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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좌교수 모시기, 대학마다 총력전
분야별 전문가 초빙
석좌교수 초빙, 정치색 경계해야

대학들이 전방위에 걸쳐 석좌교수 영입에 발 벗고 나섰다. 기존 석좌교수가 학계에서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석학이었다면, 최근 대학들은 정관계와 재계, 문화·체육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인사를 석좌교수로 앞다퉈 초빙하고 있다.


11월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학들이 석좌교수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석좌교수제도는 석좌기금과 교내 특별기금 형식으로 재원을 마련, 교육과 연구 활동, 산학 협동 등 대학 특성화 전략에 맞춰 운영된다. 석좌교수 자격은 ‘특정 학문 분야에서 업적이 탁월해 국내외 공적이 있거나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저명인사’로 규정된다. 특히 일부 대학의 경우, 규정까지 개정하면서 석좌교수 초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학은 KAIST다. KAIST는 지난 198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엘지통신과 코오롱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화상공학과 화학공학 분야의 과학자를 ‘석좌교수’로 초빙한 바 있다. 현재 KAIST에는 안철수 석좌교수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의하고 있다. 이 대학 권희복 교무팀장은 “KAIST가 지금까지 벤처 인력을 많이 양성해 왔고, 안철수 석좌교수는 ‘안철수연구소’라는 벤처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한 것을 높이 평가해 석좌교수로 임용했다”며 “안 석좌교수의 경영과 윤리적 기업의식을 학생들에게 심어 주고 공학과 경영을 접목하는 데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교내외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전문경영인이 석좌교수로 강단에 서는 경우도 최근 들어 늘고 있다. 포스텍은 11월 18일 강창오 전 포스코 사장이 석좌교수로 강단에 선다고 밝혔다. 철강연구와 관련 원천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을 위해 ‘철강대학원 포스코 기술혁신 석좌교수’ 제도를 신설, 첫 석좌교수로 강 전 사장을 임용한 것이다. 포스텍은 포스코 기술담당 임원 출신 퇴직자 가운데 기술역량이 탁월한 인물을 대상으로 포스코 추천과 포스텍 심사를 거쳐 총장이 최종 선임, 기술혁신 석좌교수를 선발한다. 이 대학 이해건 철강대학원장은 “석좌교수 제도 운영으로 기술전문 경영인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후학들에게 폭넓게 전수하게 됐다”며 “석좌교수 임용을 계기로 철강대학원과 포스코의 산학협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대와 전주대는 정관계 인사를 석좌교수로 임명한 사례로 꼽힌다. 동아대는 지난 3월 이재균 전 국토해양부 제2차관과 추준석 전 중소기업청장, 2004년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석좌교수로 초빙했다. 동아대는 ‘산학협력의 기회 증대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석좌교수 규정을 개정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전주대도 11월 12일 정학수 전 농식품부 차관을 석좌교수로 임용했다. 정 전 차관은 이 대학 문화관광학부 석좌교수 자격으로 내년 1학기부터 강단에 설 예정이다. 동아대 대학원 관계자는 “정관계 인사를 임용한 목적은 해당 분야의 충분한 경력과 경험, 전문성이 학과 발전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저명인사는 실무적인 강의를 바탕으로 강의의 질과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한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계 인사를 석좌교수로 영입, 입학사정관 자격으로 학생을 선발토록 한 대학도 있다. 한국외대는 이문열 석좌교수를 10월 17일, 글로벌인재전형의 구술면접시험에 면접관으로 위촉했다. 이 석좌교수는 “젊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며 “학생들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인성, 지원한 전공에 대한 이해도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고 말했다. 한편 이 석좌교수의 ‘세계명작 특강’ 강의는 수강 신청 5분 만에 정원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건국대는 김홍신 석좌교수가 11월 15일 ‘1박 2일’ 합숙심층면접에서 ‘대학생의 미래준비와 자기 경영법-인생에도 사용설명서가 있다’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김 석좌교수는 광운대 초청으로 ‘문화예술강좌’를 강의할 정도로 타 대학의 섭외 요청이 많다. 허용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이문열 석좌교수뿐만 아니라 김정길 석좌교수(전 법무부 장관)도 이번 입학사정관전형에 면접관으로 참여했다”며 “각 분야의 저명인사를 석좌교수로 영입하면 학교 위상도 높아지고 강의실에서 마주치는 학생도 의욕적으로 공부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사회 각 분야의 석좌교수 초빙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대학 인지도 상승과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KAIST 관계자는 “저명인사를 석좌교수로 영입하면 강의와 산학협동 분야에서 경쟁력이 크게 강화된다”며 “각 분야의 상징적인 인물을 석좌교수로 임용할 경우 언론 노출 빈도가 높기 때문에 대학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 홍보성이나 상징적 석좌교수 영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석좌교수 임용이 기본적으로 교수초빙 형식처럼 연구성과를 중심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에 학교 홍보 등을 위해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교양이나 현장성은 겸임교수를 통해서도 보완할 수 있는 만큼 석좌교수 영입에서 강화된 전문성 심사나 연구심사 등을 통해 대학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인사를 영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blinddance@unn.net) | 입력 : 09-11-30 오전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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