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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총학선거 '학생회 장악' 논란 격화
대학본부 입후보자 자격요건 제시에 학생들 강력거부
'입맛'맞는 학생회 찾나… 뉴라이트 계열 입후보 예상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가 진행 중인 세종대(총장 박우희)가 ‘학생회 장악’ 의혹을 받고 있다. 대학 본부가 이전에 적용된 적이 없던 입후보자 자격 요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학 본부가 총학 선거에 직접 개입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대학 본부가 지난 3일 총학생회장 입후보자 자격요건을 제한한 게 발단이 됐다. “△입후보 당시 직전 학기 평점 평균 C+ 이상 △4학기 이상 6학기 이내 등록 △학사경고 및 학생상벌규정에 의한 징계를 받은 적이 없어야 함” 등의 내용이다. 반면 총학의 관련 회칙 중 ‘후보자 자격조건’은 “△4학기 이상 등록 △200인 이상의 추천”으로 규정돼 있다.

본부 측은 기존 규정을 엄격하게 시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997년 만들어진 ‘학생자치기구 입후보 자격요건’ 조항을 적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엄종화 대외협력처장은 “어떤 ‘의도’를 갖고 자격요건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그간 알게 모르게 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새로 학교를 정비하고 발전시키자는 차원에서 규칙을 엄정하게 지키기로 했고, 총학 선거 관련 자격요건 제시도 그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사실상 ‘사문화’ 된 규정을 갑자기 들고 나온 데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총학 산하 대학교육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우승일(기계공학·4) 씨는 “학생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만든 규정이다. 학생회를 억압하려고 만들었으나 단 한 번도 적용하지 못했던 조항”이라며 “서울시내 타 대학들을 살펴봐도 입후보자의 자격요건을 제시한 경우는 숙명여대를 제외하면 없다”고 덧붙였다.

대학 본부가 제시한 자격요건의 ‘소급 적용’ 여부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말 투표가 무산돼 올해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총학 선거에 당장 자격요건을 제시하는 것은 소급 적용으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본부 측은 “없었던 규정을 만든 게 아니다. 원래 있었던 내용을 적용했기 때문에 소급 적용이라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 본부와 친밀한 관계를 맺은 뉴라이트 계열 학생이 입후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총학 선거에 나왔던 뉴라이트 계열 기독교동아리연합회 후보 쪽에서 러닝메이트를 구해 입후보하려는 걸로 안다”면서 “대학 본부가 사실상 총학 선거에 개입할 길을 열어놓고, 학생회를 장악하려는 의도로 비친다”고 말했다.

총학 재선거 일정이 주명건 전 이사장의 복귀가 가시화된 시점과 맞물린 점도 공교롭다. 총학은 지난해 주 전 이사장의 복귀 시도를 반대하며 법인 사무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여 주 전 이사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주 전 이사장이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 최근의 생활협동조합 폐지 움직임에도 학생들이 적극 반발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반해 대학 본부가 총학 선거 개입의 근거로 들고 있는 ‘학생자치기구 입후보 자격요건’은 주 전 이사장 재직 당시 만들어졌다. 묵혀있던 이 조항을 새삼 거론한 것 또한 거듭 학생들과 마찰을 빚은 주 전 이사장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같은 맥락에서 대학 본부가 주 전 이사장 복귀의 ‘정지작업’으로 학생회 장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편 총학 선거를 주관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대학 본부가 제시한 자격요건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선관위는 “학내에서 의견이 충돌하고 있지만, 특정 단체나 개인을 위한 어떤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고 원칙과 절차를 지킬 것”이라며 “기존 총학의 규정과 시행세칙에 따라 선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03-16 오후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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