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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직원, 편한 직장은 옛말 "전문성 갖춰라"
매년 지원자 ‘폭등’ … 건국대 채용 경쟁률 600:1 넘어서
구직자들 “안정적이고 편해” … 직원들 “안일함 버려야”
각 대학의 신규 직원 채용에 몰리는 구직자 수가 해마다 수직상승하고 있다. 경제 불황·고용 불안정 등의 영향으로 대학 직원이 ‘신의 직장’으로 등극, 교직원에 대한 인기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 구직자들은 △정년 보장 등의 안정성 △일반 기업과 동등한 수준의 연봉 △세지 않은 노동 강도 등을 대학 교직원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교직원들은 이제 대학도 더 이상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장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대학 직원 역시 진취적·적극적인 태도로 업무에 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말이다.

■‘바늘구멍’ 대학 직원 취업

교직원에 대한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대학 신규 직원 채용 경쟁률도 매년 폭등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교직원 채용에는 고학력자·토익만점자·전문직종사자 등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사람들의 지원도 줄을 잇고 있어 표면적인 경쟁률뿐 아니라 실질적인 경쟁도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최근 5개월간 직원을 신규 채용한 대학 중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린 곳은 건국대였다. 5명을 선발하는 일반행정직 모집에 총 3086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무려 617.2:1에 달했다. 더불어 건국대가 같은 기간 실시한 정규직 입학사정관 채용의 경쟁률도 120.5:1로 높았다. 특히 입학사정관 채용에는 대기업 사원·다국적 컨설팅사 근무자·국책 연구소 연구원·해외 대학 박사학위 소지자 등 전문직 종사자·고학력자들이 대거 몰려 눈길을 끌었다.

정재용 건국대 홍보실장은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교직원 채용에 몰리는 지원자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다만, 교직원 채용은 대기업 공채처럼 정기적으로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게 아니어서 경쟁률이 더욱 눈에 띄게 높아진 측면도 있다”며 “이와 함께 입학사정관 모집에 고학력자·전문직 종사자 등이 다수 몰린 것은 정규직 채용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아직 대다수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뿐 아니라 덕성여대·서강대의 직원 신규 채용에도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덕성여대는 일반·보건행정직 2명 모집에 914명이 지원해 457:1, 서강대는 일반행정직 3명 모집에 1327명이 지원해 442.3: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서강대에서는 토익만점자·명문대 졸업자 등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지원자들이 대거 낙방했고 직원으로 채용된 3명은 모두 삼성·현대 등 대기업 출신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강대 인사총무팀 관계자는 “지원자 중 토익 만점자가 10~15명에 달했고 대기업 직원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며 “지원자들의 외국어능력·인성·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자를 선발했다. 실력뿐 아니라 대학 내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조화롭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성 등 업무 외적인 부분도 고루 살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성균관대·부산외대·숙명여대 등의 신규 직원 채용 역시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성균관대는 293.6:1, 부산외대는 267:1, 숙명여대는 151.1:1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 건국대충주캠·조선대·한성대 등은 ‘해당 분야에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경력자’로 지원 자격에 제한이 있는 기술·전산직을 포함해 직원을 채용, 경쟁률이 다소 낮게 나타난 경향이 있었다.

한성대 총무인사팀 관계자는 “일반행정직과 달리 기술·전산직은 경력을 가장 중시해 직원을 선발한다”며 “경력이 없다면 명문대 출신자·토익만점자 등도 지원 자체가 불가한 경우가 많아 일반행정직 채용에 비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경쟁률이 다소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안일함 버리고 진취적·적극적인 태도 갖춰야”

이처럼 대학 직원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지자 우려를 표하는 교직원들도 많다. ‘교직원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업’이라는 사회 통념·분위기에 휩쓸려 대학에 대한 깊은 이해·애정 없이 교직원이 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학 직원들은 “시대 흐름과 함께 대학도 급변하고 있다. 대학 내·외부 상황·환경을 발 빠르게 이해하고 진취적·적극적인 태도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성희 숙명여대 SOC총무인사팀 차장은 “현재 각 대학들은 앞으로의 대대적인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끊임없는 변화·발전을 꾀하고 있다. 타 대학들과의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며 “대학 직원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직업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 교직원은 대학이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뛰어난 실력·열린 마음으로 무장해 능동적으로 대학의 미래를 준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 한 대학 인사팀 관계자도 “면접에서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일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한 지원자가 실제 채용이 되고 난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스스로 사표를 낸 사례가 있었다”며 “급변하는 대학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안정성만을 쫓아 교직원이 된다면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스스로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서울 한 대학 직원은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반 기업체와 마찬가지로 대학에서도 능력 없는 직원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며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꾸준히 외국어 실력을 닦고 교직원으로서의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칼바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세대 한 부서 팀장 역시 “신입 직원들의 스펙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구비한 직원들이 많다”며 “직원들 간 협력·화합이 최우선이지만 때로는 경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상대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춰 놓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직원이 과거에 비해 무조건 어렵고 힘들기만 한 직업이 된 것은 아니다. 어려워진 만큼 업무로부터 느끼는 성취감·보람도 전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최성희 차장은 “대학 내에서의 직원의 중요성·역할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직원들이 대학 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어려워진 부분도 있지만 장점이 많다. 교직원은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보람된 직업”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김진수 전국대학교육관리자협의회장
(인하대 총무팀 과장)

“직원 역량 강화에 대학·정부도 함께 힘써야”

“최근 일반 기업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행정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교직원의 역할도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지요. 중요성이 커진 만큼 직원 개개인은 물론, 대학·정부 역시 교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진수 전국대학교육관리자협의회장(인하대 총무팀 과장)은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교수·학생과 함께 직원들의 역량 제고를 위한 제도·정책적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1996년부터 15년간 인하대에서 근무하며 줄곧 행정지원·직원교육 업무를 담당해왔다. 이에 더해 올해는 각 대학의 직원 교육 현황·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설립된 전국대학교육관리자협의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과거 대학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없었던 시기에는 각 행정 부서 업무가 관행적으로 이뤄져도 대학 운영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제도·행정 개선을 통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제도·행정을 개선하려면 교직원 역량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이 점이 대학이 직원 역량 제고·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대학들의 경우 이미 몇 년 전부터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대·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직원들 간 학습 조직을 조성, 자발적인 학습 유도하는 대학들도 많지요. 앞으로 직원 역량 제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관심이 더 많은 대학들로 확대돼 나갔으면 합니다.”

정부 지원 강화에 관한 의견도 밝혔다. 김 회장은 “정부가 지난 2005년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인재개발 우수기관(Best HRD) 인증사업’을 확대·강화한다면 대학 직원 역량 제고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인증사업 심사에 참여만 해도 학내 인적자원 관리·개발 등을 재정비할 수 있어 의의가 크다. 다만 인증을 획득한 대학에 좀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준다면 직원 역량 강화에 더욱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est HRD 인증은 인재개발·관리가 우수한 공공기관에 주어지는 것으로 인하대는 지난 2008년 인증을 획득했다.

이어 김 회장은 그간 대학 직원으로 근무하며 느꼈던 보람·행복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그는 “직원의 핵심 역할은 교수·학생들의 원활한 연구·교육을 뒷받침하는 데 있다. 직원에게 있어 교수·학생은 대학의 발전을 함께 이뤄나가는 동반자이자 고객”이라며 “교수·학생들이 대외적으로 큰 성과나 업적을 이뤄내는 모습을 봤을 때나 직원들의 지원에 대해 ‘정말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워할 때 가장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많은 교직원들이 대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가끔 언론·학내 게시판 등에서 대학 직원을 ‘철밥통’에 비유하며 불친절하다는 내용을 적은 글을 읽을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해요.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교직원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0-01-25 오전 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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