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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파장에 대학도 불안하다
학령인구 감소하면 충원율 저하 … 대학생수 30년 후엔 ‘절반’
“대학이 의식·환경 개선에 앞장서야” … 출산 장려 동참 늘어
‘출생아 수 = 미래 학생 수’

최근 정부의 출산 장려 운동에 동참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 정책에 힘을 싣는다는 취지도 있지만, 출생아 수는 고스란히 미래의 학생 충원율로 이어지는 만큼 대학의 생존을 염려하는 마음이 더 크다. 그러나 이제 막 저출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대학들로서는 아직 실질적 해결·지원 방안은 거의 마련하지 못한 상태여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저출산 타격, 대학생 수 30년 후엔 ‘절반’

최근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설상가상으로 전문가들은 최근의 극심한 저출산 추세가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인구동태 건수 및 통태율 추이’에 의하면 국내 출생아 수는 지난해 총 44만5000여 명으로 30년 전인 1981년의 86만 명에 비해 절반가량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앞으로도 지속돼 2015년 38만 명, 2025년 36만 명으로까지 출생아 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 박종서 선임연구원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출생아 수 감소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통계적으로 15~49세의 가임 여성 수가 이미 감소 추세에 들어서 있고 초혼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가임 여성 수가 줄고 결혼도 늦어졌기 때문에 아이를 낳을 확률도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출생아 수 감소로 학령인구 역시 준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내놓은 ‘인구추계’에 의하면 6~21세의 학령인구는 지난 46년간 1000만 명선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학령인구 수는 올해 990만 명을 시작으로 2015년 872만 명, 2020년 743만 명으로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22년에는 600만, 2033년 500만, 2047년 400만 명선으로까지 학령인구 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18~21세의 대학생 인구 역시 올해 257만 명에서 2020년 226만 명, 2030년 164만 명, 2040년 143만 명 등으로 30년 후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지방 모 사립대 홍보처장은 “출생아 수 감소는 대학들의 학생 충원이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학생 없는 대학은 생존할 수 없다. 최근 많은 대학들이 출산장려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대학들도 저출산 해결 동참 ‘확산’

출생아 수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대학들도 하나 둘씩 늘고 있다. 특히 대학들은 우선 결혼·출산·육아 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양강의·특강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올해 1학기 현재 저출산 관련 교양과목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경성대·울산대 등이다. 이 중 이번 학기부터 자유교양 과목으로 개설된 경성대의 ‘미래 사회와 예비 부모 교육’의 경우 △현대사회와 부모 △아름다운 사랑과 성 △부모 역할과 자녀 양육 △연령별 자녀 양육 방법 △건강한 가족 △화목한 가정을 위한 대화기술 등을 주제로 학생들이 행복한 출산·가정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수업을 담당하는 최경 유아교육과 교수는 “수업을 통해 저출산의 심각성, 행복한 가정의 필요성, 건강한 부모가 되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해 학생들에게 알리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며 “젊은 학생들이 출산의 가치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작은 공간이지만 서강대·한국외대 등은 학내에 수유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도서관, 한국외대의 경우 보건진료소 내에 수유실이 마련돼 있다. 한국외대 이인자 보건진료소 보건과장은 “학부생들보다는 결혼한 학생들이 많은 대학원생들의 이용률이 높다. 작지만 깨끗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꾸며 편안하게 수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는 학업·취업 걸림돌’ 현실 … 실질적 지원책 마련돼야

많은 대학들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 특히 여학생·전문가들은 대학이 본질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스튜던트맘(Student mom)들을 위한 보다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여대생들이 결혼·출산을 꺼리는 가장 본질적 이유는 육아가 학업·취업에 치명적인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실시한 ‘기혼여성이 결혼 전후 직장을 그만둔 이유’에 관한 조사에서 20대 응답자 중 30.8%가 “임신(출산)”이라고 답했다. 또 전국 15~6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취업 장애요인’에 대한 조사에는 전체 응답자 중 절반에 달하는 45.9%가 ‘육아부담’을 꼽았다.

연세대 인문대 재학생 이모(23)씨는 “현재 대다수 여대생들은 출산·육아보다는 열심히 공부해 사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사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가정을 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산으로 학업·취업에 방해받고 싶지는 않다”며 “여성들이 아이가 있어도 행복하게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대학에도 스튜던트맘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용수 보건복지가족부 저출산인구정책과장은 “대학들이 정책 마련에 앞서 스튜던트맘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파악해야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재정적 지원책이 있었으면 한다. 육아비용과 학비를 동시에 충당하기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학이 내적으로는 스튜던트맘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외적으로는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모(26)씨는 “현재 국내 대학·기업들은 아이가 있더라도 함께 데리고 와 수업을 듣거나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학교·직장에 다니려면 오히려 눈총을 받는다”며 “대학이 우리 사회 의식 흐름의 진원지로 출산, 그리고 스튜던트맘·워킹맘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0-03-08 오전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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