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개 일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어머니 계시는 집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피곤하다고 그냥 집에 들어가 쉬라는 게 어머니 말씀이다. 물론 그 속에 그래도 딸래미 얼굴보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배어있음은 말해 무엇하랴.
그렇게 자주 얼굴도 보여 드리지 못하다가 지난 추석에 이어 어머니와 며칠을 함께 지낼 수 있는 두번째 명절 연휴를 맞게 됐다.
워낙에 정갈하신 분이라 하루에 꼭 한번씩 쓸고 닦고 해야 마음이 편하신 어머니. 서구 미인형으로 생기셔서 젊은 날 인기도 많으셨다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유난히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것은 내가 어느새 서른을 넘기는 어른이 되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를 등뒤에서 그렇게 바라보다가 “엄마, 내가 발 마사지 해드릴께”하고는 어머니의 손을 이끌었다. “피곤할텐데 쉬지. 무슨 발 마사지냐?”고 하시던 어머니를 재촉해 눕혀 드리고 두 발을 내 무릎 위에 올려 잡았다. 각질로 거칠어진 안쓰러운 발. 나는 그 발에 크림을 듬뿍 바르고 힘 주어 누르고 비비고 열심히 문질렀다.
“넌 어디서 이런 걸 배웠냐?”피곤이 싹 가셨다시며 거짓말 안 보태고 날아갈 것 같다는 어머니. 별 것 아닌 발 마사지 한번으로 어머니를 이렇게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데 왜 그동안 그리하지 못해왔을까?
“요 며칠전에 텔레비전에서 책 소개를 하는데 그 책 제목이 ‘사는 동안 꼭 해야하는 마흔아홉가지’라고 하던가...”발을 매만지고 있는 내게 등을 보이며 누워계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책 얘기를 꺼내신다.
“그 마흔아홉가지 중에 넌 그래도 한가지는 했네. 거기서 말이다. 부모 발 닦아주고 만져주고 하는 것이 있다더라. 부모 발이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만져 본 자식이 몇이나 되겠냐?”
어머니의 그 말씀이 칼이 되어 가슴에 꽂혔다. 마음이 저리면서 그동안 무심했던 내가 참 몹쓸 자식이다 싶었다. 그렇게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어머니의 거칠어진 발을 만져보게 됐다.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할 49가지>의 작가 탄줘잉은 그 나름의 진지한 사유와 독특한 관점을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담아낸다.
시인 도종환은 이 이야기들 속에는 감동이 살아 있으며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감동 때문에 이 책을 천천히 읽어달라는 저자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하룻밤 새 다 읽어버렸다고 고백했다. 앞에서 읽은 이야기의 감동이 전염돼 뒷글로 이어졌고, 그 감동의 바이러스는 끊어질듯 하다가 다시 이어져 책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부모님 발 닦아드리기를 비롯해 영광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 고향 찾아가기,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외쳐보기, 두려움에 도전해보기, 경쟁자에게 고마워하기, 사람 믿어보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어보기, 남을 돕는 즐거움 찾기, 용서하고 용서 받기, 고난과 반갑게 악수하기, 사소한 것의 위대함 찾아보기 등 우리에게는 사소한 그러나 반드시 해야할 마흔 아홉가지의 할 일들이 남아있으며 그것을 하나하나 실행하면서 얻을 행복을 기대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제 곧 성년이 되는 대학 새내기들에게 그동안 노심초사 혹시 잘못 되지는 않을까 곁에서 보살펴주신 아버지, 어머니의 굳은 살 박힌 발을 씻기고 매만져 드리는 무한한 행복감을 조금이라도 빨리 맛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권한다. 혹시라도 너무 늦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