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사회

목록
프린트 스크랩
대학가 ‘기부천사’ 늘고 있다
소액 발전기금 기부 문화 확산
지난 2005년 영남대 특수체육교육과 교수와 시간강사 등 13명은 각각 매월 10만원씩 최소 10년에서 최장 31년까지 후배들 장학금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서를 대학 측에 전달했다. 4년이 지난 10월 현재 이 기부에 동참한 사람은 8명이 늘어 21명이 됐다.

기부 아이디어를 냈던 박기용 교수는 “작은 돈이지만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어 흐뭇하다”면서 “새로 오는 교수들도 자연스럽게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는 백마디 말보다 한 번 실천이 더 중요하다”면서 “장학 혜택을 받은 학생들도 졸업 후 취업해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에 소액의 발전기금을 납부하는 ‘기부천사’들이 늘고 있다. 영남대 박 교수의 사례처럼 부담 없는 소액을 오랫동안 납부하거나 퇴임을 앞둔 교수가 거액을 기탁하기도 한다. 얼마 전 10억 원을 후배들 장학금으로 기탁한 아주대 김용득 전자공학부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안하길래 기부했고, 이게 자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내는 거액의 돈에 비하면 액수는 초라하지만 기부문화의 저변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들이 모금한 발전기금 중 개인 기부액이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제위기속에서 기업 기부는 움츠려 들었지만 개인 기부가 버팀목이 됐다. ‘돈 많은 사람이 거액을 내놓는 것이 기부’라는 생각도 바뀌면서 대학들도 각종 캠페인을 통해 소액 기부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 전체 발전기금(단과대·연구재단 기부 제외) 중 개인 기부액이 46.71%에 달했다. 5년 전인 2003년 19.38%에서 2배 이상 확대됐다. 이들이 낸 누적 금액도 2003년 26억8839만원에서 2008년 420억6515만원으로 5년 만에 16배가량 커졌다. 100만원 미만의 소액 기부 참여자 수는 2002년부터 3년간 1234명에서 2006년부터 3년간 3324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100만원~1000만원 기부자도 621명에서 2486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기부 금액은 적지만 대다수 대학들의 개인 기부 건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숭실대의 경우 지난 2005년 개인 기부 건수는 499건이었지만 지난해 2066건으로 3년 만에 4배나 확대됐다. 숭실대 대외협력팀 윤형흔 팀장은 “올해 초 ROTC 임관한 생도 48명이 급여에서 1만원씩 내기로 하는 등 소액 기부 건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도 2005년 2000여 건에서 지난해 3000여 건으로 늘어 연간 330여 건씩 증가하는 등 소액기부자가 늘었다. 성균관대 발전기금 담당 김형일 계장은 “소액기부자들은 나중에 더 큰 기부를 할 수 있는 잠재 기부자들이므로 중요하다”면서 “소액기부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 121억여 원을 모금해 지방 사립대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한 영남대의 경우도 소액기부자 수는 2005년 1089명, 2006년 1475명, 2007년 2540명으로 확대 추세다.

이처럼 소액기부자가 증가하면서 각 대학들은 발전기금 전담 부서를 정비해 고액 기탁자 위주가 아닌 소액 기탁자 공략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아주대는 올해 초부터 졸업생 한 사람이 1달에 1만원씩 기부하는 ‘111 켐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주대 김형근 대학발전팀장은 “1만원이면 직장인들 커피 한잔 값이라 부담이 크지 않고 돈 많은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이 기부한다는 개념이 바뀌었다”면서 “동문 4만3000명 중 3%만 내도 1년에 1억4000만원이 된다”고 말했다.

아주대는 특히 동창회 소모임을 공략해 동문들의 소액 기부를 이끌어내고 있다. 동문 모임 일정과 소식 등을 회원들에게 전화로 알려주는 이른바 ‘소모임 서비스’다.

김 팀장은 “소모임에서 동문 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일일이 전화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동문 모임에 도움도 주고 동문들과 접촉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2010년까지 3000억원 모금을 목표로 벌이고 있는 ‘비전2025’캠페인의 주요 타깃을 개인 기부자에 맞췄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현재 목표 금액의 80%를 이미 달성했다.

서울대는 특히 지난해 경제 위기에 따라 기업들이 발전기금 기부가 움츠려든 상황에서 역대 최대의 모금액을 기록한 이유는 개인 기부자 증가 때문이었다. 서울대 발전기금 관계자는 “2008년 경제위기에도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한 건 개인 기부 증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개인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와 법적 지원책이 요구된다. 대학발전기금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강대 권영일 발전기금팀장은 “개인 기부는 기부 문화 저변 확대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면서 “정치기부처럼 세액공제가 필요하고, 공제한도도 100%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9-11-11 오후 12:25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