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점이월제’를 도입하는 대학이 속속 늘고 있다. 학점이월제는 수강신청 후 불가피하게 남는 1~2학점을 다음 학기로 이월할 수 있는 제도다. 학생들의 수강권을 폭 넓게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각 대학 총학생회 주요 공약으로 떠오르기 시작해 이를 제도화 하는 대학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대학의 한 학기 이수 가능 학점은 15, 18, 21학점 등 3학점 단위로 이뤄진다. 사회봉사와 같은 1학점 과목, 2학점짜리 교양과목 등을 수강하게 되면 1~2학점의 자투리 학점이 남기 마련. 이 경우 잔여학점을 채우기 위해 원하지 않는 과목을 수강하거나, 그냥 학점을 버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때로는 부족한 1~2학점을 채우기 위해 학점 당 75000원 이상의 계절학기 수업을 듣기도 한다. 1학점이 모자라 졸업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학점이월제. ‘학점세이브제’라고도 불린다. 학점이월제는 수강기준학점이 18학점인 경우, 16학점을 수강신청하고 다음 학기로 2학점을 이월해 20학점을 듣는 방식이다. △잔여 학점으로 탄력적 수강신청 △계절학기 수강에 따른 비용절감 △학업계획 구체화 등의 이점이 있어 고려대·서울대·연세대·경희대·건국대·숭실대 등 서울시내 대학 다수의 총학생회에서 학점이월제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다.
현재 학점이월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은 건국대·중앙대·성균관대·원광대 등이다. 이들 대학은 총학생회의 요구를 수용해 학점이월제를 학칙으로 규정, 운영하고 있다.
가장 최근 학점이월제를 도입한 대학은 건국대. 건국대는 오는 2학기부터 학점이월제를 수강신청에 적용키로 했다. 별도의 신청과정 없이 수강신청 후 학점을 남기면 종합정보시스템에서 자동적으로 이월되는 방식이다. 최대 2학점까지 이월할 수 있고, 1학기에서 2학기에만 학점 이월이 가능하다. 학생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건국대의 한 학생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학기 중 채우지 못한 학점을 위해 계절 학기를 수강했어야 했다. 학점이월제 도입으로 수강 조정이 용이 해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경희대도 올해부터 ‘학점세이브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희대 학점세이브제는 학기당 학점이 아닌 연간 단위 학점을 기준으로 한다. 연간 36학점을 기준으로, 잔여학점의 최대 3학점까지 이월 가능하다. 이전 학년에 33학점을 듣고 3학점을 남기면, 다음해 39학점이 수강 가능 학점이 된다. 경희대 총학생회 박상호(법과대 3)씨는 “등록금은 다 냈는데 특별한 사정이 생겨서 기준학점을 모두 수강하지 못하는 경우, 학점을 이월해 듣는 것은 학생의 당연한 권리”라며 “교육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지난해 총학과 학교 측이 수차례 협의한 끝에 제도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학점이월제를 도입한 대학은 중앙대와 성균관대. 중앙대는 학점이월제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월할 수 있는 학점도 최대 5학점까지로 학점이월제를 도입한 대학 중 이월 한도가 가장 크다. 하지만 연간단위 운영으로 다음해에는 학점 이월이 적용되지 않아 휴복학생의 경우엔 학점이월제를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현재 총학에서는 학교측과 제도의 확대 운영을 두고 논의 중에 있다.
성균관대는 ‘학기 당 이수학점 이월제’를 시행하고 있다. 휴·복학과 상관없이 이월 학점이 바로 다음 학기에 적용되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성균관대 교무팀 이승준 계장은 “보통 수업이 3학점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1·2학점이 남는 경우, 그냥 학점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총학생회의 요구로 도입했는데, 현재 학생들 사이에서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원강대도 지난해 2학기부터 “수강기준학점이월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타 대학의 학점이월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부득이하게 1학점이 모자라 졸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학생들을 위해 도입됐기 때문. 따라서 기준학점인 18학점에서 1학점이 미달한 경우에만 학점 이월이 가능하고 전 학기 평균평점을 3.5 이상 받아 21학점 이상 수강신청이 가능한 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학점이월제는 시행하는 학교마다 대학 실정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운영되고 있지만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이라는 취지에서는 일맥상통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된다. 학점이월제가 학사운영의 혼란을 초래할 뿐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숭실대 학사지원과 관계자는 “보통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들 중에서 부·복수 및 연계전공이 아닌 경우, 최대 이수학점을 다 못 채우는 경우가 많다”며 “학점이 부족해 졸업을 못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매학기 이수학점이 다르면 학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학점이월제를 도입하자는 학생들의 요구는 있으나, 타 대학의 사례를 통해 충분히 검토해 본 후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