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시대가 변했더라도 교육만은 오염과 왜곡에 관대한 다른 현실요소들과 분명히 달라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어느 개인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상적 관점으로 보이겠지만, 교육은 참여하고 있는 모든 당사자가 교육적 진정성을 회복할 때에야 비로소 정상화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교육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양보할 수 없는 지고의 가치를 회복하고 지키기 위해서 교육자·행정 담당자·학생·학부모 그리고 언론을 비롯한 모든 직간접적 관계자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해야만 한다는 데는 결코 타협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마음이 흔들릴 때면 언제나 교육에 우리 모두의 생존과 명운이 걸려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한국의 교육이 총체적으로 병들어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데는 어떠한 망설임도 필요치 않다고 나는 믿는다. 학생과 부모는 맹목적 욕망의 노예가 돼 버렸고, 교육자들은 교육다운 교육을 포기한 지 이미 오래다. 교육 행정이 아무런 철학도 없음은 물론이요, 뿌리부터 부패한 것을 모르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희망을 노래하고 싶지만 도저히 입이 열리지 않는 현실이다. 다만, 최악의 경우만은 어떻게든 회피하기 위해 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음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낭떠러지를 등지고 선 병사들이 강한 것처럼 교육에 관한 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현실은 우리들을 보다 현명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변화와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한 가지 꼭 필요한 전제가 있다면, 그것은 공감대일 것이다. 병을 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함께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상황의 시급성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앞에서는 개혁을 말하면서 뒤에서는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역대학을 지원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결국엔 서울·수도권 대학들을 편애하는 결정에 앞장서고 있지는 않은지, 경쟁 이전에 경쟁의 조건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기본적 인식을 결여하고 있지는 않은지 교육 담당자들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새로운 약학대학 설치 대학으로 15곳을 발표했다. 충남의 경우 처음에는 하나의 대학에 50명 정원을 허가할 예정이었지만, 결과는 두 대학에 각 25명의 정원을 배정했다. 지역 토박이 대학인 순천향은 탈락했고, 엄밀히 구분한다면 지역대학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고려대·단국대의 지역캠퍼스가 선정됐다.
교과부는 지역대학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이 일을 시작하노라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굳이 지역을 구분해 심사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놓은 결과는 오히려 지역대학을 더욱 소외시키고 있으니 어이없을 뿐이다. 순천향대의 경우, 한편에서는 교과부가 직접 나서서 의약바이오산업 계획에 대규모 지원(2009년부터 5년간 250억원 지원)을 하면서, 그 사업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 약대 설치는 불허하고 있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선정 과정도 결과도 의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교과부가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서로 모순된다는 것을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대학가는 요즘 한창 바쁘다. 신학기 개강과 함께 거침없는 G세대들이 입학식을 갖고 캠퍼스를 누비고 있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역대학 총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