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논문학기’ 등록금이 대학별로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학기란 대학원생들이 4학기 정규 과정을 수료한 뒤 강의는 듣지 않고 학적만 유지하면서 학위 논문을 쓰는 학기다. 특히 논문학기 등록금은 학점에 따른 수업료를 규정한 교육과학기술부의 규칙에도 해당되지 않아 사실상 이를 규정할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학들이 논문심사비와 도서관, 구내식당 이용 등을 명목으로 대학원생들에게 논문학기 등록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등록금 액수는 8만원부터 100만원까지 대학별로 천차만별이다.
대학원 등록금의 10%를 논문학기 등록금으로 받는 대학이 가장 많았다. 경희대·중앙대·숙명여대는 대학원 등록금의 10%에 해당하는 50만~70만원을 논문학기 등록금으로 책정했다. 경희대는 인문사회계열은 50만원, 이공계열은 70만원이다. 중앙대는 인문사회계열 40만원, 이공계열은 50만~60만원을 받고 있다. 숙명여대도 인문사회계열은 40만원, 이공계열은 50만원을 받는다.
연세대는 8분의 1을 받는다. 인문사회계열 50만원, 이공계열 70만원이다. 서강대는 등록금의 12%인 50만~70만원을 논문학기 등록금으로 받고 있다. 숭실대는 논문학기 등록금으로 석사 8만원, 박사는 12만원을 받고 있다. 인문사회계열이나 이공계열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정액으로 책정했다.
대학원 등록금의 20%를 논문학기 등록금으로 받고 있는 대학도 있다. 한국외대는 석사의 경우 인문사회계열 83만8200원, 이학계열 96만200원, 공학계열 111만8800원을 받고 있다. 박사는 인문사회 125만7300원, 이학 144만300원, 공학 167만8200원을 받는다. 이화여대도 인문사회계열 80만원, 예능계열 90만원, 이공계열은 10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대부분 학교 조교를 하거나 별다른 직업이 없는 것을 감안할 때 논문학기 등록금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대학 대학원생은 “대학원 등록금도 부담스러운데 논문학기 등록금까지 마련하느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논문학기 등록금이 대학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납득할 수 없다. 강의도 듣지 않는데 왜 이렇게 비쌀 수밖에 없는지 학교측이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외대 관계자는 “논문학기 등록금은 1~2년 사이에 정해진 것이 아니다”며 “대학원생들은 논문학기 등록금을 납부함으로써 재학생은 아니지만 재학생과 동일하게 도서관·PC·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논문학기 등록금에 대한 인식의 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논문학기 등록금에는 논문심사비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크게 비싼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학들이 입맛대로 논문학기 등록금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를 규제할 만한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교과부 ‘대학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에는 석사학위 이상의 과정은 1학점부터 3학점까지는 해당 학기 수업료의 2분의 1 해당액, 4학점 이상은 해당 학기 수업료 전액을 받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강의를 듣지 않고 학적만 유지하는 논문학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에는 논문학기 등록금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수업료 자체는 학칙에 따라 내부적으로 풀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논문학기 등록금이 교과부 규칙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학칙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학마다 특수성이 있고 절차적으로 위반사항이 없는 이상 대학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이 논문학기 등록금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논문학기 규정이 애매하기 때문에 대학들이 일정한 기준 없이 논문학기 등록금을 받고 있다”며 “논문학기 등록금을 받아야 한다면 대학들이 최소한의 선에서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