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적정선 검증 절실
매년 인상하고도 교육비 투자엔 인색
등록금 용도 정보 공개해야 마땅
대학들 “특성반영 안 돼” 산출방식에 문제제기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4년제 일반대학 176곳의 등록금 현황과 학생 1인당 교육비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등록금을 많이 받는 대학이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등록금은 비싼 반면, 교육투자에는 소홀한 대학도 적지 않았다.
올해 평균 등록금(907만4000원)이 가장 높게 나타난 연세대의 1인당 교육비는 2362만원으로 5위였다. 등록금 3위를 기록한 이화여대도 교육비 순위는 18위였다. 숙명여대는 등록금 8위, 교육비는 57위에 그쳤다.
등록금 순위는 10위권 안에 들면서, 교육비 투자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대학도 있다. 백석대의 올해 평균 등록금은 867만3000원으로 전국 7위에 오른 반면 교육비 순위는 163위(506만7200원)로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심지어 1인당 교육비가 등록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학도 있었다. 평균 등록금 2위를 기록한 추계예술대는 1인당 교육비가 등록금에 못 미치는 746만원으로 98위를 차지했다. 가야대는 연간 등록금이 686만원이었으나 1인당 교육비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06만원이었다. 탐라대도 등록금 대비 1인당 교육비가 47.2%밖에 되지 않았다.
등록금·교육비 현황이 공개된 직후, 대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등록금은 비싸게 받으면서 교육 투자는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때문에 등록금 책정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하겠다는 학생회도 나온다.
이화여대 정윤지 총학생회장(법학4)은 “그간 비싼 등록금에 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 왔지만 학교 측은 이런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이화여대는 등록금뿐만 아니라 이월적립금도 매년 1위를 달리고 있다. 장학금 지급비율도 다른 대학보다 낮은데, 이런 점을 개선하도록 하기 위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설립, 감시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강보람 총학생회장(중문 4)도 “등록금이 비싼 문제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교 측이 학생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교과부의 등록금·교육비 산출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김정오 연세대 기획실장은 “교과부가 평균 등록금을 산출할 때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하지 않았다”며 “해당 대학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등록금을 얼마나 내는지 알아보려면 재학생 수로 나눠야 정확한 평균값이 나오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평균 등록금 산출과정에서 학년별 등록금을 합산, 이를 학년 수인 4로 나누는 방식을 취했다. 학과별 등록금을 이같이 계산 한 뒤, 이를 다시 합산해 전체 학과 수로 나눈 것이다. 교과부 관게자는 “학년별로 등록금이 다른 대학들이 있어 학과수를 기준으로 한 산출방식을 썼다”며 “저학년으로 내려갈수록 등록금이 비싼 대학들이 있는 상황에선 이 방식이 평균 등록금을 산출하는 데 적합하다”고 밝혔다.
교육비 산정에선 실습장비 구입비나 건축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데에 따른 불만도 있다. 교육비 투자 163위를 기록한 백석대 김성기 기획처장은 “조형관과 체육관을 짓는 등 시설투자가 많았는데, 학교 나름의 사정을 반영하지 않은 산출방식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비 98위를 기록한 추계예대 남상문 기획처장도 “예술대학 특성상 개인 레슨 등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어 등록금이 높게 나왔다. 종합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면 건물신축이나 차입금 상환 등은 포함되지 않아 교육비가 낮게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숙명여대는 등록금은 올해 평균값이 공개된 반면, 교육비는 2008년 결산액이 반영된 데에 불만을 표했다. 강형철 기획처장은 “2008년 1인당 교육비가 892만원이지만, 2009년에는 장학금 14억원, 학비감면 37억원, 연구비 11억원 등이 늘어 교육비가 1026만원으로 늘어났다”며 “교육에 대한 투자가 개선된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출방식을 따지기보다 실제 학생들이 느끼는 등록금 부담을 살펴 개선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세대 정다혜 총학생회장(사학4)은 “산출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나 타 대학과의 비교보다는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이 어떠한지 살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선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대학들은 기부금 확보와 장학금 확충 노력을 통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대학이 ‘수요자 중심’ 경영을 내세우는 만큼, 등록금 납부 당사자인 학생에 대해서 만이라도 정보공개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현행법상으로는 예산에 대한 산출근거만 제시하도록 돼 있는데 이마저도 잘 안 지켜지고 있다”며 “예산뿐 아니라 결산에 대한 산출근거도 정확히 제시한다면 학생들이 등록금 사용내역을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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