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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없는 전문대학, 교육정책 속속 제외
전문대학 위기···교과부·청와대 ‘소통’ 부재
전문대학이 위기에 빠졌다. 교육정책에서 속속 제외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대통령에게 “전문대학은 변해야 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머리띠 매고 길거리에도 나가야 한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여 주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정길, 이하 전문대교협) 지도부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전문대학이 하루빨리 교과부·청와대와의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 대책회의서 연이어 제외

전문대학이 정부 정책에서 제외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는 교육개혁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부터 매달 대책회의를 주관했다. 그렇지만 대책회의에 전문대학 관계자는 누구도 참석하지 못했다. 전문대교협은 “현재 전문대학이 직접 나서서 대응하기는 어렵다”며 “교과부를 통해 계속해서 참석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전문대학 비난 발언이 연속타가 됐다. 직접 전문대학의 개혁을 강도 높게 주문한 것.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주재한 국가고용전략회의(이하 전략회의)에서 “전문 기능인력을 양성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많은 경우 4년제 종합대학과 별반 다르지 않게 운영되는 현재의 전문대학 상황은 반드시 재점검되고 방향이 바로잡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대교협은 이에 대해 “현재 실업자를 양산하는 주범이 4년제 대학인데, 오히려 전문대학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했다”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는 없었고, 연이어 3차 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전문대학 정책을 담당하는 교과부 전문대학정책과조차 대책회의 불참에 대해 “청와대가 알아서 명단을 구성했을 것”이라며 “굳이 전문대학 관계자가 들어가야 하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전문대학이 주최한 직업교육 선진화정책 대토론회(이하 대토론회)에 교과부 패널로 참석한 박준 전문대학 정책과장은 “정책 마련에는 정치가 중요하다”며 전문대학의 적극적 대응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과장은 이날 토론에서 “대학 안에서는 총장이나 구성원이 해결하면 되지만, 대학 외적 문제는 정치적 결정과정이기 때문에 정치적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전략적으로 풀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그러려면 4년제 대학 총장과도 함께해야 하고, 오피니언 리더들이 누구인지 잘 지켜보고 설득시키는 등의 행동을 취해야 하지 않느냐”며 “우리끼리 모여서 이렇게 하는 것에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전문대학은 ‘우물 밖 개구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대학의 숙원인 수업연한 다양화 역시 외부 포격에 시달리고 있다. 대토론회 직후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이하 연구소)는 “수업연한 다양화에 담긴 전문대학의 보다 솔직한 바람은 일반대와 전문대학 학제구분의 단계적·점진적 철폐”라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4년제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운영, 학장에서 총장으로 대표자 명칭 변경 허용, 교명으로 ‘대학교’ 사용 허용, 3년제 학과 설치 기준 폐지 등 최근 전문대교협이 내세운 일련의 요구 내용은 모두 일반대와 전문대학 구분 폐지라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일반대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아 학생모집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얄팍한 계산만 보인다”고 비난했다.


■ 내·외부 잡음 “사태파악을”

계속해서 터지는 전문대학 비리 사건도 전문대학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서해대학·동주대학·신흥대학·창신대학·목포과학대학·마산대학 등 여러 전문대학이 공금횡령과 교수채용비리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세간에 오르내렸다.

이와 함께 김정길 전문대교협회장에 대한 비난도 슬슬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열린 전문대교협 정기총회에서는 회장의 연임기간과 관련한 정관 개정을 두고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했다. 현행 1회 연임 가능한 회장의 임기를 이사회가 고친 것에 대해 몇몇 총장들이 이날 총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한 것. 익명을 요청한 한 총장은 이와 관련한 현재의 전문대교협에 대해 “교과부 사업을 떠맡으면서 전문대교협이 점점 ‘권력화’ 돼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직업교육의 역할을 짊어질 주자로 마이스터고교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차 대책회의에서 “자원(자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좋은 인재 키워내기에 달려 있다. 대학 가서 전문교육을 받을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들은 장인이 되어 성공할 재능을 찾아줘야 한다”며 “정부가 마이스터고에 제도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기능인이 우대와 존중을 받는 풍토를 조성하고 마이스터고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반 문제들에 대해 최용섭 광주보건대학 기획실장(전 전문대학 기획실처장협의회장)은 “전문대학과 관련한 보고채널이 굉장히 왜곡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이 대통령의 귀에 전문대학 이야기가 들어갈 루트는 청와대 교육담당 비서관과 교과부 등 두 개의 채널이 있다”면서 “두 개의 채널이 전문대학에 관한 부분을 기존 4년제 대학 중심에서 보고 악의적으로 보고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것 같다. 빨리 채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대교협은 이런 상황들에 대해 격렬하게 대응하는 대신 우선 실태파악부터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승근 전문대교협 기획조정실장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것은 있지만, 현재로선 그게 맞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전문대학에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부터 파악하고 문제를 전체적으로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에 대한 요구의 고삐 역시 바짝 죌 방침이다. 이 실장은 “현재 전문대학생이나 교수들을 중심으로 100만인 서명에 돌입했다. 6·2지방선거 이후에는 전국 거점도시에서 7월 4일까지 가두서명 운동을 확대해 나가고, 이를 모아 우리의 의지를 정부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10-05-23 오전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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