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탓일까. 세계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코너로 몰리고 있다.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신청이 계속되자 미국 대학들은 학자금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등 수혜 대상을 늘리기 위해 분주하다. 이에 의료보험 개혁을 이끈 오바마 대통령이 학자금 대출 제도도 개혁하기 위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미국 학자금 대출 제도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 미국 대학들 학자금 지원 대상 확대 = 전 세계적 경기 침체에 따른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학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미국의 대학생들이 학자금 지원 및 대출을 요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2009~2010학기 동안 미국 전역에서 연방 학자금 제도에 지원을 신청한 학생 수는 현재 총 10만6189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 2008년 14만3672건을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소득이 줄어들면서 워싱턴 인근 지역에서만 재정지원 제도의 수혜 대상 학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과 같은 동부의 메릴랜드주는 최근 실업률이 4.4%에서 7.5%로 크게 상승했다. 이 여파로 인해 메릴랜드대에선 2009~2010학기 학자금 지원 요청이 거의 1000건에 육박하면서 전 학기 대비 두 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지원 수요의 증가에 발맞춰 각 대학도 지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조지메이슨대는 15만 달러 규모의 ‘곤경지원펀드’를 신설했다. 이 펀드는 이미 지원 신청을 낸 학생들이라도 기존의 수입이 줄었을 경우 첫 지원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수입 규모를 다시 제출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버지니아 렉싱턴의 워싱턴앤드리대도 100만 달러의 지원금을 추가로 할당했다. 학교 당국은 등록금이 부족해 등록이 취소되는 학생은 아직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메릴랜드대는 ‘메릴랜드 등록 지킴이’ 캠페인을 이어 가고 있다. 학자금이 부족해 등록할 수 없게 된 학생들을 돕자는 것을 목표로, 이 모금액은 15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 오바마, 학자금 대출 제도 개혁 = 미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신청이 최근 크게 늘어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에 이어 학자금 대출 제도도 바꿀 예정이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학자금 대출 제도를 개혁해 보다 많은 학생들이 빚 부담 없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최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인터넷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연방 학자금 대출제도의 개혁으로 오는 10년 내 680억 달러에 달하는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며 “저축된 돈은 미국을 위한 다음 목표를 위해 쓰일 것이다. 그 목표는 10년 후 미국이 다시 한 번 대학 졸업자 비율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평균 2만3000달러 이상의 빚을 진 채 졸업한다. 단지 대학에 진학한다는 이유만으로 재정적으로 파산하지 않는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보장해 줘야 한다”며 “대학 졸업자들이 학자금 대출금을 여유 있게 갚아 나갈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 법안의 핵심은 학자금 대출 과정에서 보조금을 지원받는 은행의 중개 역할을 축소해 예산절감을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학자금 대출 단계를 줄여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장학기금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이 법안에 따르면 연방정부가 학자금 대출 전액을 거의 다 지급 보증하는 저리 학자금대출인 ‘스태포드 대출’을 은행을 거치지 않고 정부가 직접 하게 된다.
미 의회 예산처(CBO)는 10년간 정부가 직접 학생들에게 5000억 달러에 달하는 학자금을 대출해 주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조지 밀러(민주·캘리포니아) 하원·교육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개혁법안 처리를 통해 대학 재정을 여유롭게 만들고 미국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며 “젊은이들이 국제경제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재정적자도 수십 억 달러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대출 처리과정이 지연되고 혼란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연방정부는 민간분야가 맡고 있는 대규모 대출을 처리할 인력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민간 학자금 대출 금융기관들은 정부가 금융기관의 업무를 빼앗아가서는 안 된다며 이 법안 때문에 민간부분에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