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는 2008년까지 진행된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이하 NURI사업·New University for Regional Innovation)에서 ‘문화콘텐츠’를 특성화 분야로 설정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 광역경제권선도산업인재양성사업(이하 광역권 인재양성사업)을 통해 추진 중인 특성화 분야는 ‘의료기기’다. 특성화 방향이 바뀐 셈이다.
다른 대학들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영진 의원이 지난해 펴낸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이명박 정부 지방대 정책,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영남대는 IT(NURI사업) 분야에서 태양광에너지(광역권 인재양성사업)로, 충북대는 바이오·IT(NURI사업) 분야에서 부품·소재·환경(2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 분야 등으로 특성화 분야가 바뀌었다.
■“일관성 부족은 재정 지원사업 연계 탓”= 현장에선 특성화 분야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재정 지원사업들이 별개임을 감안해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과부는 그간 NURI사업과 광역권 인재양성사업, 1·2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이하 HUNIC사업·Hub University for Industrial Collaboration) 등을 추진해왔다. 대학들은 재정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각 사업이 요구하는 방향에 맞추는 경향을 보였다.
문제는 특성화 분야에 대한 대학의 결정권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재정 지원사업 선정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 탓이다. 이른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특성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차용훈 광역경제권선도산업인재양성센터 전국대학협의회장은 “교과부가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어 각 대학들이 특성화를 정책 방향에 맞추는 식이 됐다. 대학 입장에선 특성화 방향이 바뀌면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교과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전체적인 특성화 추진 사업도 정부의 정책 방향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정책은 최소한 10년 정도는 투자한 후 후속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10월에 지원금을 받으면 다음해 4월에 결과 보고서를 내는 식”이라며 “몇 개월 사이에 성과 지표가 금방 높아지겠느냐”고 되물었다.
■특성화, 균형 관점에서 바라봐야 ‘반론’= 반대 입장도 있다. 학과별 ‘균형’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논리다. NURI사업에서 바이오·IT 분야를 특성화하다 2단계 HUNIC사업에서는 부품·소재·환경 분야 특성화에 나선 충북대 연선미 사업단 전담교수는 “일관성, 효율성 부족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재정 지원사업과 연계돼 다양한 학과가 수혜를 받는 장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성화와 함께 학과별 균등 발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대학이나 학과의 자체 발전계획에 따라 특성화 분야가 수정됐을 뿐이란 반응 역시 존재한다. 또 교과부 재정 지원사업이 반드시 동일 분야를 계속 지원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개별 사업들의 연속성 보장을 주장할 ‘당위성’은 부족하다는 얘기다.
‘착시효과’란 설명도 곁들여진다. 경북대 2단계 HUNIC사업단 성정훈 팀장은 “경북대는 NURI사업과 HUNIC사업을 같이 진행했는데, NURI사업은 2단계 사업이 없어 특성화 방향이 바뀐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성 팀장은 “개별 사업들이지만 전체 특성화 방향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경북대는 NURI사업, 2단계 HUNIC사업, 광역권 인재양성사업 모두 큰 틀에서는 IT 분야 특성화가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사업DB화 등 일관성 유지방안 강구해야= 이에 따라 특성화의 일관성 유지 방안으로 각 사업들의 대학별 데이터베이스(이하 DB) 구축이 제시됐다. DB상으로 각 사업 특성화 분야의 공통성·연속성이 인정된다면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부산대의 경우 NURI사업과 1단계 HUNIC사업, 광역권 인재양성사업에서 모두 특성화 분야를 ‘기계부품’으로 잡아 선정됐다. 조선대는 부품 소재 분야 특성화를, 경북대는 전자·전기와 연계된 IT 분야 특성화를 모든 사업에서 추진해온 ‘공통분모’가 있다.
차용훈 회장은 “투입 자금의 ‘본전’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자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평가해 성과가 인정된다면 특성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과부의 각 지원사업에 유사 분야 참여학과가 계속 선정됐다면 그 분야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그간의 각 사업별 특성화 DB를 구축, 대학별로 강점을 보인 계통의 특성화는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특성화 분야는 조정될 수 있다. 단 재정 지원사업이나 정부 정책과 연계된 특성화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결국 ‘준비된’ 특성화냐, 아니냐의 문제와 직결된다”면서 “재정 지원사업 폐지에 따라 그 분야 특성화도 중단되는 현상은 대학의 장기적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