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대학행정

목록
프린트 스크랩
울산대 인터넷 강의공개 인기몰이
울산대 인터넷 강의공개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홈피에 응원댓글 쏟아져 … 직장인도 주보도 "감사해요"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영화 주인공이 누구죠?” “엘 고어입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왜 일어날까요?” “문명의 발달 때문이죠.”

“네. 맞아요. 인류가 지구를 덥게 하고 있습니다.”


울산대가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강의공개를 실시한 뒤, 처음으로 공개한 ‘미래사회와 과학기술’의 첫 번째 강의시간 풍경. 김도연 울산대 총장이 강의공개 ‘첨병’으로 직접 나섰다. 김 총장은 대형 강의실에서 마이크를 들고, 또박또박 알기 쉽게 풀어서 강의한다. 강의공개를 의식해서 어려운 개념은 몇 번이고 다시 설명한다. 카메라는 김 총장의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따라 가느라 여념이 없다. 김 총장은 지구온난화가 왜 일어나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미리 준비한 다양한 강의 자료(영화 예고편, 지구온난화 현장 사진 등)를 보여 주면서 강의한다. 김 총장의 강의는 클릭  수만 60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 사람이 반복해서 여러 번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김 총장의 강의를 본 것이다.


이어 ‘정주영의 경영학’ 강의가 눈에 띈다. 울산대를 창립한 정주영 회장의 경영 마인드가 궁금해 클릭해 봤다. ‘아산 정주영의 경영철학 및 경영방식에 대한 이해’와 ‘한국적 경영방식의 우수성에 대한 이해’가 강의 목표다. 교재와 참고 문헌도 출판사까지 누구나 구하기 쉽게 설명해 놨다. 40분이 넘는 강의를 클릭했다. 김도일 경영학부 교수가 간단한 자기소개로 강의 시작을 알린다. “경영은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로 묶어야 해요. 구체적으로 인사와 조직, 마케팅, 경영정보, 회계가 대표적이죠.”


울산대는 지난해 1학기부터 강의 공개를 시작하면서 대학가에서 집중 조명받고 있다. 공개한 강의는 일반인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논어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자원봉사론’을 시작으로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정치학개론’·‘경제학개론’·‘생산관리’ 등 17개 과목을 공개했다. 이번 1학기에도 전공필수에서부터 교양선택까지 총 14학점을 공개했다. 법학과 건축학 등 다양한 전공을 6명의 교수가 강의한다. 울산대에 따르면 강의 공개 동영상을 보기 위해 연 5만 건 이상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대학은 이미 강의공개가 일반화됐다. 미국의 경우 MIT는 2100개의 과목을 인터넷에 올리고, 일본의 도쿄대도 총장 강의만 50만 건이 접속되고 있다. 세계 대학의 강의공개 추세에 울산대도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울산대가 강의공개를 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있었다. 교수들이 강의를 공개하는 목적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강의를 공개한다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울산대 강의를 듣겠느냐’에서 ‘실효성이 없을 것 같은데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냐’, ‘강의는 일종의 노하우인데 저작권이 침해당하거나 반대로 공개강의가 저작권 문제를 일으키면 어떡하느냐’ 등 반발이 있었다. 특히 강의를 공개하려면 강의 준비를 빈틈없이 해야 하고, 온 국민에게 강의가 공개되는 만큼 많은 학생들의 질문에 소홀히 대답할 수 없다는 이유가 컸다. 실제로 김 총장이 강의공개를 결정하자 많은 교수들이 반대하고 일부 교수만 강의공개에 동참했다.


박종희 교무처장은 “강의공개에 앞서 교수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일부 교수가 강의공개를 시작하면서 지금은 교수사회에 강의공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앞으로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강의를 계속 공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막상 강의가 공개되자 울산대 강의공개 홈페이지 수강자 게시판에는 강의공개 결정을 응원하는 글이 쇄도했다. 울산대 재학생이 남긴 글보다 외부에서 강의공개 소식을 듣고 남긴 글이 더 많았다.

한 50대 남성는 ‘좋은 강의에 감사드립니다’란 글에서 “김 총장님의 솔선수범한 강의 내용을 듣고 대학이 과거처럼 명성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과거 대학 생활 당시 강의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강의공개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주부는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공개강의를 통해 늦게나마 공부하고 있다”며 “지난주부터 틈틈이 강의를 듣기 시작했는데 다음 주 강의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 감사의 글을 남겼다.

김 총장은 대학 교육 자체를 강화하기 위해서 강의를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국의 모든 대학이 강의공개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지난 4일 진행된 본지 좌담회에서 “강의를 공개하면 교수는 온 국민이 보고 있다는 압박을 받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자연스럽게 강의의 질은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강의공개는 세계적 추세로 가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이라며 “이는 사교육 문제를 해소하고, 학벌이 아닌 개인 역량이 결정하는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정혁 기자 (blinddance@unn.net) | 입력 : 10-03-22 오전 9:06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