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후폭풍 대학가로 ‘확산’
광역경제권 개발 등 산학협력 노렸던 대학에 ‘찬물’
대구지역 “세종시, 첨단의료단지 타격 줄까” 우려
호남권 “세종시 저가 토지에 관심...기업유치 걱정”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우려가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개발’·‘첨단복합의료단지 조성’ 사업과 연계, 산학협력 활성화를 노렸던 대학들의 우려가 깊다.
‘5+2 광역경제권 개발’사업은 2013년까지 전국을 수도권·충청권·대경권·호남권·동남권 등 5대 광역경제권과 강원·제주권 등 2개 특별경제권으로 나눠 지역별 선도 산업을 육성하는 국책사업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9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지역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총 투자규모는 126조4000억원. 이를 바탕으로 △충청권은 의약바이오·IT·그린반도체 △호남권은 태양광산업 등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부품소재 △대경권은 그린에너지와 IT 융복합 △강원권은 의료융합과 의료관광 △동남권은 융합부품소재와 수송기계 △제주권은 물산업과 관광레저 등을 집중 육성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세종시 입주기업의 사업내용이 공개지면서 중복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태양전지·차세대전지·LED 등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는 세종시에 태양광 연구개발센터와 태양전지 생산공장을 조성한다. 웅진도 태양광 공장과 환경가전 공장 등을 짓기로 했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세종시 수정안에 가장 우려를 표하는 지역이 호남권이다. 세종시 입주가 결정된 삼성·한화·웅진 등이 투자하겠다고 밝힌 태양전지·LED(발광다이오드)·태양광 분야와 호남권의 광역경제권 개발 산업인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중복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시가 광주북구 첨단산단 ‘LED 밸리’ 내 유치를 위해 공을 들였던 삼성 LED가 세종시 입주를 결정하자 크게 실망하고 있다. 광주 LED 밸리에는 현재 129개 회사가 입주, 지난해 매출액 8509억원을 올릴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 지역에선 세종시 수정안으로 광주 LED 밸리가 타격을 입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행남 조선대 산학협력단장은 “정부가 세종시의 토지 공급가를 최저가로 제시하면서 광주로 오기로 한 기업들이 그쪽(세종시)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대학으로서는 기업들이 많이 와야 산학협력을 통해 취업률을 제고하고 연구비 수주 등을 노릴 수 있는데 걱정”이라고 밝혔다.
대덕 특구를 모델로 한 ‘광주 연구개발(R&D)’ 특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오는 4월까지 특구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자 활성화가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다. 정부가 발표한 수정안에 따르면, 세종시에 조성되는 세종국제과학원에는 △기초과학연구원 △융·복합연구센터 △중이온가속기 △국제과학대학원 등이 들어선다. 이곳에는 많게는 3000명의 연구 인력이 모여들게 돼 있어 벌써부터 “광주에 내려올 우수 인력이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남기춘 전남대 산학협력단장은 “광주가 연구개발 특구로 지정되면, 대학도 힘을 모야 연구역량을 집중해야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세종시 도시성격이 과학·연구·산업 위주로 바뀌면서 겹치는 부분이 많아 연구기관·연구인력 유치가 걱정스럽다”며 “정부에선 세종시는 기초과학에, 광주는 응용과학을 중심으로 구분된다고 하는데 연구라는 것이 기초과학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구지역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삼성이 투자하겠다고 밝힌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 산업이 이 지역의 광역경제권 개발사업과 겹친다. 특히 대구지역은 지난해 8월 선정된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에 미칠 타격이 걱정이다. 세종시 수정안 반대여론 무마를 위해 지난 20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이 지역을 찾아 “대구경북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역의 걱정을 해소하진 못하고 있다.
경북대 정희섭 기획처장은 “사실 지역 전체가 걱정하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약회사나 대기업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세종시로 인해 유치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된다”며 “정부가 세종시 입주특혜로 이 지역에 올 기업들이 그쪽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료융합과 의료관광을 지역 특화산업으로 육성시키고 있는 강원권 내 대학들도 세종시 수정안을 우려한다. 강원대 관계자는 “정부의 광역경제권 개발사업에 맞게 우리 대학도 의료·바이오 분야를 특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세종시 쪽으로 기업과 연구기관이 집중되면, 이쪽(강원도)에서는 유치가 힘들 게 된다. 현재 대학 내에 조성중인 관련 연구단지 조성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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