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학원대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에 대학원대학이 설립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그러나 대학원대학에 대한 인지도는 도입기·정착기를 거친 최근 급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원대학만의 우수함과 앞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점들에 대한 논의도 근래 들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학부 없이 대학원만 운영 … 한 가지 분야에 ‘올인’
대학원대학은 석·박사과정만을 개설·운영하는 학교다. 학부 없이 대학원만 있는 학교라는 점에 일반대학과 시스템상의 차이가 있다. 국내에는 지난 1996년 처음으로 도입돼 현재 총 80여 개의 대학원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대학원대학의 가장 큰 특징은 한 가지 분야에 대한 집중 교육을 실시한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 설립된 대학원대학들은 상담심리·디자인·과학기술·뇌교육·신학·사회복지·북한·통번역·국제법률·미디어·스포츠·보건 등 자신만의 교육 분야를 명확하게 정해 놓고 해당 영역 전문인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한 가지 분야에 대한 석·박사과정만을 운영하기 때문에 대학원대학들은 모두 규모가 작다.
교과부 사립대지원과 최윤정 행정사무관은 “대학원대학은 개별적·독립적 전문대학원이라고 볼 수 있다”며 “대학원대학의 설립 목적이 특정 분야 전문 인력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므로 규모가 매우 작다. 입학정원이 보통 50~100명 정도”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의하면 지난해 정보를 공시한 37개 대학원대학 중 입학정원이 200명 이상인 곳은 없었고, 100명 이상인 곳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한독미디어대학원대학·합동신학대학원대학 등 9개교 정도였다.
이 같은 소규모 운영 방식에 대해 대학원대학·대학 관계자들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소수 인원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대단히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학교 전체가 한 가지 분야에만 몰입하기 때문에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교육 효과도 보다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우수한 운영으로 대학원대학의 집중적 교육 효과를 가장 잘 보여 주고 있는 곳으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UST)이 손꼽힌다. UST는 지난 2003년 정부에 의해 설립돼 개교한 지 10년이 채 안 됐지만, 올해까지 박사과정 졸업생 1인 평균 SCI급 논문 4.3편, 인용지수 3.2편이라는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다. 또 석·박사과정 졸업생 평균 취업률도 총 87.7%로 상당히 높다. 이에 따라 UST 진학 희망 학생들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은 113.9%로 전국 대학원대학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김정흠 UST 교학처장은 “대학원대학은 전문화·특성화된 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소수정예 강의를 실시한다. 따라서 대학원대학 졸업생들은 기업체·연구현장 등에서 인기가 높다”며 “UST의 경우 대다수 졸업생들이 삼성전자·LG전자·포스코·한화·현대모비스·SK에너지 등의 대기업, 한국전자통신연구원·한국항공우주구원 등의 정부출연연구원, 한국방송공사·한국조폐공사 등 공공기관 등에 취직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서울 모 대학 대학원장은 “대학원대학은 도입 이후 아직 20년도 지나지 않았고, 학부도 없어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교 전체가 한 가지 분야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기 때문에 대학에 소속된 대학원에 비해 집중력이 높다”며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규모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학원대학은 특정 분야에 집중적인 에너지를 쏟아 전문인을 양성한다는 점에서 무척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인가 기준 ‘느슨’ … 핵심 목적 상실 우려도
대학원대학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도 많지만 염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학원대학은 특정 분야 대학원 과정만 운영하는 소규모 기관이기 때문에 설립 인가 기준이 일반대학에 비해 느슨하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인재 육성에는 별다른 뜻이 없는 개인·집단이 자신의 명목을 세우고자 비교적 인가가 쉬운 대학원대학을 설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등교육법 제30조에 명시된 대학 인가를 위한 4대 기준은 교사·교원·교지·수익용기본재산 등이다. 그런데 대학원대학의 경우 기관의 특성상 일반대학에 비해 인가 기준이 대폭 완화돼 있다. 실제로 교사의 경우 일반대학은 최소 1000명 규모의 시설을 확보해야 인가를 받을 수 있으나 대학원대학은 5분의 1 수준인 200명 규모만 갖추면 된다. 교원의 경우도 일반대학은 최소한 학생 500명 기준의 교수를 확보해야 인가를 받을 수 있는 것에 반해 대학원대학은 400명 기준만 충족시키면 된다. 또 교지는 부지만 있다면 기준을 채우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 수익용기본재산의 최소 기준 역시 일반대학은 100억원이지만 대학원대학은 40억원으로 절반 이상 적다.
최윤정 행정사무관은 “대학원대학은 기관의 설립 목적·특성상 인가 기준이 일반대학에 비해 느슨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원대학은 아주 작은 규모로 집중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기 때문에 규모가 큰 일반대학에 비해 인가 기준도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학원대학의 인가 기준과 관련, 일부에서는 “기관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겠지만, 교육에는 그다지 뜻이 없는 개인·집단이 자신들을 내세울 만한 명분을 만들고자 일반대학보다 인가가 쉬운 대학원대학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 모 신학대 교수는 “현재 설립돼 있는 대학원대학 중에는 한눈에 봐도 이름뿐인 곳이 너무 많다. 또 대학원대학 가운데 태반은 신학과 관련돼 있거나 종교집단에서 세운 것”이라며 “각종 종교 내 소집단들이 ‘학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판으로 공신력을 얻고자 비교적 인가받기 쉬운 대학원대학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대부분 신입생 충원이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알리미에 올라온 대학원대학들의 ‘신입생 충원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정보를 공시한 곳 중 3분의 1가량은 신입생 충원율이 7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 37.7% △복음신학대학원대학 52.5% △성산효대학원대학 58.5% △순복음대학원대학 47% △한독미디어대학원대학 57%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 20% 등은 신입생 충원율이 60%에도 못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신입생 충원율이 낮은 모 대학원대학 관계자는 “그나마 정보를 올린 대학원대학들도 이 정도인데 안 올린 곳들은 어떻겠느냐”며 “명패만 있을 뿐 운영은 안 되고 있는 대학원대학도 꽤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 소재 대학원대학 고위관계자는 “이제 대학원대학도 질적 발전을 꾀해야 할 때다. 대학원대학 스스로가 자신의 핵심적 기능을 바르게 인지하고,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기관의 특성상 인가 기준을 높일 수 없다면, 설립 이후라도 운영이 잘 되지 않는 곳들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 줘야 한다. 인가만 해 줄 게 아니라 이후의 적절한 코칭·경고 등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