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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캠퍼스(4)윤리]②학습윤리에 무관심
리포트 베끼기 돈주고 논문 대필 등 예사
일부선 연구윤리 서약서 제도 등 도입
인터넷 윤리 교과목 개설 추진키도
인터넷에서 돈을 주고 산 리포트를 과제물로 제출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른 사람의 리포트를 제목만 바꿔 제출하는 등 학생들의 비윤리적인 행위가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윤리적인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연구윤리 뿐 아니라 학문 후속세대가 될 학생들의 학습윤리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표절 등 각종 부적절한 연구관행의 문제는 관행이자 습관이기 때문이다.

■ 윤리 교육은 항상 뒷전 = 대학들이 윤리 교육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윤리 교육은 항상 뒷전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된 ‘2008년 국내 연구윤리 활동 실태 조사·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년제 136개 대학 중 43.4%인 59곳만 연구윤리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난 2007년 1월 이전에 교육했던 곳은 7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45곳은 ‘황우석 사태’ 이후 연구윤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시작했다. 교육 대상자도 연구원이나 교수 대상이 45곳이었고, 학부·석사·박사 학생 대상은 29곳에 불과했다. 연구윤리 교육도 1회성 행사로 그치고 있다. 전문가 초청 강연이나 워크숍이 36곳(61%)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학부 전공이나 교양 과목으로 개설된 예는 모두 7곳에 불과했다. 전담 기구를 가진 대학도 16개(12%)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불만족스러운 분야는 연구윤리교육부분이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나 교육에 이용할 수 있는 실제 사례, 동영상 강좌와 같은 교육 자료 제공, 교육전문가 양성시스템이 보다 강화되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교내 윤리교육에 대해 “아무것도 없다. 교양강좌형식으로 만들어 놓고 애들은 들어와서 자고 한심하고 교육도 아니다”면서 “정규 교과목으로 넣어야 하지만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윤리활동지원사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학생 대상으로 ‘임의강좌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개인적으로 만들어서 수강생들에게 ‘생명윤리 관련 상담사 자격증’을 주고 있다”면서 “이걸 하는 이유가 정규 커리큘럼을 하려해도 아무도 받아들여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과제가 끝남에 따라 올해 2학기부터는 점심시간에 ‘프리런치’라는 형태의 모임을 통해 사례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투입된 돈은 1400만원 정도였고, 후속 강좌를 위해 학교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비용을 어떻게 할 지 고민하고 있다.

이 교수의 윤리 강좌를 지원했던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혜진 사무국장은 “전공과목도 많은데 윤리교육까지 해야 되느냐는 인식이 팽배해 정규과정으로 들어가기 어렵다”면서 “실험 과정에서 윤리 문제를 겪은 일부 박사과정 학생들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계속 고민해야 되는 문제고 이런 강좌가 마련됐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김미경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교수는 효과적인 교육방식이나 컨텐츠 개발 보다는 연구윤리에 대한 주제를 학생들과 구성원들이 자주 화두에 올리는 등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 윤리교육과 관련한 좋은 프로그램이 많지만 우리 환경에 와 닿는 사례로 함께 얘기하는 과정에서 윤리 의식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학내에서 자연스럽게 이와 관련해 논의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교육도 시급하다. 이수형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연구교수는 “가령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매해서 제출하는 사례가 많고 대학도 지금까지는 표절 등 글쓰기에 관대하게 처리되곤 했다”면서 “학부생들이 제출하는 리포트 등 글쓰기 문제는 연구의 마지막 단계인 논문쓰기로 이어지므로 이에 대한 교육은 연구윤리 확립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글쓰기 가이드라인을 확립하고 과제 부여를 신중하게 하는 것도 학생들의 연구윤리 의식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학생들이 부담스러우면 자연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면서 “막연한 주제나 일반적인 주제보다는 구체적이고 짧은 리포트를 요구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윤리교육 나선 대학들 = 일부 대학들은 연구윤리 교과목을 신설하고 연구윤리 서약서 제도 등을 도입하는 등 윤리교육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카이스트는 올 봄 ‘연구윤리 및 안전’이라는 온라인 교과목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필수 교과목으로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학점은 부여하지 않지만 졸업 요건으로 적용해 반드시 들어야 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학부생 358명을 포함해 모두 4253명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이 교과목은 특히 연구윤리 뿐 아니라 실험실안전, 성교육 등의 내용을 포함해 통합 교과목으로 개발한 게 특징이다. 카이스트는 올해 60점인 합격 기준을 2010년 70점, 2011년 이후 80점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학생들에게 연구윤리 서약을 받는 대학도 있다. 한양대는 지난 4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구윤리 서약서’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석.박사 학위 논문 제출시 ‘정직하고 엄정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학문적 진실성을 훼손하는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국·영문 서약서를 논문에 첨부해야한다.

가톨릭대는 지난해 2월 ‘대학생 학습윤리 가이드라인’이라는 책자를 발간해 신입생들에게 배포했고,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자에는 과제물 작성은 물론 협동 학습과 시험에서 출석에 이르기까지 대학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학습 활동 중에 발생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영역별로 정의하고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특히 ‘적절한 인용표기’나 ‘인용 자료의 표현을 왜곡하지 않았다’는 등 8가지로 구성된 ‘과제물 제출 전 체크 리스트’를 리포트 표지에 명기하도록 해 스스로 학습윤리를 점검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관계자는 “각각 30명인 A반과 B반으로 나눠 B반에만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리포트 표지에 작성하게 했다”며 “A반의 경우 20명이 표절한 리포트를 제출한 반면, B반은 10명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전.현직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한국대학총장협회가 방송통신위원회와 공동으로 '인터넷 윤리 심포지엄'을 개최한 자리에서 '인터넷 윤리 기본강령'을 선언하고 인터넷 윤리 교과목 개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터넷 윤리 기본강령’에는 △인터넷상에서의 상대방에 대한 배료와 존중 △인터넷윤리 실천의 책임 △인터넷상에서의 불법 행동 금지 △건전한 정보의 장으로서의 인터넷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건국대는 올해 2학기 각 분야별 100인의 강사가 100분간 강의하는 ‘KU100인 100강’이라는 교양필수과목 중 2개 테마의 강의를 ‘인터넷 윤리 교과목’으로 개설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100분짜리 강의를 20여개 정도 들어야하는 과목인데도 불구하고 정규과목이라서 그런지 200명이 넘는 학생이 수강신청하는 등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 윤리적인 글쓰기 기본 원칙 “내 생각, 남 생각 확실히 해야”>>

공부하는 과정에서 지켜야할 덕목을 ‘학습윤리’라고 한다. 이는 대개 교수와 학생, 또는 학생들 사이의 약속이자 규칙이므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려하고 공정하게 평가받아야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윤리를 지키는 글쓰기의 기본 원칙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글을 빌리는 경우에는 어디까지가 자신의 것이고 어디까지가 다른 사람의 것인지를 명백하게 밝히는 것이다. 인용을 통해 다른 사람의 공을 인정하는 동시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또 필요한 독자가 이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한다.

출처를 밝혀 인용했더라도 인용한 자료만으로 모두 채우는 것은 정당한 인용의 범위를 벗어난다. 반드시 내 생각이 글의 주된 내용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내 글에서 종속적인 부분이 되어야 한다.

자료의 출처를 밝힐 때는 자료를 만든 사람, 발표한 때, 제목, 만들어 낸 곳 등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인터넷 자료의 경우에는 URL 주소와 작성일 또는 최종 접속한 날짜를 덧붙이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또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와 토론하면서 그 사람의 중요한 아이디어를 쓸 때도 이를 정확히 밝혀주도록 해야한다. 예를 들면 ‘이 아이디어는 아무개와 토론하는 과정에서 함께 생각해 낸 것이고 도움을 준 아무개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는 내용을 주석으로 달아주는 것이 좋다.

인용이나 참고자료 표기의 구체적인 방법은 학문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한국사학회(http://hksh.koreanhistory.or.kr/wiz/user/hksh/m04_02.html), 한국사회학회(http://www.ksa.re.kr/학회지>원고작성요강), 한국언론학회(http://www.comm.or.kr/journals/howtowrite_5.asp), 한국정치학회(http://www.kpsa.or.kr/kpsr/menuplus1.htm)의 학술지 투고규정을 참고하면 된다.

올바른 글을 쓰기 위해서는 ‘표절’은 금물이다. 표절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공개돼있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 엔진을 활용해서도 표절 여부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올바른 글쓰기 방법을 익히고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이거나 누군가가 썼던 내용이지만 풀어쓰거나 요약할 때는 인용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특수정보나 일반적인 상식이라도 누군가가 썼던 표현의 경우에는 이를 반따옴표 등으로 밝혀줘야 한다.

조은희 조선대 생물학과 교수(연구윤리정보센터장)는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와 규칙, 사회적 책임이나 수업 진행과 과제물 작성, 발표, 시험에 대한 약속을 따로 정해두면 좋다”면서 “매 학기 수업 첫 시간은 학습윤리를 포함시키는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9-11-20 오후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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