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은 마음으로 세상을 봅니다. 그들의 사진에는 사각 프레임에 대한 해방감이 느껴지죠.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해서든 사각 프레임 안에 피사체를 집어넣으려 합니다. (세종대왕 동상의 왼팔이 나오지 않은 사진을 보이며) 누가 이렇게 자를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프레임을 굉장히 넓게 쓰고 제3의 비전을 보여줍니다.”
시각장애인 사진작가들의 전시회를 3년간 열어온 양종훈 상명대 영상학부 교수(사진 좌측)는 “그들의 사진은 고정관념을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양 교수가 시각장애인에게 사진을 교육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유학시절 시각장애인 부부를 만나면서부터다.
“미국 유학 시절에 제가 시각장애를 가진 부부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고 책자를 만들었는데, 맨 마지막에 제 프로필 사진이 필요했습니다. 누구에게 부탁할까 생각하다가 그 부부에게 부탁했습니다. 사진기를 남자에게 주고 저를 찍어달라고 했지요. 물론 거리를 제가 맞춰주긴 했지만, 사진이 잘 안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진이 정말 멀쩡하게 나왔더라고요. 그때 무릎을 탁 쳤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사진을 가르친다는 그의 생각은 세상의 편견에 내민 도전장과도 같았다. 그의 계획을 들은 사람들 중 몇몇은 다 만들어진 환경에서 시각장애인들은 셔터만 누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3년 동안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촬영기술과 작품완성도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리고 사진 활동은 시각 장애인들의 자아 존중감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됐다.
집중력이 굉장히 떨어지고 부모에게도 말을 함부로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배우면서 학생의 태도는 확 바꿨습니다. 사진을 통해 생각도 깊어지고 굉장히 의젓해졌습니다.”
2007년 처음 시작된 ‘마음으로 보는 세상’ 사진전은 매년 10여 명의 시각장애인 사진작가들이 사진교육을 받고 1년 동안 찍은 사진으로 진행된다. 양 교수가 사진 교육을 하고 상명대 사진 전공생들이 멘토를 맡는다.
“시력이 전혀 없는 경우에 멘토가 없다면 사진이 진일보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멘토가 필요합니다. 멘토들은 거리감이라든지 색깔 등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합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사진이 지금 어떻게 찍혔는지를 설명하고 멘토와 멘티가 토론합니다.”
이러한 결과로서 상명대 영상·미디어 연구소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점자달력을 제작하고 시각장애인의 작품사진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최근 양 교수는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양종훈의 사진학 강의>라는 점자 책을 썼다. 책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진이라는 예술에 어떻게 접근하고 또 사진촬영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카메라는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 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23년 전 첫 개인전을 열고 그동안 국내외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온 양종훈 교수. 그는 제자들에게 평소 “이유가 있는 사진을 찍어라”라고 말한다. 생각 없이 찍은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24만 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에게 사진이라는 또 다른 인생의 기회를 선물하고, 사진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양종훈 교수. 그는 오늘도 세상의 가려진 부분을 생각하며 희망의 셔터를 누른다. 이것이 그의 사진이 빛을 내는 이유이다.
사진 : 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