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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강의평가 공개 '복잡한 속내'
교과부 연구→교육중심 정책전환 큰몫
특정 언론사 평가 의식해 졸속 추진도
일부 교수들 "실효성 없고 망신만 준다"
최근 대학들이 강의평가 공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학들이 강의평가를 공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의의 질을 높여 학생들에게 좋은 강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연구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옮겨 가는 추세를 반영, 대학들도 이 움직임에 맞춰 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강의평가 공개가 아직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고 정부의 정책에 맞추려 대학들이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교수사회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질 뿐 기대 이상의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대학가, 강의평가 공개 유행=가장 최근 강의평가 공개를 선언한 대학은 아주대다. 아주대는 지난 15일 현재 개설된 학부 1568개 과목, 657명 교수의 강의평가를 1학기 종료 시점부터 학교 홈페이지에 100% 공개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주대는 강의평가 결과에 따라 기준 미달의 교수들은 승급이 제한되고, 강사들은 재위촉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앞서 고려대와 한국외대도 지난 2월 강의평가 공개 방침을 발표했다.

고려대는 전임교원 1600명에 대한 최근 3년간 개설된 교과목 평가결과의 평균 점수를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1학기부터 △교과목명 △교수명 △평가점수 등이 공개된다.

한국외대도 이번 1학기부터 학생들에게 강의평가 내용을 공개한다. 단, 100% 공개가 아닌 강의평가 점수 상위 30% 이내에 든 교수들의 평가 내용만 공개된다.

지난해 12월에는 상명대가 전임교수 293명의 업적평가 성적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평가 결과는 교수 연봉제, 인센티브 지급 기준 등으로 활용된다.

동국대는 2008년 2월 전국 대학 최초로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동국대는 1941개 과목, 교수 1049명 전원의 평가 점수를 교수 실명과 함께 공개해 당시 교수들의 반발이 거셌다.

■ 강의평가 공개, 왜?=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해 7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세미나에서 "지금까지 교과부는 교육과 연구 중에서 연구 쪽으로 몰고 왔다"면서 "이제 (교육과 연구의) 균형을 맞출 때가 왔다고 보고 앞으로 교과부의 지원이나 사업들은 교육 쪽으로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안 장관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학가에 부는 강의평가 공개 바람의 배경에는 교과부의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교육 사업은 연구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고 있다. '교육역량강화 지원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지원사업'이 그 대표적 예다.

그리고 대학들은 정부 사업에 선정된 경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지방 사립대들은 국가 지원도 없고 등록금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면서 "국가 사업을 통한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준비가 미흡해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학들이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주요 사립대 교수는 “학교 교무회의 때 강의평가 공개가 특정 언론사의 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대학들이 이를 의식해 강의평가 공개를 급하게 추진하는 면도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 신중한 공개 이뤄져야=대학가에 강의평가 공개가 확산되는 것은 학생들에게 질 높은 강의를 제공하고 대학 본연의 목적인 교육에 초점을 맞춰 가고 있다는 방향성에는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강의평가 공개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완될 문제점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학은 이를 반영,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합리적 평가 항목이나 특성별 평가 항목 등 제도적 장치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움직임이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대학가 움직임만 따르다 보면 자칫 교수들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 강의평가 공개를 시행하고 있는 동국대 교수들은 여전히 강의평가 공개에 대해 부정적이다. 허남걸 동국대 교수협의회장은 "시행 2년이 지났지만 강의평가 공개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학교가 학생들에게 한 학기에 세 번이나 강의평가를 하게 해 학생들조차도 번거롭게 여긴다. 과연 이런 평가가 무슨 효과를 가져오겠냐"고 반문했다.

최근 강의평가 공개를 발표한 아주대와 고려대는 교수협의회(교수의회)에서 후속 조치나 개선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대 관계자는 "큰 흐름에서 강의를 평가하고 공개하는 것에는 긍정적이지만, 일률적 공개가 아닌 학생 선택권에 도움이 되는 한에서 공개돼야 한다“며 ”그래야 본래의 취지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강의평가 결과에 따라 교수들에게 주어지는 불이익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일부 대학들은 시간강사들에게 기준 점수 미만인 경우 재위촉에 제한을 두겠다고 밝혀 반발을 사고 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시간강사들은 주로 대단위 교양강좌가 많아 수강인원이 많다"며 "수업 환경 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 평가를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규직 교수와 달리 비정규직 교수들은 평가 결과가 고용과 직접 연관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 생존과 연관된 상황 때문에 교육보다는 학생들의 입맛에 맞춘 강의를 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송아영 기자 (songay@unn.net) | 입력 : 10-04-26 오전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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