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없는 북한의 대학 풍경 중 하나는 대학생 노력동원이다. 학비를 내고 공부하는 남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국가가 대학생들을 무료로 공부시키는 북한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대학생 노력은 가장 큰 국가 예비노력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애초에 대학과정에 동원기간을 포함시켜 놓았다.
남한 대학생들의 방학 기간은 4개월 정도 되지만 북한 대학생들의 방학은 여름 2주일, 겨울 3주일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을 노력동원시켜도 학업기간은 남·북 간 차이가 거의 없다.
북한 대학생들은 농사일, 국가적으로 급히 필요한 각종 건설, 행사에 동원된다. 1968년 평양에 큰 수해가 났을 때 수해복구에 동원된 것도 대학생이었고 1989년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평양시 대규모 건설 사업을 진행할 때도 대학생들이 많은 몫을 맡았다. 지금은 중학생 위주로 집단체조를 하지만 처음 북한이 집단체조를 시작할 때는 대학생들이 동원됐다. 현재 퍼레이드 행사에서 율동대열 역시 대부분 대학생들이 맡는다.
북한 대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동원되지만 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농촌동원이다. 남한에도 대학생들의 농촌활동이 있다고 하지만 북한의 농촌동원에 비하면 꽃놀이다. 북한 대학생들의 농촌동원은 자원이 아니라 의무며 노동 강도도 높다.
봄철 동원은 5월 초부터 6월 초까지 보통 한 달 남짓 진행되며 농사일이 많이 늦어지면 국가적인 조치로 날짜가 연장된다. 농사가 잘되어 걷어들일 노동력이 부족할 때면 가을에도 동원된다. 농촌동원 기간 노동자, 사무원, 중학교 학생들은 주로 사는 지역 주변의 농장에 동원되지만 대학생들은 노력이 가장 부족하고 교통이 불리한 지역으로 보낸다. 특히 황해도의 연백벌이나 평안도의 재령 나무리벌 숙천 평야 같은 곳은 대학생들의 고정 담당지다.
교통이 열악한 북한에서는 농촌동원을 위해 별도로 기차를 편성해 운송하는데 떠나는 날이면 대학 간부들이 나오고 나팔을 불고 방송차를 들이대고 방송을 하는 등 환송식으로 역전이 떠들썩해지곤 한다. 현지에 도착하면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학부별·소대·중대별로 제정된 마을로 실어다주고 농장에서는 몇 명씩 농가 윗방에 숙소를 잡아 주고 부엌이 넓은 집을 식당으로 정해 공동식사를 하게 한다.
바쁜 농사철에는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어 해가 뜨면 벌에 나가고 해가 져야 집에 들어오며 10일에 한 번인 휴식일도 모내기철에는 무시된다. 북한에서 농장원들의 노력은 공수로 계산하는데 대학생들도 작업 수행량에 따라 공수를 받아 국가에 바쳐야 한다. 이전에는 대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요구되었지만 최근에는 공수를 번 것만큼 국가에 바쳐야 하기 때문에 농장에서 공수통제를 엄격하게 한다.
대학에서는 모내기 전투 지휘소를 차리고 대대·중대·소대 간의 경쟁을 조직해 노력동원을 추동한다. 농촌에 가면 일은 많고 노력은 부족하다. 동원되어 조금 지나면 대학생들은 동원 나온 사람이 아니라 주인이 된다. 모내기가 늦어지면 농장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속이 달게 된다. 모뜰 인원이 없으면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밤늦게까지 횃불을 켜놓고 모를 떠서 보장하고 써레질이 늦어지면 함께 새벽일을 하는 등 누가 주인인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한다.
대학생들은 농촌에서 사상혁명, 문화혁명도 하라고 요구받기 때문에 마을 청소도 하고 회칠도 하며 농장 벽보나 속보도 발간한다. 농장원들도 여유 없는 살림이지만 대학생들에게 별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작업복도 빨아 주는 등 서로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시장화되면서 대학생들의 의식도 많이 변해 동원되는 대학생들의 충성심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일도 이전처럼 잘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각종 편법을 이용해 동원에 빠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또 행정기관들에서는 국가노력동원 이외에도 잡다한 일에 대학생들을 동원시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북한의 대학생 노력동원 시스템은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능률적이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학생들을 혁명화하고 현실을 알게 하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
 ■ 현인애(52) 전 교수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철학부를 졸업했으며 함경북도 청진 모 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04년 탈북했다. 현재 탈북 지식인들의 모임인 (사)NK지식인연대 부대표, 계간지 '북한사회'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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