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지금 대학은 평가 중이다. 1982년 대학교육협의회가 구성되면서 최초로 대학평가가 실시된 이후 언론사 등이 평가에 가세하면서 대학평가 결과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제는 국내 대학순위뿐만 아니라 세계 순위까지 발표되면서 우리나라 대학의 위상이 어느 정도 인지 한 눈에 알 수 있게 되었다.
대학평가가 더 위력을 발휘하게된 것은 대학정보 공시제도이다.
정부는 ‘대학 자체평가 및 결과공시 의무화’제도를 도입하여 대학들로 하여금 금년 말까지 자체평가결과를 공개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이제 각 대학의 상황은 정보공시 사이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이 공시정보를 조합하면 누구나 쉽게 대학평가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활발한 대학평가는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우선 대학들에 엄청난 자극이 되고 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대학의 실상이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대학들은 공시지표의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전반적인 대학운영의 개선과 연결되고 있다.
또한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도 그동안 막연한 짐작이나 세간의 평가에 따라 대학을 선택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증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대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평가는 보다 신중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우선 평가의 타당성(validity) 문제로서, 몇 가지 공통되는 지표를 가지고 다양한 학문분야와 구성원들을 포함하고 있는 대학 조직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학평가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양적 평가를 통해 순위를 매기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학에 따라서는 전체 수준과는 달리 특정 학과의 수준이 매우 높은 경우도 가능하지만 이를 반영하는 평가도 찾기 힘들다. 더구나 중요한 평가지표는 주로 계량화가 용이한 연구업적이나 교육 여건과 관련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연구업적만 해도 10편의 논문보다 단 하나의 논문이 더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평가에 반영되기 힘들다.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정작 더 중요한 교육성과는 평가하지 않는다. 성과지표로 겨우 포함되어 있는 것이 취업률인데, 취업률을 교육의 성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학생 숫자만 많으면, 그들이 한 국가 출신이라 해도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이 있는 대학보다 국제화 수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상황이 이러하니 평가결과에 대해 대학들이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으며, 시민들 또한 대학평가를 토대로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대학평가는 시민들의 합리적인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른바 정보부족으로 인한 시장실패(market failure)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하지만 만일 대학평가를 통해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게 되면 또 다른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평가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와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대학은 평가에 익숙한 기관이다. 주기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으며, 사회의 다양한 기관들에 대한 평가의 상당 부분도 대학의 구성원인 교수들이 담당해 왔다. 이런 만큼 대학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