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엔 MBA 출신들이 금융권이나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지만 현재는 창업을 한다거나 공적분야·NGO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대학평가기관 QS사의 아시아 태평양지역 마케팅 총괄 담당인 시모나 비조제로 씨의 말이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금융권에 다수 포진됐던 MBA 졸업생들이 이처럼 자신의 진로를 다양화하는 이유는 사상 최악의 실업한파 속에선 MBA 학위가 더 이상 ‘취업 보증수표’가 아니기 때문.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두자릿 수를 돌파할 정도로 심각하다. 미국 노동부는 10월 실업률이 10.2%를 기록했으며 한 달간 19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실질실업률은 1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월간 실업률이 10%를 넘은 것은 지난 1983년 이후 26년 6개월 만의 일이다.
일자리의 절대적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MBA 학위도 더이상 취업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다.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당연시 했던 MBA 졸업생들은 현재 여러 분야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MBA 출신 ‘백수’ 16.5% = 미국 고용시장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MBA 출신자들도 경기침체의 한파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미국 톱30 MBA 졸업생들의 미취업 비율이 16.5%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특히 와튼스쿨
<사진 위>과 미시간 로스비즈니스스쿨, 듀크푸쿠아 등 명문 MBA스쿨의 미취업률은 더욱 높아 20%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명문 MBA를 졸업해도 5명에 1명이 백수라는 뜻이다. 미취업 비율은 MBA를 취득한 후 3개월간 어디에도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 비율을 뜻한다. 지난해 MBA 졸업생 미취업 비율은 5%에 불과했다.
로잔 호리 노스웨스턴 켈로그스쿨 취업 담당 국장은 “미국의 22개월 연속 일자리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실업률이 두자리 수를 돌파한 지금은 최악의 취업난”며 “MBA 출신자들도 이제 다양한 진로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뉴욕대 스턴스쿨을 졸업한 애덤 로젠버그 역시 “톱10 MBA를 나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밝혔다.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예전만큼 ‘제 값’을 받지 못한다. 톱30 프로그램 졸업생들이 올해 받은 초임 연봉은 9만6500달러로 지난해 9만8000달러보다 1.5% 줄었으며 보너스 역시 감소했다. 연봉이 늘지 않은 것은 지난 2001년 IT 버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금융위기의 진원지이자 MBA 졸업생들의 무대였던 월가의 ‘보너스 잔치’에 비난을 쏟아내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MBA 출신자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가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접는 졸업생도 늘고 있다.
워싱턴대 올린 MBA의 마크 브로스토프 웨스턴커리어센터 대표는 “월가 일자리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다른 분야의 직업도 알아봐야 한다”며 “올해 졸업생 중 31%가 제약업계, 바이오테크 산업 등에서 직장을 구했다. 이는 지난해 18%에 비해 급증한 수치”라고 강조했다.

■MBA 졸업생, 창업·공무원 등 금융권 탈피 = MBA 졸업자들은 현재 창업을 준비하거나 중소기업 인턴직까지 지원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MBA 졸업 시점에 맞춰 창업을 준비하는 재학생들이 최근 대폭 증가했고 보도했다.
라이스대 관계자는 “매년 실시하고 있는 창업 자금 지원 프로젝트에 올해 총 344명이 신청해 지원자 수가 전년 대비 무려 45%가량 증가했다”며 “신청자 중 42명을 최종 선발해 총 80만 달러(한화 약 10억 7300만원)의 창업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록산 호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MBA 취업지원과장 역시 “창업에 관한 문의를 해오는 학생들이 최근 많아졌다”며 “MBA 과정 이수 후 투자·금융회사 등에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학생들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이외에도 예전엔 쳐다도 보지않던 중소기업 인턴자리까지 지원하고 공무원이 되려는 MBA 졸업생들도 늘고 있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사진 위> 관계자는 “올해 MBA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들 중 상당수가 지역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며 해당 기업의 경영전략 수립을 돕고 있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월가의 투자 금융기업 인텁십에 참여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메릴랜드대 MBA 관계자 역시 “MBA 출신 구직자들이 공직으로 몰리고 있다”며 “올초 정부가 메릴랜드대에서 개최한 채용행사에는 지난해의 10배가 넘는 1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