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단이 젊어지고 있다
35세이하 교수채용 증가 … 이공계 두드러져
“도전적 분위기에 매료” 젊은 교수에 기대감
“처음에는 대학원생인 줄 알았어요. 교수님이라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랐어요. 그동안 ‘교수님’ 하면 떠올렸던 고정된 이미지가 단번에 부서지는 느낌이었어요.”
대학 강단이 젊어지고 있다. 시대 흐름과 함께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실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교수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각 대학에서 젊은 교수의 임용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학내에서는 이들의 도전적인 연구·교육 태도에 대한 기대가 높다.
■젊은 교수 채용 ‘바람’ … 이공계 분야서 두드러져
최근 각 대학에서 만 35세 이하의 ‘젊은 교수’ 임용이 부쩍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최근 1년간 각 대학은 많게는 5명 이상의 젊은 교수를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교수의 임용은 높은 창의성을 요하고 연구 실적이 비교적 빠르게 가시화될 수 있는 이공계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다. 특히 상명대의 경우 이번 학기 화학과에 20대 교수를 채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3월 1일자로 상명대에 임용된 강상욱 교수는 1980년생(만 29세)으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서 석·박사통합과정, 한양대·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쳤다. 현재 국내 대학에 재직 중인 남자 교수 중에는 강 교수가 최연소다.
상명대 관계자는 “그동안 강 교수는 화학·재료분야 전문지에 다양한 연구 성과를 게재해 왔다. SCI급 논문도 20여 편”이라며 “강 교수가 나이 때문에 특혜를 받은 것은 없다. 공정한 평가를 통해 뛰어난 실력이 인정돼 교수로 임용했다”고 밝혔다.
상명대뿐 아니라 이번 학기 숭실대는 의생명시스템학부 박상연(33)·수학과 송윤정(35), 전남대는 화학과 이준승(31)·약학부 임영준(35) 교수를 채용하는 등 각 대학의 이공계 분야 젊은 교수 임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 이에 앞서 지난해 채용된 울산대 김인수(화학과)·이대원(산업경영공학부), 조선대 서장후(건축학부)·김태규(항공우주공학과)·한혜숙(수학교육과), KAIST 최서현(수리과학과) 교수 등도 35세 이하의 젊은 나이에 이공계 분야 전임 교원이 된 케이스다.
박충년 전남대 부총장은 “최근 각 대학은 신임 교원을 선발할 때 연구 실적의 양보다는 질을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실력이 뛰어난 젊은 교수들의 영입도 자연스레 늘고 있다”며 “특히 이공계의 경우 타 계열에 비해 배출되는 인재의 수가 많고, 보다 빠르게 학위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 교수들이 더욱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최근에는 이공계를 넘어 타 분야에서도 젊은 교수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2년간 명지대는 임경훈(디자인학부)·김상유(체육학부)·김영신(법학과)·백주희(사회복지대학원), 숭실대는 임채훈(국어국문학과)·노희천(경영학부), 한국외대는 김솔(경영학부)·박성희(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를 임용했다.
■젊은 교수들만의 ‘young power’ 기대
이른 나이에 남다른 실력을 갖춘 ‘엘리트’인 만큼, 젊은 교수들을 향한 대학 구성원들의 기대도 남다르다. 특히 각 대학 구성원들은 젊은 교수만의 패기와 진취적인 연구·교육 태도에 대한 높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성하 한국외대 교무처장은 “젊은 교수들의 최고 강점은 학문적 측면에서의 역동성, 학생지도 측면에서의 소통성”이라며 “젊은 교수들은 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최근의 학술 이론들을 집중적·적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보다 시의적절하고 역동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과 연령차가 적은 만큼, 더욱 깊이 교감·소통하며 롤모델이 돼 줄 수 있다는 것도 젊은 교수의 강점이자 구성원들이 바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박종희 울산대 교무처장도 “젊은 교수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우수한 실력에 젊은이만의 진취적 태도까지 결합된다면 대학의 연구·교육 경쟁력도 한층 제고될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또 젊은 교수의 강의를 수강했던 숭실대 재학생 김모(23)씨는 “젊은 교수님들의 강의는 내용·방법이 다양하며 분위기 자체가 도전적이고 생기발랄하다. 전공 공부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젊은 교수님들이 강의실 밖에서 학생들과 어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 교수들에 대한 기대와 함께 선배 교수들은 진심어린 격려·당부도 잊지 않았다. 특히 대다수 교수들은 “후배 교수들이 초심을 지키며 자기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젊은 교수들이 연구·교육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던 초심을 잃지 말길 바란다”며 “더불어 최근 젊은 세대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 구성원들과의 화합에도 각별히 노력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교수에게는 대학이 직장인만큼 공동체 생활을 잘 해 나가는 것도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또 이성하 처장은 “모든 사람이 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간다. 그 중에서도 교수는 수백, 수천에 달하는 젊은이의 가슴에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특권을 가진 직업”이라며 “매년 지난해보다 좀 더 나은 교수가 되도록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노력하는 게 좋다. 올해는 논문을 한 편이라도 더 쓰고, 강의준비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고,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고,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더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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