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대학행정

목록
프린트 스크랩
총장선거도 매니페스토 도입 필요
교수들도 검증 없이 공약 남발
'매니페스토' 도입 필요성 제기

“우리 총장님이 뭐하고 계신지는 글쎄요… 특별히 관심이 없어서요.” “처장급 아니면 사실 총장 공약사항이나 중점 추진사업에는 정보가 부족하죠.” “이번에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는 건 아는데, 정확한 내용은 사실 잘 모릅니다.”

총장 선거에도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이 필요하다. 최근 수년간 대학 총장들은 발전기금 모금, 순위권 명문대 진입, 캠퍼스 추가건립 등의 공약을 내걸고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학과·학부 통폐합과 구조조정 안을 포함하는 중장기 비전이나 마스터플랜을 대내외에 공표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교수들은 이 같은 총장의 공약 사항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확인 결과 대략적 내용이나 비전·마스터플랜 발표 여부만 전해 듣는 정도가 대다수였다. 이들은 총장의 구체적 공약 내용이나 추진 여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때문에 총장들이 취임하면서 공언했거나 임기 중 발표한 비전·마스터플랜, 중점 추진한 사업이나 공약들이 이행되지 않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지난 2008년 취임하면서 LA에 해외캠퍼스를 건립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고려대는 2015년까지 LA 인근에 캠퍼스를 마련하고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뚜렷한 추진 성과가 없어 임기 내 이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 총장은 또 ‘비전 2030’을 발표, 2030년까지 세계 5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중장기 발전전략을 내놓았다. 이 역시 임기 내 이행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

파주에 제2캠퍼스 설립을 추진했던 이화여대와 서강대도 총장의 역점 추진사업이 매끄럽게 마무리되지 못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은 경기도와 MOU를 체결하고 파주캠퍼스 설립을 적극 추진했으나 캠퍼스 활용방안 등을 두고 학내 반발이 이어져 결국 중단됐었다.

김재년 전국대학노조 고려대 지부장은 “언제부턴가 총장들이 경영 만능주의, 실적주의에 사로잡혀 구호만 외치다 별다른 실적도 없이 퇴임을 맞고 있다. 건물 신축과 리모델링 사업에만 매달리며 임기를 채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공약의 구체적인 목표와 이행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총장들이 임기 말에 공약이나 역점 사업을 급하게 추진하는 것도 문제란 지적이다. 총장으로 재임하며 성과를 남기거나 이를 바탕으로 연임을 노리는 케이스에 속한다. 학내 교수들은 대부분 차기 총장에게 넘겨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후 차근차근 추진할 것을 주장한다. 때문에 물밑에서 총장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려 갈등을 빚기도 한다.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은 최근 학과·학부 통폐합을 포함한 ‘비전 2020’ 추진을 두고 책임론에 직면했다.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교수들은 26일 성명을 내 “앞서 추진된 ‘비전 2010’도 실패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총장이 직접 해명하고, 평가에 따라 총장을 포함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기 만료가 가까워진 시점에서 새로운 비전을 발표한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내달 임기가 끝나는 노동일 경북대 총장도 국립대 법인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연구안을 토대로 학내 공청회를 열어 수정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경북대 교수회는 “총장 임기가 끝나가는 마당에 법인화 같은 중대한 문제를 급히 처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차기 총장이 선출된 후 법인화에 관한 전체 교수들의 여론을 수렴해 추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총장 선거에 매니페스토 운동을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발견된다. 내달 18일 총장 선거가 열리는 경북대는 기존 후보자검증소위원회와 함께 평교수 50여 명이 자발적으로 포럼을 꾸려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전현수 경북대 교수(사학)는 “후보자 연구업적과 표절 여부, 사생활 문제도 검토하겠지만 공약을 어떻게 관철시킬 것인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영수 고려대 교수(법학)는 “기존 정치판과 대학에서의 매니페스토 운동은 다르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총장 선거에는 주로 교수들이 참여한다. 교수들이 공약 이행 여부를 확인해 항의하는 사례는 자주 찾아볼 수 있다”면서 “공약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차원의 매니페스토는 크게 의미가 없다. 다만 ‘공약(空約)’이 돼도 문제없다는 의식을 고치는 차원의 매니페스토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05-28 오후 5:37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