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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원 VS 의대’ 정책 표류
교과부, 논의기간 4개월 연장
“좀 더 시간 갖고 여론수렴을”
‘의전원이냐 의대냐?’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올해 초 의학교육시스템 개편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한 당초 계획을 수정했다. 교과부 산하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 이하 개선위)는 지난달 29일 열린 회의에서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의과대학(이하 의대)으로 이분화 돼 있는 의사양성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를 올해 4월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개선위 소속 위원 총 16명 중 13명과 교과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교과부·개선위는 그동안 논의된 내용만으로는 의사양성체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또 연장된 4개월의 논의 기간 동안 의사양성체제에 관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개선위는 다음 달 중 의전원·의대 재학생·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의사양성체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신재식 교과부 대학원지원과장은 “지난해 6월말 개선위를 발족해 반년 동안 의사양성체제 개편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그동안의 논의는 개선위 내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다음 달 중 공청회를 열고 의전원·의대 재학생·학부모 등 외부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교과부·개선위의 결정에 관해 대다수 대학 관계자들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대학 의전원 교수는 “당초 계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의사양성체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데 무리가 있다는 교과부·개선위 측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성급하게 결론짓는 것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논의해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부디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만한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연장된 4개월의 논의 기간 동안 의사양성체제에 관한 명확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전원·의대 간 팽팽한 대립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내려지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의전원 완전 전환 대학들은 통일된 체제를, 병행·미전환 대학들은 학제 선택에 대한 대학의 자율권 부여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완전 전환 대학들이 통일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제 겨우 안착된 의전원 체제에 또 다시 변화가 있을시 대학 행정은 물론, 학생들에게까지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완전 전환 대학의 경우 학부 신입생 유치 등 다양한 부분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교과부만 믿고 어렵사리 먼 길을 왔는데 병행·미전환 대학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니 체제 통일이 간절하다는 것이다.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한 서울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지난해 우리 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학생이 지방 의대에서 합격 통보를 받자 바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고 매우 속상했다”며 “의전원 완전 전환 대학들은 의대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우수 학생 유치에 있어 손해를 보고 있다. 의전원 체제로 통일해 각 대학이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병행·미전환 대학들은 ‘자율권’을 주장하며 의전원 전환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이병두 인제대 의대학장은 “수없는 연구와 고민을 거듭했지만 의전원 전환이 왜 필요한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의학교육 학제 선택은 일차적으로 각 대학의 자율적 영역이다. 해결해야할 것은 학제가 아니라 부실한 예과 제도 개선, 진료 역량을 갖춘 졸업생 배출, 의사국가고시 개선, 다양한 배경의 의사 양성 등 의전원이 도입되기 전부터 존재해 온 의학 교육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이에 앞서 교과부는 지난 2002·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의전원 도입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2005년부터 5년간 의전원 체제를 운영해 본 뒤 2010년 경 위원회를 통해 완전 전환 여부를 결정키로 공시한 바 있다. 기본 계획에 따라 교과부는 지난해 6월 개선위를 발족하고 반년 동안 의사양성체제 개편 방향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해 왔다. 당초 개선위는 지난달 중 의사양성체제에 대한 종합평가를 실시, 교과부측에 평가 결과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또 교과부는 개선위가 제출한 종합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초 의학교육시스템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신재식 과장은 “의전원 전환을 선호하는 교과부 기본 입장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그러나 교과부가 의전원 체제만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과부는 현재 의전원·의대 양 쪽의 입장을 들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는 과정에 놓여있다. 논의 기간이 연장된 만큼 충실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보다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0-01-11 오전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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