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참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세계인의 부러움을 살 만한 전통과 문화적 유산이 많은 나라죠.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처럼, 잘 발굴해서 제대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미국인 토머스 듀버네이(Thomas Duvernay·49) 영남대 교수의 전공은 한국학. 올해 영남대가 처음 개설한 국제학부에서 ‘한국의 역사문화’, ‘동아시아의 한국’ 수업을 강의하고 있다. 외국인 교수가 한국학을 가르치는 것도 의외지만, 영어로 진행되는 것도 신선한 대목이다. 듀버네이 교수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영어로 가르치는 것을 ‘구슬을 꿰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말한다.
듀버네이 교수는 한국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에서 20여 년간 살면서 한국 사람이 다 됐다. 국궁(國弓)문화연구회 회원으로 국궁 관련 책을 펴냈고, 홍보 영상에도 수차례 출연하는 등 한국 사람보다 더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지난 2007년에는 신미양요 당시 미국에 빼앗겼던 어재연 장수기의 반환 노력에 앞장서 장수기의 장기임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국을 잘 알면서도 ‘외부’의 시각을 지닌 독특한 그의 삶이 한국학을 영어로 가르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의 지론은 잘 알고 알리기 위해서는 ‘객관적 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 한국을 배우러온 외국인 학생에게는 한국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인 재학생에게는 보다 중립적 관점으로 한국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학 영어 강의를 시작했다.
듀버네이 교수의 수업에는 독일·러시아·베트남·중국·폴란드·프랑스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이 뒤섞여 있다. 토론 과정에서 외국인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모국의 이야기를 꺼내 한국인 학생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알리고, 한국인 학생들 역시 보다 한국적인 게 무엇인지 찾아내 외국인 학생들에게 잘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곤 한다. 듀버네이 교수가 말하는 ‘구슬을 꿰는 과정’인 셈이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듀버네이 교수의 수업을 수강하는 영남대생 권예원(정치외교학·2) 씨는 “외국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한국이 외국에 자랑할 만한 것은 무엇인지 제3의 시각에서 알고 싶어 수업을 들었는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 “한국사와 세계사가 별개의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관계’ 속에서 객관적으로 한국을 이해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듀버네이 교수의 역할은 또 있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는 국제화가 진행될수록 대학의 중립적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주장한다.
듀버네이 교수는 “국제화의 이면에는 쇼비니즘(chauvinism: 배타적·맹목적 애국주의)의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보다 객관적으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잠재적 가능성 등을 바라봐야 쇼비니즘에 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생각을 나누면서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학이 그런 과정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