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가 다음달 3일 차기 총장선거를 앞두고, 표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각 후보의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대 총장후보자선정에 관한 규정’ 등에 따라 총장후보선정위원회(이하 선정위)가 선거운동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정위가 지난 2일 발표한 ‘총장후보 선정 투표 공고’에 따르면, 후보들에겐 소견발표회가 열렸던 2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허용됐다. 총장후보 대상자 등록이 이날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전까지는 전화와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었다.
아울러 후보들은 선거와 관련해 벽보를 붙이거나 선정위가 정한 소견발표 내용 이외의 인쇄물을 배포할 수 없다. 투표인을 개별 방문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고, 투표인을 특정 장소에 모이도록 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공식 소견발표 기회 이외에는 교내 언론사 인터뷰나 개인·단체·기관 질의에 개별적으로 응답하는 것도 제한된다.
때문에 한 후보는 “투표인들이 후보자 개인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공개 소견발표 기회를 제외하고는 개별적인 질의와 응답을 제한하고 있어 답답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후보는 “전화나 이메일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소견 자료를 전달하고 지지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후보는 “교수협의회, 여교수회 등 학내 구성원들 앞에서 소견을 발표할 수 있는 자리가 투표 전까지 10여 차례나 있다”며 “3인의 후보가 같은 제한 속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선거운동에 일정한 제한을 받기 때문에 후보들은 공인된 자리를 최대한 활용한다. 지난 21일 교내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총장 후보자 공개 소견 발표회’가 바로 그런 자리다. 성낙인(법학부)·오세정(물리천문학부)·오연천(행정대학원)교수는 이 자리에서 각자의 공약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이 가운데 오세정 교수는 소견발표 시간을 줄여, 평소 자신에게 가장 많이 제기된 질문 3가지를 추려 답변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오연천 교수는 ‘세계를 선도하는 서울대, 국민이 사랑하는 서울대’라는 비전 아래 ‘S.T.A.R.(Superior Teaching, Advanced Reasearch) 프로젝트 10’을 서울대 발전전략으로 제시했다. 현재 1조2000억원의 재정 규모를 임기 4년 동안 2조4200억원으로 증액, 이를 교육·연구력 강화를 위해 투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세정 교수는 ‘the SNUway’를 슬로건으로 ‘국민이 자랑스러워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품격있는 종합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재정 규모도 2013년까지 2조 1800억원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융합학문의 균형을 기하면서, 학문분야의 다양성을 지키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성 교수는 ‘우리가 자랑하는 대학, 국민이 사랑하는 대학, 세계가 선망하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이 사랑하는 서울대를 위해 ‘법률지원센터’와 ‘관악메디컬센터’을 설치하고 교수들의 실질적인 연봉 상승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재무부총장(CFO) 도입, 국고지원 30% 인상, 발전기금 4년간 6000억원 확보 등을 재정확충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날 1차 소견발표회를 마친 후보들은 23일 연건캠퍼스 서울대병원에서도 발표회를 갖는다. 이어 27일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에서 2차 소견발표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이달 중 직원을 위한 별도의 합동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서울대 차기 총장 선거일은 다음 달 3일. 채 열흘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라 선거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이날 치러질 1차 투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득표자 2인을 대상으로 다음 날 2차 투표를 진행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지난 2006년 제24대 총장선거 당시에도 출마했던 오연천·성낙인 교수가 조직력에선 오세정 교수를 조금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당시 이장무·조동성 교수에 이어 3위를 차지한 오 교수는 1위 이 교수와의 득표 차가 50표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성낙인 교수는 당시 최종 후보 3인에 들지는 못했지만, 이번 선거 직전인 22일 ‘스폰서 검사’의혹을 조사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검사 50여명이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자로부터 금품과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사회적 여론이 집중되는 터라, 향후 성 교수의 득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오세정 교수는 그 자신이 “기초학문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맡아달라는 주문에 따라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힌 데로 기초과학 분야 교수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최근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이 오연천 교수의 논문 이중게재와 성 교수의 연구비 이중수령 의혹을 제기해, 향후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한 서울대 교수는 “교내에선 현재 양 후보에게 거론된 의혹에 대해 긴가 민가 하는 분위기”라며 “아직 학내 논란이 되진 않았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