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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제원자력기구 의장 정근모 호서대 총장] "핵은 두려운 게 아니다"
북한 위기 자초할 핵무기 포기할 듯
실생활에 밀접한 핵 관련 지식 대중화 필요
한국의 핵 물리학, 세계적 경쟁력 갖춰
에너지의 수급과 배분 문제는 연합군의 이라크 공격을 부추긴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였다.

이라크 공격 이후 북한 핵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원자력의 발달부터 핵무기의 위험성까지 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전 국제원자력기구 의장이자 과학기술처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던 정근모 호서대 총장과 이인원 본사 회장이 이를 위해 자리를 같이 했다.

이인원 = 원자핵 발견의 인류 과학사적 의미를 찾는다면 무엇입니까?

정근모 =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환원에 관한 이론을 기반으로 지난 30년대 인류는 이미 우라늄의 핵분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만 불행히도 그 활용은 2차대전 당시 치명적인 무기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레이더처럼 과학기술은 전쟁 때 크게 발달하는 법이죠.

과학이라는 것은 스스로 선과 악을 구분할 수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과학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사람의 도덕성이 문제입니다. 북한의 핵사용이 염려스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이 = 세계적으로 핵 발전은 현재 어떤 수준에 와있습니까?

정 = 근본원리는 이미 오래전에 발견된 데다 각 원소의 핵분열 연구는 지금까지 충분히 진행돼 그에 대한 데이터가 거의 확보됐습니다.

이젠 더 나아가 자연생성이 불가능한 경우도 연구하고 있죠. 고, 중, 저 에너지 핵 현상으로 세분화된 연구가 발전을 거듭해 나가리라고 봅니다.

이 = 핵폭탄 제조 문제로 인해 한국의 핵물리학이 혹시 위축되고 있는 건 아닙니까

정 = 핵물리학이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IAEA(국제 원자력 기구)나 NPT(핵무기 비확산 조약) 등의 제약이 있어 외부에서 볼 때 다소 위축되는 분위기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NPT 등의 절대적 준수만 이뤄지면 위축될 이유는 없죠.

그래서 핵공학은 상당히 발전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고 특히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 핵이라는 것이 대중적 테마는 아니었쟎습니까? 최근에 불거져 나온 것도 북한의 핵 문제가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고 그 문제가 바로 한반도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일텐데요.

정 = 한국민들이 사용하는 전기의 43%는 원자력 발전에 의해 공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즐기는 음식이나 음료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 공간의 모든 재료에서는 방사능이 유출됩니다.

이렇게 우리 생활에 직접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막연하게 우리와 무관하다 혹은 위험하다, 무섭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핵에 대한 지식의 대중화가 시급하다는 거죠.

초등학교에서부터 생활과학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현재까지 활용도면에서 가치가 가장 큰 에너지원을 무지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멀리한다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 =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온 겁니까?

정 = 핵 재처리나 핵폭탄의 설계는 이미 지난 1940년대에 있었던 일입니다. 반세기이상 지난 지금에는 누구라도 가능하다는 얘기죠. 그러나 다행히 북한의 원자핵 기술수준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닙니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안전한 원자로인 경수로를 사용하지만 북한은 흑연로를 씁니다. 경수로와는 달리 핵무기에 필요한 플루토늄 생성이 용이한 원자로죠.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흑연로가 문제였습니다.

경수로는 안전을 위한 다중보호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만 흑연로는 이것이 잘 안되어 있어 안전코드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지난해 북한은 두가지 핵무기 제조방법, 즉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중에서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고 공공연하게 발표해 세계를 자극한 것이죠.

이 =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정 = 95년경에 이미 북한의 상황은 지하 핵실험이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핵 폭발물은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겁니다. 실험을 계속할 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국제적 고립이라는 상황에서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팔 것이냐(그만 둘 것이냐) 아직 결정을 못 내린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계속하는 것 자체가 이득이 없다는 것을 분명 북한도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 핵 발전소를 더 이상 설치하지 않고 운영을 중단한 국가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 = 독일이 그런 경우인데, 석탄 매장량이 많은 데다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을 충분히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정부가 판단을 내린거죠. 하지만 최근 이같은 결정에 대해 회의가 일고 있고 스웨덴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다릅니다. 우리는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어 에너지 자립도가 없는 실정이고 에너지 파동이라도 일어나면 바로 재난인 셈입니다.

에너지 균형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죠.

이 = 핵발전소를 없애거나 운영을 중단하면 화력발전량을 더 늘려야하는 만큼 공해나 원료 수급도 문제가 아닐 수 없겠군요.

정 = 그렇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나라이고 에너지 강도가 높은 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에너지 절약은 필수적이지만 산업발전에 필요한 에너지의 사용 또한 필수적이죠.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에너지의 사용량은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이 = 우리나라의 핵 폐기물 처리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정 = 방사능이 나오는 정도에 따라 고준위와 저준위로 나뉘는데 핵연료봉의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은 재처리를 안합니다.

플루토늄은 자체로도 연료로서 활용할 수 있지만 핵 안전조치에 따라 한국은 재처리를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임시보관하고 있죠. 하지만 어느 시점에 가선 재처리가 필요할 겁니다.

일본은 국내 시설 부족으로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 재처리를 하고 있습니다만 재처리물을 일본으로 들여가는 것은 정치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들여오면 일본의 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 = 핵 폐기물 처리장의 설치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실제로 안전이 문제가 됩니까?

정 = 그렇지 않습니다. 핵 폐기장이라고 하면 무조건 반대만 하고 나서는데 핵 공학적으로 충분히 안전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핵 발전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핵공학 기술수준에 대한 인식이나 핵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대중들에게 안전성을 일깨우는 일입니다.

일본의 아오모리 자치단체장은 핵 폐기장의 어감이 나쁘기는 하지만 지역을 핵 기술단지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유치를 추진해 지역 발전과 지역민의 생활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우리 안면도의 서해연구단지 조성에서도 유사한 시도를 해봤지만 주민 반발이 대단히 심했죠.

해결책은 주민들에게 무지와 무조건적 반대에서 벗어날 정확한 관련 지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 핵이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적용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 = 적용분야는 상당히 많죠. 의료분야와 전자공학 분야에서 특히 그렇고 나노기술에도 이용됩니다. 모든 분야에서 활용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다만 사고의 한계가 문제죠.

이 =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물리학에 대한 거리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십니까?

정 = 자연과학의 기본, 과학기술의 바탕은 물리학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상을 해석하는 이 기본 학문의 교육 자체가 실생활과 괴리되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수학만으로 하는 골치아픈 물리학이 아니라 실험 실습을 통해 재미있는 물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인도 계속교육의 차원에서 흥미로운 물리교육 프로그램으로 생활과 밀접한 현상들을 새롭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물리란 게 그런 것입니다.

이 = 최근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그리고 물리학의 장래성은 어떤가요?

정 = 과학기술 중심의 문명발전이 이루어져온 현실에서 과학 기술력 없이 국가발전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지난 반백년간 경제급성장의 원동력이었쟎습니까?

하지만 이 분야는 나이가 들게 되면 경쟁이 어려워지고 삶의 질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에서인지 지원자가 현격히 줄었죠. 그렇다고 지나치게 많으면 사회구조상 이들을 소화해내기 힘듭니다.

25% 정도가 이공계를 선택하고 이들에게 일상생활을 유지할 충분한 개런티를 줄 수 있다면 수요공급의 적정선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현재 이공계생들은 가까운 미래 상당히 주목받게 될 겁니다.

윤지은 국장 기자 (alice@unn.net) | 입력 : 03-06-30 오후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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