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킨다이 히메지대학이 선진 간호교육 기법을 벤치마킹하고자 지난 4, 5일 이틀간 적십자간호대학을 방문했다. 적십자간호대학의 성인 시뮬레이터, 분만 시뮬레이터, 영유아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간호교수법을 비롯해 방문간호 시뮬레이션 교육 등을 전수받기 위해서다. 최근 3년 동안 아시아 지역 여러 나라들이 교육벤치마킹을 위해 적십자간호대학을 내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래어달메디컬이 지정하는 CoEE(Center of Educational Excellence)로 선정돼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CoEE는 미국 피츠버그대·마이애미대 등 엄격한 심사를 거친 10여개 기관만 선정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적십자간호대학이 처음이다. 적십자간호대학을 이렇게 키워낸 데에는 조갑출 총장의 공이 컸다.
“대부분의 간호대학은 임상실습 때문에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간호평가원이 정한 기준에 따라 병원에서 1100여 시간에 달하는 임상실습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 병원에 실습 나간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학생이 간호하는 것을 환자들이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무작정 몸으로 때우라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조 총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내 실습을 강화해 왔다. 실기를 임상실습처럼 확실하게 하자는 것이다. 모형 인형은 물론, SP(standardized patient·환자 연기자)를 대상으로 모든 게 병원과 똑같이 실제처럼 진행된다.
“예를 들어 알코올 묻힌 스펀지를 환자에게 문지를 때, 예전에는 그냥 솜을 갖고 ‘알코올 묻힌 스펀지라고 하자’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지만 적십자간호대학은 진짜로 알코올 묻힌 스펀지를 씁니다. 2년 전부터 도입해 완벽한 시뮬레이션 실습실을 갖췄어요. 실습 재료비만 수십 배 가까이 늘었지만, 효과는 확실합니다. 병원에서 오신 분들은 ‘이렇게까지 하느냐’면서 놀라곤 하죠.”
다른 전문대학은 물론, 아시아 지역 간호대학들이 적십자간호대학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학년별 시뮬레이션 실습실을 포함해 실습실이 무려 5개나 된다. 이를 운영하자면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간호전문대학은 이런 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십자간호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까지 이런 시스템이 확산되면, 병원에서의 실습시간 절반 정도는 대학에서 해도 되겠죠.”
실습 강화와 함께 조 총장은 적십자간호대학의 글로벌화도 추진 중이다. 단순히 선진국에 간호사를 수출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권역에 한국의 선진 시스템을 전파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산학협력처장으로 지낼 때 ‘제3 이웃나라 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해 3년째 수행하고 있습니다. 몽골·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등의 나라를 적십자간호대학에 초대하지요. 간호교육 담당들이 와서 배워 가는데, 우리나라 간호교육의 위상을 알리고 있어요. 말하자면 ‘한류’이자 일종의 ‘민간외교’인 거죠.”
조 총장은 적십자간호대학에 대해 항상 “4년제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서울 중심권에 위치해 교사와 교지가 좁기 때문에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키우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땀을 흘린다. 다만 내실이 탄탄한 전문대학이라도 수업연한 때문에 4년제 대학과 차별받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4년제 대학이 되려면 적십자간호대학의 경우 8000평 정도의 교지와 5000평 이상의 교사가 필요하지요. 내실이 탄탄하더라도 전문대학이라는 이유 때문에 4년제 대학에 비해 차별받고 있습니다. 1970년대 우리가 간호사를 파견했던 이란도 현재 간호대학을 모두 4년제로 전환했어요. 외국 간호대학들과 교류를 하려고 해도 전문대학이어서 추진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업연한 다양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하루빨리 풀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