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경기침체가 소득감소와 높은 실업률로 이어지면서 빚어진 사태다. 금융위기의 근원지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학자금 대출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지만 등록금은 오히려 오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美·英 학자금 대출 규모 크게 증가해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이 지난해보다 25%가량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은 2008-09학년도에 751억달러(한화 약 88조4천억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이같은 대출증가는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던 1994-95학년도의 17%를 훌쩍 넘는 수치다. 로버트 샤이어먼 미 교육부 차관은 “학자금 대출 수준이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며 대출증가 규모에 우려를 표했다.
미 정부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체 대학생 중 3분의 2가 대학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로 해결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부채 규모는 2만3186달러(한화 2730만원)에 달한다.
영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디언>은 최근 대학생들이 평균 2만3000파운드(한화 약 4400만원) 정도 빚진 상태로 졸업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2년보다 약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가디언>은 “영국 대학생들은 과거 ‘대출금 없이’ 졸업해 고소득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보장됐다”면서 “이는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과거 얘기가 됐고 현재 학생들은 대출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취업 전망도 어둡다”고 덧붙였다.
영국 브루넬대 상담연구소장인 루스 박사는 “학·석사과정 학생들이 최근 돈에 대한 초조함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수가 급증했다”며 “학생들이 대출금 때문에 우울증, 사회적 관계 불화 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루스 박사는 특히 “석·박사과정 학생들은 파트타임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등록금 외에도 생활비 때문에 빚이 더 커지고 있다” 덧붙였다.
가구디자인 관련 학·석사를 모두 취득한 에밀리 마틴 씨는 학사과정을 마칠 때 이미 2만5000 파운드(한화 4600만원)의 빚을 졌다. 졸업 후 직장을 구하는 데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느낀 마틴 씨는 석사 학위를 취득키로 결정했다. 마틴 씨는 “석사 과정을 거치는 동안 빚더미에 올랐다”며 “그간 등록금으로 인해 초조함과 불면증에 시달려 현재 입원할정도로 몸이 아프고 직업도 없다”고 밝혔다.
■학자금 대출 증가에도 등록금은 오히려 더 올라 = 학자금 대출 증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지만 오히려 대학 등록금은 오르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학자금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등록금은 오히려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학생들이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내면 대학이 학생들이 등록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측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 높은 등록금을 책정함으로 인해 학생들은 더 많은 금액을 대출하게 되고 대학은 등록금을 더 인상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대표적인 정부 학자금 융자 프로그램인 스태포드론(Stafford loans)의 경우 올해 학부생 대상 대출상한선을 지난해 2만3000달러(한화 약 2700만원)에서 3만1000달러(한화 약 3600만원)로 높였다.
미 대학등록입학처협회의 바르막 나시리안 전무는 “정책 입안자들이 비싼 등록금 자체를 해결하지 않고 학자금 대출을 더 쉽게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등록금이 물가인상률의 두 배 가까이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고등교육공공정책센터의 ‘대학 등록금에 관한 연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학 등록금은 지난 1982년부터 2007년까지 25년간 무려 439%라는 엄청난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중산층 가정의 수입 증가율 147%보다 약 3배 높은 수치다.
패트릭 콜랜 미국 고등교육증진센터장은 “만약 이 같은 상승세가 향후 25년 동안 다시 한 번 벌어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비싼 등록금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 미국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국가 위기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 내 한 교육기관이 발표한 ‘대학비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국립대 등록금은 중산층 가정 연소득의 28%에 달했다. 사립대 등록금은 중산층 연소득의 76%에 달하는 액수였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자녀를 국립대에 진학시키려면 소득 중 3분의 1을, 사립대에 보냈을 경우 4분의 3을 등록금으로만 쏟아 부어야 했다는 말이다.
한편 영국도 등록금 인상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CBI(Confederation of British Industry, 영국기업연합)은 대학 등록금을 연 5천 파운드(한화 970만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안해 논란의 불씨를 붙였다. 또한 CBI는 대학 재정 회복을 위해 학자금 대출 이자는 높이고 장학금은 줄이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