 모방해 레이싱모델 등 검증되지 않은 연예인을 무분별하게 채용한 후 이를 내세워 홍보활동을 벌여 비난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대학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차츰 줄어들면서 실력 있는 연예인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인여자대학은 박준형 교수 임용과 관련 “방송연예과를 신설하면서 채용했다. 홍보를 노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존 방송 관련 12개 과를 올해 26개 과로 늘리면서 방송 트렌드에 맞춘 전문인력을 양성할 실무전문 교수로 맞았다는 설명이다. 김동욱 대외협력홍보팀장은 “박준형은 ‘개그콘서트’의 주축으로 활동하면서 아이디어도 많이 내는 등 그동안 역량을 인정받았다. 현재 기획사와 소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면서 “홍보를 위해서라면 여자 탤런트를 채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박준형은 실질적으로 대학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채용했다"고 말했다.
김건표 대경대학 홍보실장 역시 소찬휘에 대해 “실력 있는 보컬을 키우는 데 적임자라 채용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전체 교수 316명 중 실무 교수가 30% 정도 된다. 실무 교수라 해도 채용의 우선 조건은 ‘수업을 잘할 수 있는가’이고, 다음 조건으로는 ‘학생 교육에 열의가 있는가’였다. 지방대학이기 때문에 연예인 교수를 영입한다 해도 사실상 간판효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특히 올해 교수 강의평가에서 학과 1위를 차지한 남희석 방송MC과 교수를 들어 “교수로 임용된 후 매일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서 하차했고, 수업 하루 전날 내려와 수업 준비를 하며 1년 동안 수업에 한 번도 빠지지 않는 등 각오가 상당했다. 그러다 보니 학생만족도도 높았다”면서 “전체 316명의 교수평가를 1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단순 홍보효과 때문에 교수를 임용했다면 문제가 금방 드러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가수이자 작곡가였던 손무현 한양여자대학 실용음악과 교수도 “실제로 수업을 해 보니 학생들의 평가가 생각보다 냉철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임용되는 순간 ‘이젠 연예인이 아니라 교수’라는 다짐을 했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기에 살아남았다고 생각한다. 교수가 돼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학생들의 평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이와 관련해 “같은 과의 장혜진 교수도 3년 동안 겸임교수로 지내다가 올해 초 전임교수로 임명됐는데, 여성 보컬 지도가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희석 교수 역시 실력을 평가 받은 것이라고 본다. 연예인이니까 잘 가르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