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캠퍼스 운동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아이디어’와 ‘실천’이 중요하다. 환경을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에코캠퍼스를 뿌리내리게 한다.
숙명여대 환경봉사단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2006년부터 ‘캠퍼스와치(Campus Watch)’ 활동을 펴고 있다. 저녁 8시 이후 학내 강의실을 점검해 켜져 있는 기자재와 강의실 전원을 끄고 있다.
◀숙명여대 환경봉사단24명의 봉사단원이 4인 1조로 나뉘어 월·수·금 저녁 8시부터 학내를 순찰한다. 순찰코스는 정문 앞 명신관을 시작으로 제2캠퍼스 과학관까지다. 이들이 교정을 돌며 켜진 전등의 스위치를 모두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여. 이들은 누가 시킨일이 아님에도 자발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가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환경봉사단은 올해로 6기를 맞았다. 하지만 기수에 상관없이 꾸준히 활동하는 학생도 있다. 3기 박혜인(의류학과 3)씨는 “캠퍼스 와치 활동이 하고 싶어서 4기째 하고 있다. 학교를 위해서도 좋고,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조그만 실천이 변화를 낳고 있다. 환경봉사단을 먼저 알아보고 불을 끄고 가는 학생들이 점차 늘면서 이들이 내려야 할 스위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5기 강성휘(화학과 4)씨는 “작년엔 빔 프로젝터가 많이 켜져 있어 리모콘 4개를 종류별로 들고 다녔는데 요즘은 2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뿌듯해 했다.
아이디어로 캠퍼스를 바꾸는 학생들도 있다. 건국대 경제봉사동아리 ‘SIFE(Student In Enterprise)’는 지난해 6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스쿨오브록(綠)’을 만들었다. 학생 9명으로 구성된 동아리 내 ‘환경 분과’인 셈이다.
‘스쿨오브록(綠)’은 팀이 구성되자마자 캠퍼스 환경변화에 나섰다. 현재 건국대 캠퍼스 내에 설치된 분리수거함은 상당수 이들에 의해 설치된 것이다. 건국대 총무팀 직원 안광오씨는 “기존에는 분리수거함이 따로 없었는데, 학생들 제안으로 처음 35개의 분리수거함을 설치했다”며 “내년에는 40개 정도를 더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의실마다 에너지 절약 이용수칙을 단 것으로 이들이다. 교내 강의실·화장실·도서관 등 2500여 곳에 에너지 절약을 위한 강의실 이용수칙을 달자고 제안, 학교측으로부터 800만원의 지원금을 이끌어 냈다.
건국대 스쿨오브록(錄)▶
이용수칙엔 강의실 사용후 기자재 전원을 꺼달라는 당부와 함께 ‘캠퍼내 일일 에너지 소비량 1500만원’ 등 에너지 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엔 ‘2009 UNEP(유엔환경연합) 에코캠퍼스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을 받아 지난 7일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기회도 가졌다. 이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감축한 온실가스만큼의 혜택을 돌려주는 ‘에너지 인센티브제’다.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온 이들은 이를 학교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학교측과는 단과대별로 목표치를 정해 전기·물·가스 사용량을 줄인 만큼 복지예산으로 돌려받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김도언 스쿨오브록팀장(소비자정보학과 2)은 “2010년까지는 꼭 인센티브제를 제도화 시켜서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실질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대학에선 90년대부터 ‘녹색바람’
美 152개 대학 총장 ‘기후변화 위원회’ 구성
일본·독일선 캠퍼스 자체가 에너지 재생시설
해외 대학의 에코캠퍼스 운동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대학 구성원들이 일정부분 불편함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 절감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이제는 경쟁적으로 에코캠퍼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는 지난 2000년부터 ‘녹색캠퍼스 대출펀드’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교직원·학생들이 절감한 에너지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하버드대는 이를 통해 2년간 6726 tCO₂(이산화탄소 톤), 17만3000배럴의 물, 90톤의 폐기물을 줄였다. 총 89만9000달러(한화 10억3900만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절감한 것이다. 하버드대는 오는 2016년까진 탄소배출량을 2006년(58만444tCO₂) 수준의 70%로 감축한다는 목표다.
미국의 친환경 캠퍼스 운동은 152개 대학 총장들이 ‘미국 대학총장 기후변화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가속화됐다. 2007년부터 가동된 위원회는 현재 465개 대학 3500개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또 민간 환경연구단체인 ‘시에라클럽(Sierra club)’에서는 135개 미국 대학을 대상으로 친환경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이 단체가 △쓰레기 관리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 △학술 분야 등을 평가한 결과 콜로라도대, 워싱턴대, 미들베리대, 벌몬트대, 아틀란틱대 등이 A+의 성적을 받았다.
친환경 대학순위 1위를 차지한 콜로라도대(Colorado University)의 교내 레스토랑에서는 식자재의 90%를 지역에서 구매하고 있다. 유통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 학내 모든 1회 용기는 100% 재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재사용 가능한 물병 △무료버스카드 △무료자전거대여 등을 지원해 친환경 캠퍼스생활을 유도하고 있다.
‘자전거 타기’는 콜로라도대를 비롯해 미국 대학들이 선호하는 탄소절감 대책이다.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대에선 교내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했다. 학생들에겐 할인된 가격으로 자전거를 구입할 수 있게 지원해 준다. 리콘대(Ricon University)는 차로 통학하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300달러 상당의 자전거를 지급한다. 듀크대(Duke University)는 대학 예산중 2만4000달러를 공용자전거 프로그램에 사용했다. 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도 20만 달러의 기부금을 전기자전거 구입에 사용했다.
우리와 인접한 일본의 대학에서도 에코캠퍼스 운동이 활발하다. 일본의 나고야지역에선 총 89개 학교가 에코캠퍼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 지역 학생들은 모두 면소재의 주머니에 자신의 젓가락을 넣어 갖고 다닌다. 일회용 젓가락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종이로 만든 기존 젓가락 포장지의 사용도 대폭 줄었다.
기타큐슈대는 캠퍼스 자체를 자연채광과 에너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학교의 북쪽과 남쪽 건물에 태양열 지붕을 설치, 자연스러운 통풍이 가능하게 했다. 또 이를 통해 건물 1층까지 자연채광이 되기 때문에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빗물과 하수는 교내 ‘에너지센터’에 있는 저장시설에 모아 재사용한다. 모인 물을 여과시켜 건물을 냉각시키거나 화장실 용수 등으로 사용하는 것. 심지어는 재사용 수의 여과 과정에서 발생한 찌꺼기도 발효시켜 식물의 퇴비로 사용하고 있다.
독일 트리어트대 브리켄틀 캠퍼스는 유럽 최초의 ‘CO2 Free’ 대학이다. 지난 1996년 미군철수 지역에 캠퍼스를 조성한 이 대학은 본관건물 지붕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창문엔 태양전지를 설치했다. 냉·난방은 지열시스템으로 보충하고, 건물마다 빗물을 받아 사용한다. 인근 농가에서 나온 축산물 폐기물은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열병합 발전에 이용된다. 대학 교정 자체가 거대한 에너지 재생시설인 셈이다.
에코캠퍼스 정착 위해 교육·참여·시스템 필요
전문가들 “교육 통해 인식 바꾸고, 구성원 참여 유도해야”
현재의 에코캠퍼스 운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교육과 구성원 참여, 그리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코문화 정착을 위해선 다소간의 규제가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우선 대학이 담당한 ‘교육’을 통해 인식개선부터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국민대에서 ‘녹색캠퍼스 함께하기’ 수업을 강의하는 이창현 교수(언론정보학)는 “에코캠퍼스는 대학의 본질인 ‘지식인 양성’이라는 명제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교육을 통해 대학생들의 한경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교내 에코캠퍼스추진단 자문을 맡고 있는 김명옥 덕성여대 교수(실내디자인)는 “에코캠퍼스 운동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택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벤트보다는 교육을 통한 의식개선이 먼저란 얘기다.
대학 내 구성원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대 정혜진 ‘지속가능한 친환경발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친환경 캠퍼스 생활은 구성원들이 일정부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며 “강제성보다는 편의성을 높여 구성원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정부분 강제성이 필요하단 의견도 있다. 지식경제부 태양광에너지 R&D 프로그램 책임지고 있는 안형근 건국대 교수(전기공학과)는 “적정 효율 이하의 자동차는 캠퍼스 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든지, LED 등 고효율 기기 사용을 의무화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코캠퍼스를 지속화하기위한 시스템 마련도 중요하다. 정혜진 박사는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바람처럼 불어서는 에코캠퍼스 운동이 지속되기 어렵다”며 “에코캠퍼스가 정착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장기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하영·홍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