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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남정현] 문학은 인간을 이해하고 현실을 규명하는 작업
보수의 외피 쓴 외세의존세력, 민족자주 불온한 것으로 매도
반독재/반외세 시대정신의 실천적 역사가 미래전망 밝게 해
과거 군사정권시대에 반미작가로 활동하다 용공세력으로 몰려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분지>의 작가 남정현을 본지 김우종 주필이 만났다.

뚜렷한 명분과 UN의 승인이 없어도 초강대국 미국이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었던 데 분노하던 전세계인들의 반전운동도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속에서 우리 한국의 과거를 다시금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우종 = 미군의 여중생 장갑차 사건으로 얼마전 반미감정이 크게 고조된 바 있었습니다. <분지>를 통해 반미작가로 일컬어졌던 남선생에게 ‘반미’란 어떤 의미입니까?

남정현 = 미국에 대해 제가 불편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미국의 패권주의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를 희생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은 이기적인 자국 중심의 정책을 얘기하는 것이죠.

최강대국인 미국은 실질적으로 다른 국가의 자주권을 인정하고 이를 보살펴줄 의무를 마땅히 가져야 합니다. 적어도 호혜평등의 입장에서 다른 민족과 국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미국과 한국은 정상적인 관계라고 할 수 없죠.

민족의 존엄성, 즉 5천년의 역사를 통해 어떠한 혹독한 외세로도 우리 민족의 혼을 압살할 수는 없는 것임을 내외에 선언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분지>를 집필했었습니다만, 수사기관에 불려가고 재판받고 했던 일로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민족적인 입장이라는 것은 전혀 통하지 않더라는 것이죠. 우리 민족이 없고 한국이 없음을 가슴 깊숙이 느꼈습니다.

헌법과 국가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 중에서 군대통수권을 외국에 전적으로 맡겨버린 나라는 한국 뿐입니다. 국민이 선출해낸 인물들로 구성된 정부지만 이것이 과연 자주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라고 생각할 수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죠. SOFA와 같은 협정은 주권 국가간의 협정으로 볼 수 없습니다.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관계, 지배와 예속 관계가 아닌 이상 이같은 협정이 맺어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즉각적으로 폐지되야 합니다. 적어도 2차대전의 패전국인 일본과 독일의 수준보다는 나은 것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것을 미국에 이해시켜야 합니다.

왜냐하면 협정폐지가 다름아닌 한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것이며 인권주의 문명국가임을 자랑하는 미국으로서 제대로 명분을 갖추는 일이니까요.

김 = 하지만 미국은 그것을 반미운동로 보고 반미감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우리 사회 다수의 보수세력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남 = 저는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보수라는 개념을 서구 의 일반적인 보수와 혁신 그리고 진보와 반동이라는 관계에서의 바로 그 보수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해방 후 친일세력은 여전히 권력을 잡았고 새 정부가 세워진 후 이승만 정권에서도 그 권력은 이어졌으며 결국 그들이 전두환이나 노태우 등의 군부세력을 지탱해주는 바로 그 세력이었습니다. 이들이 민족에 대한 죄악을 탕감하기 위해 보수라는 이름으로 행세한다는 것인데 용납할 수 없는 일인 거죠.

민주주의와 통일, 그리고 민족의 자주를 반대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김 = 그들이 그와 같은 행위를 과거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해온 이유는 뭘까요?

남 = 기득권을 잃지 않겠다는 겁니다. 제가 <분지>를 쓴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건국의 초석이 되어서는 안될 세력이었습니다.

민족적인 양심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이들을 미국은 한국 지배의 토대가 되줄 세력으로 선택한 것이죠. 스스로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이 사람들이 일본에 그랬듯이 미국에게도 충성해 주기를 바란 겁니다. 이들에게 미국은 자신들을 보호해 줄 세력인 것이죠.

5.16 군부세력도 미군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군부통수권은 미국에게 있었던 것 아닙니까?

외세가 다시 한번 우리 민족에게 총부리를 댄 것이라는 생각에서 <분지>를 쓴 것입니다. 반미와 용공세력으로 제가 몰린 것도 그 때문이죠.

대중적으로 그것을 논의할 수도 없던 시기였지 않습니까? 야당이나 재야마저도 이를 지지할 수 없었으니까요.

김 = 65년 <분지> 발표시기가 군부의 반미 용공세력을 청산하려던 바로 그 시기였네요.

남 = 위기감을 느낀 세력이 <분지>를 불온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참여문학을 공격하기 시작했죠. 그 때부터는 아무 것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김 = 많은 작가들이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죠.

남 = 그랬습니다. 문학이란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작업이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이 처한 현실 즉 정치, 경제, 사회환경을 아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대 작가가 현실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른다면 어떻게 그 시대의 인간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겠느냐 말이죠.

문학에서 다루는 것은 두가지 즉 자연과 역사입니다. 저는 역사를 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민중의 가슴 속에 가장 오래 남을 수 있는 작품이라면 역사와 자연을 조화시킨 것이겠죠.

제 생각에 역사란 인간이 꿈과 이상을 펼치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린 흔적이고 이것을 추적해야할 의무가 작가에게 있습니다.

문학이 그런 정치와 경제, 역사에 접근하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된다고 말하는 작가들도 있죠. 이들은 아주 꿈꾸는 듯한 달콤한 이야기를 글로 옮기면서 순수문학을 한다고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입니다.

김 = 가장 순수하지 못한 문학을 하면서 순수를 부르짖는 사람들이군요.

남 = 그들에 의해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도구로 이용됐다고 지적받던 사람들이 현실의 권력에서 가장 소외되고 탄압받던 세력이란 말이죠. 이런 것을 보더라도 문학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가는 역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 = 그것이 작가적 역할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당시 그와 같은 참여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던 게 사실 아니겠습니까?

최근 젊은 세대들을 통해서 조금씩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줄 아는 나라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러한 발전적 변화를 발목잡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죠.

남 = 전 앞으로의 미래를 아주 낙관적으로 봅니다.

사학자들의 말대로라면 1천여회의 외침을 받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민족의 특색을 그대로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반봉건투쟁이자 반외세투쟁인 갑오농민전쟁만 하더라도 야만적이고 극악한 탄압을 받았지만 그 영향이 의병운동이나 독립군으로 명맥을 유지해 나갔고 민족적 기개를 보여준 3.1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겁니다.

그 후에도 그 세력들이 일신의 안락을 도모하지 않고 주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해방 후에는 민족의 분열에 반대했으며 4.19를 일으키고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린 후 지금까지 반독재 반외세 투쟁의 명맥을 이어가며 광범위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김 = 주로 학생들이 그와 같은 영향을 많이 받았고 실제로 상당한 역사적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남 = 그렇죠. 그 세력이 6.15선언까지 가게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족이 존재한 토대 위에서 민주주의나 사회주의가 있고 보수와 진보가 있는 것이지 민족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우선 민족이 외세의 압박에 짓눌려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고 남북의 7천만 민족이 다같이 이 압박에 대항해야만 벗어날 수가 있다는 것이죠.

김 = 앞으로의 한미관계는 어떻게 되리라고 보십니까?

남 = 지금과 같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지배와 예속이라는 관계인데 이러한 부당한 관계는 한국의 입장에서나 미국의 입장에서나 우리 시대의 행복을 저해하는 장애물이고 따라서 불온이라고 할 수 있죠.

오늘날의 이같은 제국주의 정책을 미국이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버려야하는 시기가 21세기에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봅니다.

김 =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남 = 우리 민족의 뜻에 맞게 평화적으로 통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전쟁이 민족자멸을 의미한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습니다. 6.15가 추구하는 대로 화해와 협력에 의해서 통일의 분위기가 형성되야겠죠.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는 민족내부의 문제입니다. 민족이 원하는 바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사회당과 공산당이 있지 않습니까? 사회주의나 공산당이 소수정당으로 남을 수도 있는 것이고 그래서 민족의 번영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이죠.

이와 같은 형태로 남북의 민중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통일이 올 것이라고 봅니다.

김 = 미국과 북한과의 문제도 평화스럽게 잘 해결되리라고 보십니까?

남 = 그럼요. 미국이 북한과 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군사력을 염두에 둔다는 것이거든요. 패권주의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군사적 대치가 자신들에게도 막대한 손실이 가져올 것이라는 계산에서죠. 북미간 회담 자체도 그래서 상당히 좋은 방향에서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여지가 많거든요.

미국이 북한에 원하는 것은 다른 나라가 감히 가지고 있는 걸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핵과 미사일, 그것에 대한 억제력입니다.

핵과 미사일의 유지를 고집하는 것이 북한 스스로도 생존에 그다지 이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있어야 체제의 보장과 최소한의 양심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도 분명 하겠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도록 하기 위해 미국이 회담을 통해 북한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리라고 봅니다.

전쟁과 흡수통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안은 결국 민족간의 협상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남정현(南廷賢)은 누구인가.

1933년 충남 서산 출생

1958년 <경고구역>으로 등단

1961년 소설 <너는 뭐냐> 로 제6회 동인문학상 수상

1965년 <분지>로 반공법 위반 구속

1974년 <긴급조치>로 8개월간 옥고

2002년 제12회 민족예술상 수상

남정현문학전집(3권) 발간

(현)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대표작 <허허선생>, <옛날이야기>, <방기소리> 등 다수

윤지은 국장 기자 (alice@unn.net) | 입력 : 03-05-06 오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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