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격차, 무엇이 해법인가’라는 주제로 24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개최된 한국교육개발원 주최 제32차 교육정책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는 "중등교육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대학입시정책"이라면서 "과연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대학입시정책이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느냐"고 물었다.
◆정부대입정책,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했는가= 양 교수는 교육부가 고교성적과 대학 학업성취도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다는 연구결과를 가지고 학생부의 비중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대학간 서열이 안정적인 경우는 ‘어느 대학의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부와 대학성적과의 관계를 연구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또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교육부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도 확보라면서 2005년도 고교 1학년 학생들의 학생부를 표집해 비교한 결과 학생부가 충분히 전형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다는 교육부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학생부 성적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 변별력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이같은 대학입시 개입에 대해 양 교수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 대학입시의 특징은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부금입학제 등 교육부의 3불정책으로 대표되고 있다”면서 “최근 여기에 논술 가이드라인을 추가해 4불, 학생부 50% 이상 반영으로 5불정책으로 불리기도 한다”며 정부의 대학입시개입에 깊은 불만을 표했다.
교육부는 대학에 자율권 부여보다는 개입 경향을 지속적으로 보여왔으며 장기적 안목에서 입시제도를 변경한 것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확대 같은 교육현안에 대처하려는 목적으로 입시정책을 바꿨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그는 또 “교육부는 단순히 강제나 규제보다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입시전형을 만들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상위∙중위∙하위권 대학별, 소재지를 고려한 대학별 전형이 다양화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법적인 문제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력저하논란에는 교육개혁 관련성 커= 양 교수는 이날 토론을 통해 새로운 입시제도 변화의 영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1998년 국민의 정부에서 초대 교육부장관을 지낸 이해찬 장관의 대입 무시험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1983년에서 1984년생으로 2002학년도에 대학입시를 치른 이른바 ‘이해찬 1세대’들은 실제로 이전 세대와 객관적인 학력비교 자료가 없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여러 자료들로부터 학력저하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난이도 문제가 심각히 제기됐던 지난 2002년도 수능에서 재수생과 재학생 상위 50% 평균점수는 재수생이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10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서울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수학시험에서 기초능력에 미달하는 학생이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을 증거로 들었다.
물론 학력저하 문제는 단순히 이해찬 장관시절 교육개혁에서 시작됐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지금의 학력저하 논란에 당시 교육개혁에 대한 관련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편 이날 ‘직업교육 체계의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밭대 남기곤 교수는 전문대의 입학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는 시장에서 전문대 출신들의 경쟁력이 낮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산업 구조상 아직도 기업들은 단순한 직업기술 능력을 갖춘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이 부문에 대한 일자리 역시 일반대학 졸업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들의 하향취업 경향이 강화되면서 전문대에서 받은 교육이 특별히 더 나은 경쟁력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불리한 조건에서 전문대를 포함한 직업교육 체계가 사회적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 그는 투자 증대와 함께 전문대학에서 받은 교육이 노동시장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정보의 전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