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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부실 사학 퇴출 해법
김영철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원장)
지난 수십 년간 대학들은 계속 증가해 온 고졸자들로 그야말로 ‘공급자 주도의 시장구조’와 지나칠 정도로 대학의 안위까지 챙겨 준 과거 교육부의 대학정책의 보호막 속에서 안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부터 고졸자 수가 급감하면서 학생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일부 대학들은 학생 정원을 상당 부분 채우지 못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되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가 예견되면서 수년 전에도 대학 구조조정이 시도된 적이 있었으나, 정작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부실대학, 즉 대학 정원이 턱없이 미달돼 경영난이 심화되고,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갈 대학들은 구조조정 사업에서 빗겨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대학을 더 이상 방치할 수도 없고, 학생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매스를 직접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해가 간다. 그러면서도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부실대학을 퇴출시키려는 정부의 강력한 부실대학 퇴출 방안을 보면 마치 부실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적용하는 워크아웃과 같은 구조조정 방안을 보는 것 같이 섬뜩한 느낌까지 든다. 최고 지성의 집단인 대학을 위법 논쟁 가능성까지 내포하면서 강제 퇴출을 단행한다는 것은 적법성 논란을 떠나 교육적으로 그리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자율과 효율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과거 정부의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스스로 강조했던 정부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대학정책에 개입하는 데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따라서 자율을 생명처럼 중시하는 대학의 경영이 부실하다고 해서 기업체에 적용하는 구조조정 방식을 통해 강제 퇴출시키는 것이 선진화를 지향하는 정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고, 최선의 접근방식인지에 대해 한 번 더 신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부실대학을 풀어 가는 접근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 상반된 방식이 있다. 먼저 이번 정부가 발표한 부실대학 정리 방식처럼 정부가 대학문제에 직접 개입해 해결해 주는 ‘행정주도형 방식’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방식을 경험해 왔기에 대학문제의 당사자인 정부와 대학은 물론 국민들까지도 친숙하게 느끼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학생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는 정부의 대학에 대한 관여나 통제까지도 정당화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방식이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선진형 업무 처리 방식 같지는 않다.

다른 한 가지는 대학으로 하여금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정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경영을 잘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만을 조성해 주는 ‘선진형 방식’이다. 선진화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로서 외형적 조건과 같은 하드웨어에서의 선진화에 못지않게 일하는 방식 등 소프트웨어에서의 선진화를 도모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최근 교육부문에서는 선진형 모형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우선 최근 교육정보공개법의 시행에 따라 대학운영에 관한 각종 정보가 일반에 공개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행사하는 선택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운영은 바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대학 및 프로그램 선택으로 피드백돼 나타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경영부실대학에 대해서도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부실 사례를 공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학생과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이 대학운영을 감시하거나 견제할 정도로 대학문제에 대한 관심과 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대학들도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부실대학을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퇴출시키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과 원칙 아래 대학의 자율성이 존중되면서 부실대학이 근원적으로 싹틀 수 없는 토양을 조성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생의 권익도 보호하고, 대학의 자율역량도 강화해 선진화로 나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0-01-11 오후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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