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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추천도서] '어머니의 발을 매만지는 기쁨'
탄줘잉의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할 49가지>
며칠전 설 연휴 때 차례를 지내기 위해 어머니를 뵈러 갔었다. 혼자 나름의 독자적인 리빙 라이프를 즐겨보겠노라고 싱글로 독립한지 이제 9개월. 일로 바쁘다고 일주일에 한번 집에 가서 어머니 얼굴 뵙기가 힘들다. 거의 한달에 한번 쯤이나 될까. 무심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개 일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어머니 계시는 집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피곤하다고 그냥 집에 들어가 쉬라는 게 어머니 말씀이다. 물론 그 속에 그래도 딸래미 얼굴보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배어있음은 말해 무엇하랴.

그렇게 자주 얼굴도 보여 드리지 못하다가 지난 추석에 이어 어머니와 며칠을 함께 지낼 수 있는 두번째 명절 연휴를 맞게 됐다.

워낙에 정갈하신 분이라 하루에 꼭 한번씩 쓸고 닦고 해야 마음이 편하신 어머니. 서구 미인형으로 생기셔서 젊은 날 인기도 많으셨다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유난히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것은 내가 어느새 서른을 넘기는 어른이 되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를 등뒤에서 그렇게 바라보다가 “엄마, 내가 발 마사지 해드릴께”하고는 어머니의 손을 이끌었다. “피곤할텐데 쉬지. 무슨 발 마사지냐?”고 하시던 어머니를 재촉해 눕혀 드리고 두 발을 내 무릎 위에 올려 잡았다. 각질로 거칠어진 안쓰러운 발. 나는 그 발에 크림을 듬뿍 바르고 힘 주어 누르고 비비고 열심히 문질렀다.

“넌 어디서 이런 걸 배웠냐?”피곤이 싹 가셨다시며 거짓말 안 보태고 날아갈 것 같다는 어머니. 별 것 아닌 발 마사지 한번으로 어머니를 이렇게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데 왜 그동안 그리하지 못해왔을까?

“요 며칠전에 텔레비전에서 책 소개를 하는데 그 책 제목이 ‘사는 동안 꼭 해야하는 마흔아홉가지’라고 하던가...”발을 매만지고 있는 내게 등을 보이며 누워계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책 얘기를 꺼내신다.

“그 마흔아홉가지 중에 넌 그래도 한가지는 했네. 거기서 말이다. 부모 발 닦아주고 만져주고 하는 것이 있다더라. 부모 발이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만져 본 자식이 몇이나 되겠냐?”

어머니의 그 말씀이 칼이 되어 가슴에 꽂혔다. 마음이 저리면서 그동안 무심했던 내가 참 몹쓸 자식이다 싶었다. 그렇게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어머니의 거칠어진 발을 만져보게 됐다.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할 49가지>의 작가 탄줘잉은 그 나름의 진지한 사유와 독특한 관점을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담아낸다.

시인 도종환은 이 이야기들 속에는 감동이 살아 있으며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감동 때문에 이 책을 천천히 읽어달라는 저자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하룻밤 새 다 읽어버렸다고 고백했다. 앞에서 읽은 이야기의 감동이 전염돼 뒷글로 이어졌고, 그 감동의 바이러스는 끊어질듯 하다가 다시 이어져 책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부모님 발 닦아드리기를 비롯해 영광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 고향 찾아가기,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외쳐보기, 두려움에 도전해보기, 경쟁자에게 고마워하기, 사람 믿어보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어보기, 남을 돕는 즐거움 찾기, 용서하고 용서 받기, 고난과 반갑게 악수하기, 사소한 것의 위대함 찾아보기 등 우리에게는 사소한 그러나 반드시 해야할 마흔 아홉가지의 할 일들이 남아있으며 그것을 하나하나 실행하면서 얻을 행복을 기대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제 곧 성년이 되는 대학 새내기들에게 그동안 노심초사 혹시 잘못 되지는 않을까 곁에서 보살펴주신 아버지, 어머니의 굳은 살 박힌 발을 씻기고 매만져 드리는 무한한 행복감을 조금이라도 빨리 맛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권한다. 혹시라도 너무 늦기전에.

윤지은 국장 기자 (alice@unn.net) | 입력 : 05-02-21 오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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