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학과’ 잇따라 개설...실효성 논란
“과학기술 연계한 고급 인력 양성 역할”
“충원율·취업율 높이기 위한 편법” 비판
최근 몇몇 대학들의 군사학과 신설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둘러싼 비판이 가열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육군3사관학교 등 장교 양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 교육기관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반대학의 군사학과 신설은 과욕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군 현장·대학가에서는 일반대학의 군사학과 신설은 우수 군사인력 양성이라는 본질보다는 단기적인 학생 충원율·취업률 향상, 홍보 등의 ‘잿밥’에 관심을 둔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2011학년도 건양대 등 4개 대학에 신설
육군본부는 지난 9일 건양대·영남대·용인대·청주대 등 4개 대학과 군사학과 신설을 골자로 한 ‘군사학 발전 협력 합의’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4개 대학은 육군본부의 지원을 받아 2011학년도부터 군사학과를 신설하고 각 40명씩의 신입생을 모집할 방침이다. 군사학과 학생들은 4년 동안 군장학금을 받아 수학하고,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해 장교로 근무하게 된다.
김윤배 청주대 총장은 “군사학과를 통해 선진 강군의 정예 인재들을 양성할 것”이라며 “국가안보 및 군사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군사·국방은 과학 기술이 종합적으로 응용되는 분야”라며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안보분야 고급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국민의 안녕에 기여하는 동시에 대학경쟁력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2002년 12월 군사학을 지상전학·군수관리학·군사행정학 등 3개 전공과정으로 분류되는 ‘표준교육과정’으로 공시하고 공식 학문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경남대·대전대·원광대·조선대 등 4개 대학이 군사학과를 개설·운영 중이다. 더불어 2011학년도 4개 대학이 추가되면 총 8개 대학이 4년제 일반대학으로서 군사학과를 설치·운영하게 된다.
군사학과를 운영 중인 모 대학 관계자는 “육군에 2011학년도 군사학과 신설을 신청한 대학은 총 23개교였다. 경쟁이 치열했다”며 “경제위기는 해결되지 않고 취업난은 가중되고 있다. 군사학과는 학자금·취업에 대한 염려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동시에 국가에 필요한 인력까지 양성한다는 장점이 있어 이에 대한 일반대학들의 관심도 수직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기적 측면 고려 안 한 과욕” 비판 거세
2011학년도 군사학과를 신설하는 대학들이 대폭 늘자, 군 현장·대학가에서는 일반대학들의 군사학과 신설은 과욕이라는 비판이 가열되고 있다. 대학이 당장의 학생 충원율·취업률을 높이고자 장기적·본질적 측면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군사학과 개설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충남대가 군사학부 유치를 추진 중이던 지난해 12월 9일 이 대학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학과 사관학교 분리라는 대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며 “직업 군인을 양성하는 상명하복과 승리지상주의의 군사학과가 대학 내에 설치될 경우 양자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민교협 소속 모 교수는 지난 16일 “충남대 구성원으로서 군사학과 유치가 안 된 것은 결과적으로는 옳은 일이라고 본다. 일반대학의 장교 양성은 ROTC만으로도 충분하며 군사학과 설치는 과욕”이라며 “군사학과가 설치됐을 경우 대학은 당장의 학생 충원율·취업률 향상과 홍보, 육군은 퇴직 군인들의 교수로의 재취업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사학과를 통해 대학이 얻는 효과는 단기적일 뿐이며, 학과 개설은 장기적·근본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학가에서 군사학과 설치를 통해 나타나는 효과가 단기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보수적인 군 구조 속에서 사관학교가 아닌 일반대학 군사학과 출신 학생들이 장기 재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다수 전·현역 장교들은 “현재 사관학교만으로도 우수한 군 인력 확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반대학 군사학과 출신들이 군에서 자리를 잡고 진급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다”고 내다보고 있다.
육군3사관학교 출신 모 대위는 “정확한 현역장교의 수는 보안상 언급하기 곤란하나 군의 인력 수급은 현재로서도 충분한 상황이다. 더불어 고위급 장교의 경우 대부분은 육사·3사, 일부는 ROTC 출신이 독점하고 있다”며 “군에서 진급하려면 상급자의 인사고과인 ‘평정’을 받아야 하는데, 고위 계급일수록 출신학교 후배를 챙겨 주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일반대학 군사학부 출신 장교의 경우 인사고과를 받지 못하고 정년이 돼 어중간한 나이에 전역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전역 장교 이모씨(36)는 “장교로 재직하다 진급에 실패해 2년 전 전역했고 현재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군에만 있다가 30대 중반에 사회에 나와 직장을 구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며 “현재 군 내부에는 고급 인력이 충분해서 끌어 주는 선배가 있는 사관학교 출신들도 생존을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하고 있다. 일반대학들의 군사학과 설치는 ‘우수 군사 인력 양성’을 앞세운 사사로운 욕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군사학과 신설을 앞둔 모 대학 관계자는 “군사학과 개설의 큰 효과 중 하나가 취업률 향상·홍보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대학 군사학과 출신 장교들이 진급에 어려움을 겪거나 장기 재직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요즘은 군대에서도 출신학교보다는 개개인의 실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초기에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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