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환 칼럼
국회는 소득불평등 해소 앞장서라
4대강사업 등 불필요한 SOC예산 대폭 삭감해야
국회의 내년도 예산 심의가 시작됐다. 예산통제는 국회의 핵심적 권한이지만 동시에 국민들에게 지는 중요한 책임이기도 하다. 모든 정책과 사업은 법률·제도·조직·사업담당 인력에다 돈이 있어야 추진되기 때문이다. 국회는 예산심의를 통해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업을 막아 내고 국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할 정치적 책임이 크다. 무엇보다도 4대강 예산 대폭 삭감, 감세 철회, 복지지출 확대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4대강사업의 문제점은 거의 다 드러났다. 홍수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사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를 4개월 만에 졸속으로 해치웠고, 정책평가도 받지 않았다. 소요예산을 여러 부처의 기존 예산항목으로 숨겼고, 전체 비용의 절반 가까이를 수자원공사에 떠넘겼다. 전문가들은 4대강사업이 대운하사업의 전초사업으로서 수질을 악화시키고 홍수 피해를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국민들도 이제는 문제점을 깨닫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난 9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4대강사업 본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데 대해 ‘사업효과가 의심되므로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56%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 30%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지난해 국회에서 올해 4대강사업으로 배정한 예산은 8000억원뿐이다. 그런데도 며칠 전 보 건설 등 4대강사업의 주요 부분을 일제히 착공했다. 청와대는 꼭 해야 할 사업으로, 예산 통과를 전제로 추진하는 것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이야말로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무력화하고 부정하는 행태다. 정부 계획으로는 내년에 7조7000억원, 2011년 6조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 복지재정지출 확대의 필요성도 절실하다. 외환위기 후 양극화와 소득분배 불평등이 크게 심화됐다. 출산율은 1.13으로 선진국 평균 1.54명에 비해 크게 낮다.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상위권 대학 입학 열풍도 지나친 양극화의 압력 때문이다.
사회 밑바닥에 빠지지 않으려고 고등학교 졸업생의 83%나 대학에 진학하지만 졸업해도 모두가 좋은 일자리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자살자 중 노인비율이 30%로 치솟았다. 노후 불안 때문에 국민들은 평균적으로 소득의 12%를 생명보험료로 내고 있다. 노인 의료비는 2002년 총 진료비의 21%에서 올해는 30%로 늘어났다. GDP에서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내년에 6.3%, 2015년 7.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출산 및 자녀양육에 대한 지원은 GDP 대비 0.4%에 불과해 OECD 평균 2.3%로 올리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크게 늘려야 한다.
북유럽 복지 선진국의 시장소득 불평등은 한국에 못지않다. 그러나 북유럽 각국은 조세와 사회보장분담금 징수, 현금급여와 현물급여 등을 통해 고소득층에 부담을 많이 지우고 빈곤·저소득층이 혜택을 많이 입도록 해 최종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스웨덴의 경우(2000년 자료) 가계 시장소득의 지니계수는 0.395인데 현금급여와 소득세, 사회보장분담금 납부효과가 반영된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는 0.237로 내려가고, 여기에 현물급여 효과까지 포함시킨 최종소득의 지니계수는 0.144로 뚝 떨어진다.
반면 한국의 경우 필자가 2008년 가계동향조사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추정에 의하면 시장소득 지지계수는 0.393에서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0.354, 최종소득 지니계수 0.33으로 전체적으로 15% 정도 떨어질 뿐이다.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취약하니까 각자 살길을 찾아 발버둥치는 것이다.
국회는 감세 정책을 중단시키고 4대강사업 등 불필요한 사회간접자본 건설사업을 축소해 그 재원으로 복지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의원들은 청와대와 정부의 요구가 아니라 다수 국민들의 바람에 따라 예산 심의를 해야 할 것이다.
장상환 칼럼 | 입력 : 09-11-16 오전 8:57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