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새 연구윤리지침...조사시효가 ‘쟁점’
연구윤리 심포지엄서 ‘조사시효 5년’ 공감대 형성
과거 부적절행위 대한 사면조치 의견은 폐기될 듯
서울대의 연구윤리지침 개정안 초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으로 발표된 ‘연구윤리진실성 확보를 위한 지침’에 따라 조사시효를 5년으로 둘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대 연구처가 29일 오후 교내 신양학술정보관에서 개최한 ‘서울대 연구윤리 심포지엄’에선 지난 4월부터 연구처 주도로 개정작업을 진행해 온 연구윤리지침 개정안 초안이 공개됐다.
◆표절 이중게재 정의 상세화=이날 공개된 초안은 표절·이중게재의 정의와 예외기준을 상세화한 게 특징이다. 또 학문 후속세대를 위한 연구의 안전관리·윤리교육을 포함하고, 인간·동물 대상 연구윤리를 세밀하게 명시했다.
이에 따르면, 타인의 연구성과를 사용할 때는 △출처와 인용 표시를 의무화하고 △ 리뷰 논문을 제외하고는 인용을 통한 독자성 없는 재구성을 금지했다. 자신의 연구 성과를 사용할 때도 출처와 인용 표시를 의무화 했다. 다만 비학술용 출판물을 쉽게 풀어 대중에게 알리는 경우 등은 예외로 두었다.
저자표시와 관련해서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자를 포함시키는 것을 금지했다. 제자가 스승을, 후배가 선배 교수를 예우로서 저자로 포함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가 신분상의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도 금지시켰다.
◆“과거 부적절행위, 사면 조치”=개정안 발표 이후 마련된 토론 시간에선 조사 시효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효가 지난 과거의 연구 부적절 행위 등에 대해서도 일괄 사면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날 개정안을 발표한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연구윤리지침 개정안은 이제 새로운 연구윤리를 만들고 대오각성을 전제로 새 출발하자는 의미”라며 “그런데 과거 연구물에 대한 사면조치가 없을 경우, 미래지향적 규정을 만드는 데 이것이 발목을 잡을 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만약 서울대 교수가 사면 조치로 과거의 연구 부정행위가 있음에도 교내에선 문제 삼지 않았는데, 향후 사회적으로 총리나 장관이 됐을 때 이런 문제가 터진다면 우스운 꼴이 될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조사시효 5년 두자”는 공감대=반면 조사시효를 5년으로 두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연구 데이터를 아예 조작하는 연구부정행위까지로 그 범위를 확장하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었다.
토론자로 나온 김상식 고려대 전지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조사시효를 두지 않으면 학문 발전에 공헌한 분이 지금의 잣대에 의해 매도될 수 있다”며 “과거 20~30년 전에는 의미 있는 연구결과물에 대해 교내외 학술지나 국내외 학술지 게재를 장려하던 학계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플로어의 한 교수는 “조사시효를 두더라도 아예 연구데이터를 날조하는 부정행위는 학계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므로 시효를 적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이날 토론결과를 바탕으로 교내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7~8월께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날 발표된 개정안 초안에선 5년 이내로 설정했다. 조사시효를 규정한 10조에선 “연구부정행위와 연구부적절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5년이 경과한 때에는 그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 것.
◆연구윤리지침 어떻게 개정될까=이는 지난 2007년 교과부 훈령으로 발표된 ‘연구윤리·진실성 확보를 위한 지침’을 따른 것이다. 이 지침은 “제보 접수일로부터 만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접수하였더라도 처리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진실성 검증 시효를 만 5년으로 한정한 것이다.
다만 5년 전의 부정행위라 하더라도 “피조사자가 그 결과를 직접 재인용해 후속 연구의 기획과 연구비 신청, 연구결과의 보고·발표에 사용했을 경우”에 한해서는 이를 처리하도록 했다. 서울대도 이를 따라 “연구자가 5년 이내에 해당 연구 결과를 △후속 연구의 기획 △연구비 신청 △연구의 수행 등에 사용한 경우”에 대해서는 시효에 관계없이 조사토록 했다.
향후 확정될 개정안은 5년 시효를 두더라도 연구데이터를 조작한 연구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과거 연구행위에 대해선 면죄부를 주는 ‘대사면’은 폐기될 전망이다.
서진호 연구처장은 “5년 시효를 둔다고 해도 연구 부적절행위와 부정행위를 따로 볼 필요가 있다”며 “대사면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된 것일 뿐 한 대학이 나서서 주도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연구 부정행위는 표절이나 연구데이터의 날조와 조작이 있을 경우를 말한다. 연구부적절행위는 부당한 중복게재, 연구데이터의 왜곡, 불합리한 저지표시, 부정행위의 방조 등을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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