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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산업대 시대’
산업대, 일반대 전환 본격화…8개大 추진 중
일반대와 전문대학 사이 '특수성 상실'이 원인
취업률 감소 등 전환 후 경쟁력 약화 우려도

산업대가 사라지고 있다. 산업인력 양성을 전담하던 산업대가 시대변화에 따라 일반대와 경계를 허물면서 일반대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특히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2011년 까지 한시적으로 일반대 전환 자격 요건을 완화하면서 산업대의 일반대 전환 움직임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반대 전환이 취업률 하락 등 대학 경쟁력 제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대→일반대 전환 본격화=1980년대 산업인력을 양성하고 전문계고 출신의 평생교육을 담당하라고 만든 개방대가 산업대의 전신. 16년 만에 산업대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최근 잇달아 일반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0개 산업대 중 8개교가 일반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산업대·진주산업대·한밭대·한경대·남서울대 등 5곳이 교과부에 일반대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다.초당대·경운대·청운대 등 3곳은 자격 요건을 충족시킨 후 신청서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대학이 일반대 전환 자격을 갖춰 교과부 승인을 받으면 산업대는 2곳만 남게 된다.

산업대의 일반대 전환 움직임은 2008년부터 급물살을 탔다. 교과부가 2008년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2011년 9월 27일까지 한시적으로 일반대 전환을 원하는 산업대에 일부 자격 요건을 낮춰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전임교원 확보율 61% △수익용 기본재산 55.6% 이상만 충족하면 산업대의 일반대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단, 교지와 교사(校舍)는 100% 충족해야 한다. 모든 조건을 100%충족시켜야 했던 기존에 비해 일반대 전환이 쉬워진 셈이다.

이에 따라 충주대가 지난해 9월 일반대로 전환했고, 이어 한려대가 지난해 11월 교과부 승인을 받아 내년 3월 일반대 개교를 앞두고 있다. 앞서 우송대·동명대·영산대도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완화된 요건에도 불구, 일부 대학은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전임교원 확보가 난제다. 한밭대와 서울산업대는 전임교원 확보율 61%를 채우지 못한 채 신청서를 냈다. 한밭대 기획처 관계자는 "국립대의 경우엔 정부의 티오를 받아 교원을 충원하기 때문에, 교수확보율을 올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일반대 전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15명의 교원이 더 필요한데, 현재 정부로부터 7명의 티오를 확보했고, 나머지를 더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은 사립 산업대도 마찬가지. 초당대 관계자는 "일반대 전환을 위한 나머지 요건은 갖췄지만 전임교원 확보율을 채우는 것이 문제"라며 "교수를 채용하거나, 학생 수를 감소해 요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은 대학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경대 관계자도 "전임교원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대 전환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반대로 전환한 한려대의 경우엔 학생수를 줄여 교원확보율을 맞췄다.

■일반대 전환 왜? “특수성 상실”원인=이처럼 전임교원 확보 등 일반대 전환에 무리가 따름에도 불구, 전환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대가 특수목적대로서 차별성과 특수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교과부가 일반대에 △계약학과 설치 △전문계 고교졸업생 입학 전형 등을 허용한 것은 일반대 전환의 시발점이 됐다.

남서울대 관계자는 "산업대가 갖고 있던 고유영역을 계약학과 등 비슷한 형태로 일반대에 허용해주다보니 산업대는 존재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호원대의 한 교수도 "예전에는 산업대만이 야간과정을 개설해 산업체 재직자 교육을 했는데, 교과부가 일반대에도 야간과정을 개설을 허용하고, 전문계 고교 출신도 일반대에 갈 수 있도록 문을 열면서 산업대 설립 목적은 사라지고, 이미지만 안 좋아졌다"며 "교과부가 대학의 획일화를 부추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대학원을 둘 수 없고, 산업체 출신을 우선 선발해야 하는 등 제도적인 규제가 많은 것도 원인이 됐다. 서울산업대 관계자는 "대학을 평가 할 때 교수의 연구 실적이 중요 평가 항목이 되는데 이 연구 활동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일반대학원 설립이 산업대의 경우엔 허용되지 않는다"며 "일반대로 전환하면 석·박사 학생의 확보로 교수 연구력 향상과 연구 사업 참여 기회가 확대돼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이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재정지원 차별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한 산업대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할 때 숫자가 많은 대학 편을 든다"며 "산업대가 숫자가 10여개 정도만 남은 상황에서 재정지원에 여러 가지 불이익이 있어 일반대 전환을 서두르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대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밭대 관계자는 "사실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졸업생들이 일반대 학생들과 차별점이 없음에도 불구, 산업대 이미지 때문에 취업적인 면에서 불리한 게 있었다"며 “일반대로의 전환이 가져다주는 이점보다는 산업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일반대 전환을 추진하는 대학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률 감소 등 경쟁력 약화 우려도=일각에선 산업대의 일반대 전환이 학교 이미지· 연구력 향상 등의 장점을 갖는 반면, 취업률 하락 등으로 인해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산업대의 취업률은 일반 대학 평균 취업률을 10%이상 웃돌고 있다. 이는 산업체와 밀착해 실무교육을 진행해 온 산업대의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대로 전환하면, 이러한 특성은 약화되고, 새로 개설되는 교육과정은 이미 상위권에 올라있는 일반대를 뒤따라가는 수준에 그칠것이란 지적이다.

또 산업대에만 허용된 '복수지원제'도 없어지게 돼 신입생 모집에서의 난항도 예상된다. 남서울대 기획팀 관계자는 "산업대는  복수 입학지원과 산업체 위탁지원 등 장점이 많아 신입생 100%충원이 가능했는데, 일반대로 전환하면 기존만큼 채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호원대와 한국산업기술대는 일반대 전환을 망설이고 있다. 일반대의 서열화 대열에 합류하는 것보다 소수 산업대로 남아 특성화 역할을 다하는 것의 의미가 더 크다는 생각에서다. 호원대 관계자는 "재직자의 평생교육이란 개념에서 산업대는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며 "전국에서 유일한 산업대로 남아 특수목적대의 기능을 다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여진 기자 (dike@unn.net) | 입력 : 10-04-16 오전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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