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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이름도 '진화'한다
시대 변화·취업난 반영...실용학과 위주로
학과명 구조조정으로 신입생 유치 탄력
일방적인 명칭변경 학내 갈등 유발도

대학 학과명이 진화하고 있다. 학과 명칭의 변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주를 이루었던 낙농학과·축산학과의 경우 동물생명공학과·축산식품생명공학과 등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오늘날 생활과학대학은 1960년대 가정대학이 모체다. 그 당시 인기학과였던 가정관리과는 지금의 소비자생활과학과 등으로 이름이 변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사회적 수요에 따라 학과명이 변화를 거듭해 온 것이다. 취업에 도움이 된다면 학과 신설은 물론 학과명 변경도 불사한다. 사회적 트렌드에 맞춘 학과명 변경으로 신입생 유치에 탄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학과명 경쟁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발빠른 대응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는 반면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변화...'취업'이 화두 = 학과명 변경의 당면한 화두는 '취업'이다. 취업에 유리한 학과명이나, 기업에서 요구하는 실용학문 위주로 명칭을 변경하고 있는 것.

고려대 언론학부는 올해 미디어학부로 개명했다. 언론인 양성이라는 국한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매체 환경에 맞춰 미디어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도 2008년 언론홍보영상학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신문과 방송이 주는 어감에서 탈피,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학생들의 활로를 열어 두겠다는 의미다. 경희대 컨벤션산업학과는 컨벤션경영과로, 외식산업학과와 조리과학과도 외식경영학과, 조리서비스경영학과로 변경됐다. 경희대 관계자는 "기존의 학과명은 구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학과 자체 논의를 통해 트렌드에 맞춘 학과명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대도 산림자원학과와 임산공학과를 각각 산림자원시스템학과, 임산자원공학과로 변경했다. 최근 이공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생명과학과 환경과학을 학과명에 접목함으로써 학생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구조조정에 따라 변화 불가피= 취업을 위한 실용학과가 인기학과로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는 기초학과는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이 된다. 그 과정에서 유사 기초학과가 뭉쳐 새로운 이름의 학과로 변모, 경쟁력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건국대에서 올해 처음 신입생을 모집한 커뮤니케이션학과와 문화콘텐츠학과가 그 대표주자다. 커뮤니케이션학과는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가 통합, 이름을 변경한 것이다. 문화콘텐츠학과 역시 히브리어·중동어·EU문화정보학과를 통합한 후 개명한 것이다.

2008년 학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학교측은 학생 수가 적은 이들 학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학생·교수 간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세 학과를 통합키로 결정, 지금의 문화콘텐츠학과가 됐다. 학과 명칭을 바꾸면서 강의 커리큘럼에도 변화를 주고, 신임교수와 겸임교수도 충원했다. 그 결과 올해 수시모집에서 경쟁률 70대 1을 기록하는 등 인기학과로 회생했다.

건국대 김기덕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너지가 되는 학문들을 모아 학과를 개설하고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시대를 따라가는 당연한 결과"라며 기초학문에 바탕을 두고 트렌드에 맞춰 키워드를 고민한 끝에 지금의 학과명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도 2007년 유사 기초학문인 사학과와 한국사학과를 통합, 지금의 역사문화학과로 명칭을 변경했다.

■학과명 변경으로 인해 학내 갈등 우려도= 구성원 간 합의 없이 학과명이 변경되거나, 신입생 유치를 위한 명칭 변경이 학내 갈등을 유발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앙대는 2010년도 자율전공학부를 공공인재학과(가칭)로 변경하기로 학교측이 통보하면서 학내 갈등이 촉발되고 있다.

올해 입학한 133명의 학생은 자율전공학부에 남아 현행 커리큘럼대로 수업을 받지만 당장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는 이 방안을 학생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대 한 학생은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으면 학과의 사회적 인지도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구성원들도 2008년 학과 명칭 변경에 따른 갈등을 겪었다. 당시 학교측이 사회체육학과를 일방적으로 스포츠레저학과로 변경, 통보하면서 학생들이 반발한 것이다. 학생들의 요구로 학교측이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지만, 결국 학과명은 학교측이 통보한 대로 정해졌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 간판만 바꾸는 학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경희대 기획위원회 김동준씨는 "학문은 쉽게 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유행에 맞춰,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해 명칭을 바꾼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김기덕 교수도 "커리큘럼은 그대로인데 이름만 바꾸는 구조조정은 지속되기 어렵다"며 "학과 명칭 변경은 구성원 간의 충분한 논의와 학문에 대한 철저한 고민 끝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문대학 학생은 "잦은 학과명 변경으로 선후배 간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학과에 대한 자부심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여진 기자 (dike@unn.net) | 입력 : 10-03-15 오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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