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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대학가 ‘종교자유’
대법원, "미션스쿨도 종교자유 보장해야"판결
대학가, 냉담… 채플 등 종교교육 강요 당연시
"대체강의 개설 등으로 종교자유 보장해야"

#1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장(48·목사)은 2006년 강남대에서 ‘재임용 부적격’ 통지서를 받았다. 종교 간 화해·관용 등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에서 불상에 절한 것이 직접적 이유였다. 개신교 사학인 강남대는 ‘창학이념 위배’를 이유로 들었다. 이 원장은 복직 투쟁에 돌입, 2008년 대법원으로부터 부당 해고 판결을 받아냈지만, 아직 대학측은 이 원장의 복직 인사를 내지 않고 있다.

 

#2 개신교 사학인 백석대의 A교수는 많지 않은 연봉에 매달 꼬박꼬박 십일조 헌금을 내고 있다. 틈틈이 교회봉사에 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성과급이라도 받은 달엔 더 많은 십일조를 내야 한다. A교수는 “교수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십일조를 안 낼 수도 없고, 교회에 가지 않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3 개신교 사학인 목원대의 교내 불교동아리는 5년 전 학교에 의해 해체됐다. 불교동아리 회원이 작은 불상을 교내에 반입한 것이 불씨가 됐다. 목원대 한 학생은 “불상반입 사건 이후, 동아리방이 폐쇄됐고, 동아리회장은 제적당했다. 동아리 담당교수도 학교를 떠나야 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현재 천주교 동아리도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타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학내 분위기에 동아리회원들이 하나 둘 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이 미션스쿨(종교교육을 위해 설립한 학교)이라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종교사립대(종립대)내 종교의 자유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학은 대학자율이란 미명 아래 학칙으로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의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기 일쑤다. 이에 대학가에도 종교자유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법원 판결, 대학가는?=지난달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미션스쿨도 종교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대 강의석씨(법대·24)가 모교인 대광고등학교를 상대로 5년간 싸워 온 결과였다. 이날 대법원은 “대광고가 종교과목 수업을 실시하면서 대체 과목을 개설하지 않아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학생에게 종교 과목 참가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고 사전 동의조차 얻지 않는 등 기본권을 고려한 처사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종교교육의 강제성’에 있다. 이는 종립대의 종교교육에도 적용된다. 대부분의 종립대학이 채플 등 종교과목을 교양필수로 지정, 이수하지 않을 경우 졸업이 불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종교교육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번 판결에 해당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평준화에 의해 무작위 배정되는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은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종립대들은 학칙에 의거한 대학 내 강제 종교교육을 당연시하고 있다.

 

■채플 등 종교교육 ‘강요’ 당연시=개신교 사학인 백석대는 채플(대학예배)과 기독교 인성과목을 교양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각각 8학점씩 총 16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채플은 학기당 1학점씩 꼬박 8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8학기를 다니는 동안 한 학기도 빠짐없이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얘기다. 백석대 관계자는 “학생이 입학 전에 학교의 성격을 알고 지원한 것이기 때문에 학칙에 따라 종교수업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며 “종교적 양심에 걸린다면 학교를 그만두거나 다른 학교로 옮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육대도 강제 규정을 두고 있다. 교내외에서 흡연·음주 금지는 물론, 1학년 학생들은 안식일인 토요일에 전원 출석해야 한다. 각종 행사 때 가요를 트는 것도 금지된다. 종교과목을 반드시 들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숭실대도 졸업을 위해서는 채플을 6학기 이수하고, 성서와 이해 과목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이외에도 목원대·선문대·한남대 등 대부분의 종립대들이 종교과목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규정, 종교교육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1998년 숭실대의 한 학생은 채플 수업을 거부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대법원에서는 “대학은 학생들이 자진 선택한 곳”이라는 이유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2년 전에도 이 대학 김완중(기계공학과 2)씨가 “학교에 공부를 하러 온 것이지 종교교육을 받으러 온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김씨는 “98년도 대법원 판례가 있어 법적으로 대학에서의 종교자유를 보장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법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학생들이 나서 사회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선택권’이다. 김씨의 헌법소원청구가 기각됐던 근거도, 대학이 종교교육 강요를 당연시하는 이유도 ‘대학은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이라는 데 있다. 때문에 대학을 선택한 후에는 종교의 자유와 상관없이 학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에 따른 대학선택 자유 없어”=그러나 교수와 학생들은 “ 현실은 대학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사립대학 태반이 기독교 종립학교인 데다, 학생들은 종교보다 '간판'을 우선으로 학교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학교연맹에는 현재 41개 4년제 대학과 28개 전문대학 등 총 69개 대학이 소속돼 있다. 서울에만 명지대·서울여대·숭실대·연세대·이화여대 등 8개 대학이 속해 있다. 이 연맹에 포함된 학교 외에도 다수의 기독교 종립대가 서울시내에 포진해 있다. 사실상 종교성향에 따른 다양한 대학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학이 선택권을 이유로 종교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합리화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낸 서울대 강의석씨(법대)는 “학벌을 따지는 현시점에서 연세대에 갈 성적이 되는 학생이 종교 문제로 다른 대학에 갈 수 없지 않느냐”며 “대학들은 학벌을 무기로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육대의 한 학생도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종교를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대부분 성적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는 현실에서 대학이 설립 목적을 이유로 모든 학생에게 종교과목을 듣게 하는 것은 지나친 종교자유의 침해”라고 비판했다.

 

종립대도 종교자유를 인정해 종교과목의 대체강의를 개설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북대 송기춘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종교자유도 중요하고. 사학의 종교 교육도 중시돼야 하지만 사학이 그것을 거부하는 학생들에게까지 강요하고, 제재를 가하는 것이 문제”라며 “철학이나 그 밖의 종교학·인간학 등 대체적 교육과정을 개설해 타 종교를 가진 학생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원대 김현비(에니메이션과 3)씨는 “종립대가 진정 선교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라면 강제로 수업을 듣게 하는 것 보다 대학 스스로가 종교적 모범을 보이고,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리에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여진 기자 (dike@unn.net) | 입력 : 10-04-30 오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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