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환 칼럼
[칼럼]‘사실상 실업자’ 급증의 이유
장상환 본지 논설위원·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경기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공식 실업자 이외에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 ‘그냥 쉬었음’ 등을 합쳐 ‘사실상 실업자’가 330만 명 내지 400만 명을 넘는 등 고용불안이 심각하다. 10명 가운데 1명이 사실상 실업자이고, 사실상 실업률은 16%에 이른다. 지방에서는 일자리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올해 국정 최대 이슈는 일자리 문제가 될 전망이다.
사실상 실업자 문제가 심각한 것은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제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이 큰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는 일자리 양극화에 따른 미스매치 문제가 큰 원인이다.
대졸 청년층들은 공기업이나 대기업 취업을 원하지만 중소기업에선 젊은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일반계 고교생의 대학진학률은 87.9%이고, 졸업 후 취업이 목적이어야 할 전문계 고교생의 대학진학률도 72.9%에 달한다. 이처럼 고학력 청년층은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규직 일자리는 적다. 당연히 20대 청년층 실업률은 10%대에 이른다.
한편 일자리가 남는 곳도 있다. 지난해 4월 중소기업의 부족 인원이 16만3000명이나 됐다. 노동부가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3만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지난해 3분기 현재 ‘미충원율’은 300인 이상 사업체가 5.8%, 300인 미만 사업체는 20%에 이르렀다. 청년층에겐 웬만한 중소기업 일자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부모들도 자녀들이 비록 현재 쉴지라도 대기업·공기업 취업 준비나 대학원 진학을 권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노동 유연성 제고와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의 투자 확대 지원에 힘쓸 것이라지만 노동 유연성을 증가시키면 비정규직 일자리만 증가해 대우가 악화돼 사실상 실업 문제를 악화시킨다. 또 규제완화로 대기업의 투자가 증가해도 일자리가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국내 10대 그룹의 고용은 5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정부는 청년·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구직자와 우수한 중소기업 정보를 연계해 구축하고,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업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14만명 규모로 맞춤훈련을 실시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고용전략회의에서 청년실업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취직하라고 권고했다. “기대 수준에 맞지 않는데 가느니 차라리 취업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들의 자활 노력이다.”
그러나 청년구직자 스스로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공공부문 내지 대·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보수 격차를 줄이지 않는 한 젊은층들이 아무런 일자리에나 취직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대기업 중심의 대규모 고용확대는 기대할 수 없다. 고용 비중이 90%에 달하는 중소기업과 내수부문 지원을 통한 고용 확대가 중요하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비정규직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이것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경영압박 횡포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적발해 시정해 줘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보수 차별을 실질적으로 시정해 줘야 한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들어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청년인턴·희망근로 등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를 만들어도 젊은이들의 호응이 적어 효과가 없다. 사업내용도 환경미화 등에 집중돼 일자리 창출 이외의 실질적 경제효과가 적었다. 정부가 나서서 교육·사회복지분야 등에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도시와 농촌의 노후주택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화사업은 에너지 빈곤층이 생활비를 절약하며 살 수 있도록 해 주고, 에너지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으며, 많은 녹색 일자리 도 창출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일거삼득'이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고용증대가 아니라 소득재분배를 통한 차별시정이 실업자 문제 해결의 올바른 해법이다.
장상환 칼럼 | 입력 : 10-02-26 오후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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